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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황하는 이여! 커피 한잔과 문화 한 모금의 꿀같은 휴식을인제대 정의태 교수와 '영화상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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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09.21 09:41
  • 호수 289
  • 14면
  • 강보금 기자(amond@gimhaenews.co.kr)
   
▲ 인제대학교 디자인학부 정의태 교수가 밝은 표정으로 팥빙수를 즐기고 있다.

장독 뚜껑 같은 옹기에 담은 팥빙수
만년설 같은 미숫가루 고소함 독특

진액에 크림 올린 에스프레소 콘파냐
쌉싸름함 중화시킨 달콤한 맛 “최고”

시민단체 ‘우동사’ 사무처장직 분주
“은은한 커피처럼 삶에 스며들고 싶어”


우리나라에서는 1인당 하루 커피 섭취량이 1.7잔이라고 한다. 그만큼 커피는 '대세'다. 나아가 커피전문점도 단순히 커피를 판매하는 공간이란 개념을 넘어, 복합 문화공간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인제대학교 디자인학부 정의태(43) 교수와 커피 한 잔을 나누자고 했더니, 그는 인제대 후문 근처의 독특한 문화공간인 카페 '영화상회'로 오라고 했다. 정 교수는 "동료 교수들과 자주 이곳에 와서 시간을 보낸다. 한 달에 한 번 ㈔우리동네사람들 시민정책위원회도 이곳에서 연다. 커피뿐만 아니라 미숫가루도 별미"라며 웃었다. 정 교수는 현재 시민단체인 우리동네사람들의 사무처장직을 맡고 있다. 우리동네사람들은 '나눔봉사단위원회', '시민정책위원회', '시민문화위원회' 등 총 3개의 위원회로 구성돼 있다.
 

   
▲ 수제 생일케이크와 에스프레소 콘파냐. 오른쪽 사진은 아이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 콘파냐 어떻습니까." 정 교수는 자신의 단골 메뉴를 권했다. 기자는 맛이 쓴 에스프레소에 도전하기엔 무리한 감이 있어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선택했다. 그는 "간단히 팥빙수를 곁들이는 것도 좋겠다"면서 팥빙수도 함께 주문했다.
 
'영화상회'는 김비채(40) 사장이 운영하고 있다. 김 사장은 독립영화 제작과 시나리오 작업이 가능한 문화공간을 염두에 두고 2013년에 이 카페를 열었다. 그동안 영화 상영, 시 낭송, 그림 그리기 등 사람들과 다양한 문화를 공유하는 공간으로서 카페를 운영해 왔다고 한다. 김 사장은 "비록 지금은 육아와의 전쟁 때문에 각종 모임이나 프로그램을 실시하지 못하고 있지만, 내년에는 다시 시낭독회와 영화 모임 등을 만들어 활동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주문을 하려고 메뉴판을 보니 매우 친절한 글귀들이 눈에 들어왔다. 원두를 구입하는 곳을 비롯해 미숫가루를 공급받는 곳, 머그컵의 종류, 할인제도 등 세세한 부분까지 고객들을 생각한 메뉴판이 준비되어 있었다. '영화상회'의 원두는 커피 명인 허형만 씨의 '압구정커피'에서 공수해 온다고 한다. 허 씨는 20년 가까이 커피회사의 중역으로 일하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카페를 열었다. 미숫가루의 공급처도 독특했다. '장림시장에서 30년째 운영 중인 진짜상회 미숫가루 사용'이라 적혀 있기에 이곳이 어떤 곳이냐고 물었다. 김 사장은 "부모님이 운영하는 방앗간이다. 오랜 세월 다양한 시도 끝에 변함없는 부모님만의 미숫가루를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 카페 '영화상회' 전경. 내부가 훤히 보이도록 문과 창을 열어 놓았다.

김 사장이 카페에 대해 설명을 하다 자리를 잠시 비우더니 커다란 쟁반에 팥빙수와 커피를 담아 돌아왔다. 팥빙수를 담아 온 그릇 또한 특이했다. 마치 장독의 뚜껑 같은 옹기를 사용했다. 짙은 고동색 옹기 안에는 가득 갈아 넣은 얼음과 팥 한 덩이 그리고 진짜상회에서 가져온 미숫가루가 만년설처럼 뿌려져 있었다. 한 입 크게 떠먹자 사르르 입 안에서 달콤한 얼음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고소한 미숫가루 맛이 입 안에 은은하게 감돌았다. 팥은 매우 달콤했고 알알이 씹히는 식감을 선사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 진한 커피향이 입 안을 한 바퀴 돌고 나자 끝 맛에서 상큼한 과일향이 느껴졌다.
 

   
 

정 교수가 주문한 에스프레소 콘파냐는 에스프레소 진액에 크림을 올려 쓴 맛을 희석시킨 음료다. 에스프레소 콘파냐를 입 안에 털어 넣은 그는 "커피 맛을 제대로 느끼기엔 진액이 최고다. 그러나 쓴 맛이 너무 부담스럽다면 콘파냐를 마시는 것도 좋다. 크림으로 중화시키면 쌉싸름함에 달콤함이 뒤이어 오기 때문에 부담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간 날은 마침 김 사장의 생일이어서 김 사장의 부인이 직접 만든 생일 케이크도 한 조각 맛볼 수 있었다. 평소에는 직접 만든 컵케이크를 판매한다고 한다.
 
'영화상회'의 간판에는 문구가 하나 적혀 있었다. '방황하는 자가 모두 길을 잃는 것은 아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따온 문구였다. '영화상회'에 오는 손님들 중에 방황하는 이들이 있다면 커피 한잔과 문화 한 모금의 꿀 같은 휴식을 제공하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정 교수는 "우리동네사람들은 밀양신공항 반대운동, 옥시 불매운동, 공립 대안학교 유치 등을 위해 뛰었고 일정한 성과를 거뒀다. 앞으로도 은은한 커피 향처럼 삶 속에 스며들어 살기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마지막 에스프레소 한 모금을 입 안에 머금었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영화상회 / 인제로 284번길 46 1층. 아메리카노 3000~3500원, 카푸치노 3500~4000원, 에스프레소 3000원, 에스프레소 콘파냐 3500원, 미숫가루 3000원, 팥빙수 6000~1만 1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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