▲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김맹곤 전 김해시장이 지난 28일 뇌물수수 등의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몇 년 전 부산의 한 건설사 회장이 저와 김 전 시장 앞에서 한 말이 떠올랐습니다. "김맹곤 시장님처럼 깨끗한 분은 처음 봤습니다." 김 전 시장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저는 속으로 "그럴까요?" 했습니다. 그 건설사에 대해서도 인허가 등과 관련해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특정 사건을 깊이 들여다본 검사나 정보력과 취재력이 뛰어난 기자들은 누가 무슨 말을 할 때 "안 그럴 건데요"라고 혼잣말을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김 전 시장은 6년 남짓한 재임 기간 중에 여러 건의 수상한 용도변경과 인허가, 비상식적 인사 등으로 구설수를 자초했던 바, 검찰의 구속수사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습니다. 검찰의 수사기법과 '수사는 생물'이란 격언을 감안한다면, 김 전 시장 개인의 범죄 사실 외에 김 전 시장과 연관된 다른 인물들의 범죄 사실이 드러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 전 시장은 지난해에 공직선거법 위반죄에 대한 최종 판결이 나올 때까지 만만찮은 인맥과 방어막을 보여줬습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임기를 다 채우진 못했지만 국회의원을 한 차례 지낸데다 현직 시장이라서 그랬던지, 더불어민주당과 지역토호들을 비롯한 거의 모든 분야의 비호를 받는 듯 했습니다. 더민주 중앙당과 유력 정치인들은 공개적으로 검찰을 압박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혼자 몸인 지금은 사정이 예전만 못할 것 같습니다.
 
어쨌든 김해는 민선시장 3명과 국회의원 1명, 시의회의장 2명이 퇴임 혹은 재임 중에 구속된 낯부끄러운 도시가 돼 버렸습니다. 여기에는 어떤 이유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재벌과 권력의 썩은 뒷골목을 보여준 <베테랑><내부자들> 같은 영화는 1000만 안팎의 국민들이 관람했습니다. 그때, '이건 영화의 관점이 아니라 국민적 공분이 표출된 사회적 현상의 시각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받았습니다. 이 분석을 차용한다면, 김해 지역 유력 인사들의 구속 사태를 김해만의 어떤 사회 현상으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김해만의 사회 현상이란 어떤 것일까요?
 
김해는 30여년 사이에 급속도로 압축성장을 한 도시입니다. 인구만 해도 1980년대 초에는 7만 정도에 불과했는데, 지금은 60만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관(시청)을 중심에 두고 지연과 학연을 동원한 개발비리가 만연해 있습니다. 특히 건설 관련업계에서는 워낙 이권이 커서인지 얼마간 감옥에 가 있는 걸 두려워하지도 않는 듯합니다. 나아가 개발 과정에서 땅 가진 졸부들도 대거 양산됐습니다. 인문학적 가치관이란 건 설 자리를 잃어버렸습니다. 
 
개발비리로 치부한 자들은 다시 공무원들과 정치인, 기자들을 관리하고 수하들을 시의회 등에 진출시켜서 치부에 활용하는 악행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그러는 사이 사회정의는 실종되고 김해의 산천에는 시커먼 멍이 들었습니다.
 
정치권은 아무렇지도 않게 야합을 자행하면서도 부끄러워하질 않습니다. '양심''지조''명분''소신' 이런 단어가 힘을 쓰기는커녕 조소의 대상이 되어 있습니다. 생각이 다르다며 서로 경원시하던 사람들이 갑자기 동지 운운하며 얼싸안으면서도 전혀 어색해 하지 않습니다. 일반당원들조차도 웃음을 날리며 박수를 치고 있습니다.
 
김해는 죄 지은 자들과 사이비들이 서식하기에 매우 좋은 도시라는 말도 있습니다. 감옥에 갔다 와도 영향력이 여전하고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뜻입니다. 김해의 사회 현상이란 게 이런 판국이니 뉘라서 법적 처벌을 두려워할까 싶습니다. 이 해괴한 고리를 누군가는 끊어야 할 것인데, 허성곤 현 시장이 마침내 해 내었으면 합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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