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은혜학교 보조강사로 나선 김해영운고 학생들이 밝게 웃으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파이 프로그램’ 다양한 인성교육 실시
요양병원·은혜학교 등서 재능기부 활동
시낭송회·산길탐험·교실일기 등도 눈길

시모노세키 중등학교와 국제교류 진행
일본영사관 강사 초청 수업 진행 효과

방과 후 스포츠클럽 여러 종목 운영
협동심·규칙 준수 등 통해 인성 지도


김수로왕과 허왕후의 전설이 서린 신어산을 병풍처럼 두르고 있는 김해영운고등학교는 2006년 3월 문을 열었다. 영운고가 있는 인제로 284번길 일대는 영운초등학교와 영운중학교, 삼방고등학교 외에 인제대학교가 인접해 교육 밀집지역으로 이름난 곳이다.
 
영운고 교육의 가장 큰 특징은 다양한 프로그램을 활용한 인성교육이다. 학교교육의 기본이 인성교육이며, 인성교육이 뒷받침되면 학업 성취도도 오른다는 것이다.
 
지난해 부임한 문양수 교장은 "학교 입지 특성상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못한 학생들이 많았다. 학생들의 학업 성취도도 낮았다"면서 "젊은 교직원들의 부단한 노력 덕분에 인성교육 등 다양한 교육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평소 알지 못했던 학생들의 역량을 발견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 산길탐험, 청솔요양원 마사지봉사, 배시시 시낭송 콘서트(사진 위에서부터).

■다양한 인성교육 실천
영운고는 인성교육 선도학교다. 올해 상반기에 폭력대책위원회, 선도위원회를 한 번도 열지 않았다. 말썽을 일으킨 학생이 한 명도 없었다는 이야기다. 그 비결은 '파이(PIE) 프로그램'이다. 최지은 연구부장은 "파이는 학부모(Parent), 지역사회와의 연계(Interaction), 학교 교육(Education)을 뜻한다. '인성교육'이라는, 어쩌면 진부하고 거부감이 들 수 있는 단어를 친숙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학교는 먼저 학부모와 함께하는 체험을 통해 인성교육의 기초를 다진다. 청솔요양병원, 경남은혜학교와 업무협약을 맺어 학생들이 재능기부을 하도록 했다. 최 연구부장은 "의료관련학과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발마사지 전문강사로부터 교육을 받아 학부모와 함께 어르신들에게 안마를 해 준다. 교육대나 사범대에 지원하려는 학생들은 경남은혜학교에서 보조교사로 참여해 교육기부를 한다"고 말했다.
 
지역사회와 연계한 인성교육도 생활화하고 있다. 지역 문화카페인 '카페 영화상회'에서 매달 '배시시(마음의 배를 채우는 시 읽는 시간) 콘서트'를 운영해 시낭송회를 연다.
 
학교 교육과정에도 인성교육이 체계화돼 있다. 많은 프로그램들 중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분기별로 실시하는 '제자맞이의 날'이다. 최 연구부장은 "오전 7시 20분~8시 등교시간에 맞춰 교문에 레드카펫을 깔아 놓고 음악을 튼다. 교사들은 등교하는 학생들의 이름을 부르며 포옹해 준다. 포토존을 설치해 사진도 찍으면서 교사와 학생 간의 정서적인 교류를 통해 친밀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손편지쓰기 릴레이'도 영운고만의 독특한 행사다. 편지를 받은 사람은 사흘간 편지를 준 사람 외의 다른 사람에게 손글씨로 편지를 써야 한다. 매일 아침 인성동아리 '호연지기'가 '한마음 총알배송팀'을 꾸려 편지를 배달한다. 릴레이 현황은 2층에 게시된다.
 
영운고는 이밖에 교사·학부모·학생이 참여하는 '산길탐험', 각 반에 일기장을 배부해 순번대로 매일 쓰는 '교실일기', 배움중심 인성교양 강좌, '바른말 고운말' 캠페인 등 다양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문 교장은 "인성교육은 교육의 일부가 아니라 교육의 기본이다. 남과 경쟁하는 대신 양보, 배려를 먼저 생각하는 학생들을 키우고 싶다"고 밝혔다.
 
 

▲ 손편지 릴레이, 아름다운 학교꾸미기(사진 위에서부터).

■한·일 교류로 학습동기 유발
영운고는 2013년부터 문화특강, 학생교환 등을 통해 일본과 다양한 교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 중심에는 일본어 교사인 오신원 교무부장이 있다. 오 교무부장은 "학생들의 수업 집중도가 낮아 교육방법을 연구하던 중 일본인 학생들과 직접 교류를 하면 학습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오 교무부장은 과거 일본 야마구치 현의 시모노세키 중등교육학교에서 2년간 한국어 교사로 근무한 경험을 활용해 다양한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학생들은 편지쓰기 기본예절을 교육받고 시모노세키 중등교육학교 학생들과 편지를 교류한다. 일본어 번역 오류는 오 교무부장이 고쳐준다. 편지 교류에 성공했을 때에는 이메일이나 스마트폰을 통한 개인적인 교류도 허용한다.
 
부산일본영사관이나 경남지역에서 근무하는 일본인 강사를 초청해 수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일본인 학생이 직접 영운고를 방문해 두 나라 전통음식 만들기, 전통의복 체험 등의 행사도 연다. 이외에도 일본어 낭송대회, 일본 노래 부르기 등 교내 대회도 활발히 개최하고 있다. 오 교무부장은 "한국과 일본의 고등학생들이 교류를 함으로써 서로 우정을 쌓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낯선 문화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체육활성화 통한 체력증진
영운고는 다양한 체육 프로그램을 자체적으로 개발·운영하고 있다. 이준호 인성교육부장은 "흔히 공부는 체력전이라고 한다. 체력을 키우면 학습에 큰 도움이 된다. 체육은 에너지 발산을 많이 하는 활동이어서 학업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 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예절과 배려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영운고는 방과 후 스포츠클럽 활동으로 피구, 농구, 배드민턴, 역도, 댄스스포츠를 가르친다. 지역동아리스포츠대회에 출전하기도 한다. 토요스포츠데이 강좌로 오전 9시~오후 1시 역도도 지도한다. 경기 중 욕설 금지, 동료 탓 하지 않기, 입장바꿔 생각하기 등 규칙도 만들어 스포츠맨십을 가르친다. 이를 위반할 경우 활동을 제한한다.
 
영운고는 건강체력평가를 실시해 고도비만이라는 결과를 받거나 체력이 떨어지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특별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한국청소년건강재단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멘토를 활용해 운동 방법, 개인별 식단표, 영양 관리를 실시한다.
 
여학생들의 경우 체육수업시간을 이용해 '헬스로빅'을 가르친다. 건강을 뜻하는 '헬스(health)'와 유산소 운동을 뜻하는 '에어로빅(aerobic)'의 합성어다. 남학생들의 경우 매주 수·토요일 방과 후 축구를 실시해 인근 학교와 교류전도 펼친다. 이외에도 방송댄스, 농구, 배드민턴을 활용해 체력을 키우게 한다.
 
문 교장은 "체육활동은 인성교육의 일환이다. 다양한 수업모형을 개발해 협동심과 존중의 자세를 가르치고, 역동적인 활동을 통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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