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로 아무 것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경직
매장 쇼핑객들 소리 지르며 외부로 대피
아갼자율학습 학생들 놀라 울음 터뜨리기도
외동·삼정동·삼정동 주택 등의 물탱크 터져



12일 밤에 발생한 두 차례의 강진 때문에 김해 시민들은 불안에 떨었다. 일부 시민들은 집 밖으로 뛰어나가 도로, 인근 학교, 운동장에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야간자율학습을 하던 학생들은 놀라 울음을 터뜨리기도 했다. 당시 긴박했던 상황을 시민들의 목소리를 통해 들어본다.

부원동 아파트에 사는 김여옥(29·여) 씨는 "지진이 났을 때 너무 놀라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워낙 오래된 아파트라 집이 무너질까 봐 겁이 났다. 지진 이후에도 땅이 흔들리는 느낌 때문에 어지러웠다. 창밖에서 땅이 찢어지는 소리가 나서 너무 불안했다. 지진이 발생하고 10분이나 지나서 재난문자가 왔다. 주민센터에서 재난 경보를 알리는 음성이 울렸지만 무슨 말인지 알아들을 수 없었다. 아무런 도움이 못됐다"고 말했다.

대동면에 사는 이영길(58) 씨는 "주중마을 주택의 담이 무너지기도 했다. 전쟁이 난 줄 알고 깜작 놀랐다. 2차 지진을 느낀 뒤 마을 사람들이 모두 집 밖으로 나와 1시간 가량 대피했다"고 설명했다.

▲ 소방관, 경찰관, 김해시 공무원 등이 지진 피해를 입은 부원동 아이스퀘어몰 인근을 둘러보고 있다.

어방동 활천경희한의원 이현효(34·어방동) 원장은 "집에서 쉬고 있었다. 건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을 느꼈다. 오후 8시 20분께 집에서 나와 인제대학교 운동장으로 대피했다. 2차 지진 후 여진이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오후 10시 집으로 귀가했다"면서 "13일 출근해 보니 의원에 있는 현판과 액자가 떨어지는 바람에 유리가 깨져 파편이 곳곳에 튀어 있었다"고 말했다.

대청동 주민 심정선(37·여) 씨는 "혼자 병실에 앉아 있었다. 지진이 나자 선반에 있던 화장품이 다 떨어졌다. 환자들이 엘리베이터를 타지 않고 비상계단을 통해 모두 1층으로 내려갔다. 휠체어를 타던 사람들은 병실에 대기해 있다가 직원들 안내로 나왔다. 모두 우왕좌왕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진례면에 사는 김복례(70·여) 씨는 "지진이 발생하자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땅이 내려앉는 줄 알았다. 무섭고 두려워서 마을 주민들이 모두 집 밖으로 나갔다. 라디오를 틀고 여진이 없는지 파악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어방동에 사는 강 모(23·) 씨는 "삼방동 탑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데 건물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샴푸, 과일이 밑으로 떨어지고 진열대가 크게 요동쳤다. 2차로 크게 흔들릴 때에는 안에 있던 사람들이 모두 깜짝 놀라 소리를 지르며 건물 밖으로 대피했다. 여진이 있을까 봐 20분간 마트에 들어가지 못했다"며 무서웠던 당시 현장을 묘사했다.

가야고등학교 황명훈 1학년 학년부장은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지진이 나 학생들이 크게 동요했다. 소리를 지르거나 우는 학생들도 있었다. 전기가 나갔다가 다시 들어오기도 했다.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 야간학습을 중단하고 학생들을 귀가시켰다. 학교 내 재산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김해여객터미널 송기봉 관리부장은 "1차 지진이 났을 때 승객들이 놀라 승차장으로 대피시켰다. 다시 대합실로 들어가자 2차 지진이 시작돼 승차장으로 되돌아갔다. 부산김해경전철이 멈춰서는 바람에 일부 경전철 승객들이 여객터미널로 오기도 했다. 버스 운행은 정상적으로 했고 건물 피해는 없었다"고 말했다.

율하동에서 돼지 6000여 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배 모(55) 씨는 "진동, 소음에 가장 예민한 동물이 닭 다음으로 돼지다. 소음은 없었지만 진동이 심했다. 임신을 하고 있는 돼지가 400여 마리 정도 된다. 일주일 정도 지켜보면 일부 돼지에게서 유산 증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안타까워했다.

롯데마트 김해점 성민우 총괄담당은 "지진이 나자 무서워 뛰어 나가는 고객들도 있었다. 3층 장난감 매장 매대에 있던 장남감 일부가 떨어졌다. 지진 즉시 고객 동요를 막기 위해 안내방송을 내 보냈다. 엘리베이터 앞에는 차단장치를 설치해 이용하지 못하게 했다. 간부 직원들이 비상근무를 섰다. 큰 피해는 없다"고 말했다.

장유 율현아파트 이경희(58) 통장은 "집이 18층인데 소파가 들썩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거실 장식장의 서랍이 다 열리고, 책상에 올려뒀던 액자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두 번째 지진 때는 진동이 너무 심해 밖으로 뛰쳐 나갔더니 밖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어르신들은 경로당에 모여 있었다. 밤 10시쯤 다시 지진이 있을 거라는 소문이 있어 밖에서 기다리다가 10시 30분 쯤에 귀가했다. 육십 평생 이런 지진은 처음이다. 너무 무서웠다"며 몸서리를 쳤다.

외동전통시장 상인인 염남순(52) 씨는 "두 번째 지진 때 진열장에 올려뒀던 물건들이 우르르 떨어졌다. 너무 놀라서 건물 밖으로 뛰쳐 나갔다. 다른 상인들도 모두 뛰쳐나왔다. 아파트에 돌아가니 주민들이 다 나와 있었다. 아파트가 휘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가만히 있던 문이 열리기도 했다고 한다. 주민들 중에는 보따리를 싸와 대피한 사람들도 있었다"며 무서웠던 순간을 되돌아봤다.

김해시도시개발공사 경영지원팀 윤정렬 과장은 "김해시도시개발공사가 관리하는 시설에는 큰 피해가 없었다. 김해체육관 천정에 핀을 고정한 텍스 일부가 약간 흘러내린 수준이다. 경미한 사항이라 아침에 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한국농어촌공사 농지은행부 우성문 과장은 "추수를 앞둔 상황에서 지진이 발생했기 때문에 물을 대는 양수장과 물을 빼는 배수장의 시설점검을 지시했다. 아직 피해 보고는 없다"고 설명했다.

한편, 김해에는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동 한 사우나와 삼정동 빌라, 삼방동 주택에서 물탱크가 터졌다. 외동 한 식당에서는 벽이 갈라졌다. 삼방동 아파트 두 곳에서 엘리베이터가 정지돼 사람들이 갇히기도 했다. 롯데아울렛에서는 건물과 건물 사이 통로의 바람을 막아주는 유리구조물 유리판이 파손됐다.

김해뉴스/ 심재훈·김예린·조나리·배미진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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