숟가락으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음식의 맛을 본다. 혀 전체를 덮는 듯한, 순하지만 오래 지속되는 '뒷맛'이 있다. 이 맛은 군침을 돌게 하면서 목구멍, 입천장과 입 안쪽을 모두 자극한다. 이 맛을 두고 우리는 감칠맛이란 표현을 쓴다.
 
단맛, 신맛, 쓴맛, 짠맛, 이들 4개의 기본맛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감칠맛을 찾아내고 규명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감칠맛은 1908년에 '글루탐산'이란 원인 물질이 발견된 뒤에도 1985년에 와서야 어느 정도 '제5의 맛'으로 인정받기 시작했고, 결국 2000년에는 사람의 혀에 있는 감칠맛 수용체가 발견됨으로써 존재가 확고해 졌다.
 
감칠맛은 다양한 음식에서 나온다. 대표적인 물질을 살펴보면, 아미노산 계열의 글루타민산은 다시마, 미역, 육류의 감칠맛이다. 핵산의 분해산물인 이노신산은 가다랑어, 멸치 등에서 만들어지며, 구아닐산은 표고버섯, 채소 등에서 추출되는 것들이다. 이 성분들은 단일하게 혹은 서로 어우러지면서 음식의 깊은 맛을 만들어 낸다.
 
감칠맛은 결국 단백질의 분해 산물이다. 가공되지 않은 음식을 먹을 경우 곡식, 과일과 같은 탄수화물(당류)은 입안에서 분해되어 단맛을 내고 지방은 고소한 맛과 향을 낸다. 하지만 단백질은 위장을 거쳐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야만 감칠맛의 성분이 나타나는 터라 안타깝게도 익히거나, 발효되지 않은 상태에선 감칠맛을 입안에서 느낄 수 없다.
 
인간은 감칠맛을 모유로부터 처음 접한다. 모유에는 같은 양의 맛국물과 거의 동일한 양의 감칠맛이 함유되어 있다고 하니, 감칠맛을 찾는 갈망은 인간의 본성이다. 따라서, 감칠맛을 만들어 내기 위한 노력이야 말로 요리의 역사라 하겠다.
 
소나, 닭을 푹 고아 감칠맛 나는 맛국물을 만들고, 돼지 다리를 햄으로 만들면 글루탐산이 증가한다. 가다랑어, 멸치를 우려내면 깊은 맛이 나고, 해산물이 젓갈로 발효될 때 글루탐산은 증가되어 감칠맛은 더욱 풍부해진다. 우유가 발효되어 치즈, 요구르트가 되고, 콩이 간장, 된장이 될 때, 그 속의 단백질은 분해되어 유리 글루타민이 증가되므로 요리의 맛을 내는 데 필수적인 요소가 된다.
 
또한, 이러한 재료들은 함께 요리되기 때문에 창조적인 풍미를 만들 수 있다. 가령, 한국인이 된장에 멸치나 해물을 넣어 끓이고, 일본인이 다시마와 가쓰오부시로 맛국물을 만들고, 중국인이 부추와 배추를 닭곰탕에 넣어 만들며, 이탈리아인이 버섯과 토마토 소스와 파르메산 치즈를 조합하는 것이 좋은 예이다. 성분을 조합할 때 느낄 수 있는 감칠맛은 개별 성분의 맛보다 휠씬 좋기에 감칠맛은 창의적이 되는 것이다.
 
이러한 감칠맛을 내는 글루탐산을 물에 잘 녹도록 나트륨을 붙여준 것이 글루탐산나트륨(Mono Sodium Glutamate) 즉, MSG이다. 사실, 글루탐산은 간장 공장에서 콩을 간장으로 만드는 것처럼 미생물에 의한 발효공법으로 생산되는 것이라 '건강에 해롭다'는 건 오해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물에 잘 녹도록 하기 위해 나트륨이 첨가된다는 것, 과다섭취 시 인간의 미각 수용체가 일정 양 이상의 과잉섭취를 알아낼 수 없다는 점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동의대 외래교수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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