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디자이너 김경화씨(34)는 늘 같은 자세로 컴퓨터 앞에 앉아 프로그램을 다룬다. 때문에 아침에 등이나 목이 뻣뻣해지며 통증을 경험하는 경우가 잦다. 최근 새 프로젝트의 일정을 맞추느라 야근하는 날이 많아졌다. 새벽까지 작업을 하던 어느 날, 갑자기 어깨와 목에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면서 마비 증세가 왔다. 담(痰)이 온 것이었다. 다행히 10분 정도 지나 담이 풀렸지만, 다음날 한의원에서 정밀한 치료를 받았다. 부산 삼세한방병원 조원준 진료과장의 도움을 받아 담결림에 대해 알아본다.
 

양방은 ‘근막동통증후군’ 진단
마사지, 온열·약물 치료로 조절

한방 “가래처럼 뭉친 진액” 진단
곳곳 통증에 소화장애·두통·중풍

스트레칭·걷기 등 해소에 도움
자세 교정이나 침구 치료도 필요



■ 담결림 민간요법
컴퓨터 앞에서 일하는 시간이 많은 환경에서 '담 결림' 증상에 시달리는 이들이 늘었지만, 담이란 증상은 원래 옛날부터 늘 골칫거리였다. 그런 만큼 지역마다 민간요법도 많았다.
 
부산 가덕도에서는 박과에 속하는 덩굴식물인 하눌타리를 탁주에 담가 두었다가 먹었다. 참기름에 찹쌀밥을 넣어 비벼 담이 생긴 부위에 붙이기도 하고 엉겅퀴를 삶은 물을 마시기도 했다. 부산의 조리마을에서는 담이 결릴 때 호박을 긁어 뜨겁게 만든 다음 환부에 붙여 치료를 했다. 전북 지방에는 담이 결릴 때 습한 그늘에서 자라는 천남성(天南星) 가루를 밀가루와 섞어 수제비를 끓여 먹는 민간요법이 있었다. 조원준 진료과장은 "전통적으로 '담'을 진액이 제대로 순환하지 않고 정체되어 나타나는 증상으로 봤기 때문에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민간요법이 있다"고 말했다.
 
■ 양방의 근막동통 증후군
양방에서는 담결림을 '근막동통 증후군'으로 진단하고 치료한다. 근육이 딱딱하게 뭉치면서 신경을 누르면 통증이 수반되는데 이를 근막동통 증후군이라 부르는 것이다. 발병 위치는 목, 어깨, 위팔, 허벅지 등 전신의 근육이다. 통증 부위는 주로 목덜미나 목과 어깨가 연결되는 등세모근(승모근) 부위 또는 어깨뼈(견갑골) 주변에서 나타난다.
 
근막동통 증후군은 '활동성 유발점'에 의해 통증이나 자율신경 증상이 나타난다. 아픈 부위를 누르면 심한 통증이 있는 것이 보통이고, 대개 어깨 움직임과 특별히 관계 없이 통증이 발생한다. 근막(근육을 둘러싸고 있는 얇은 막)의 통증 유발점은 갑작스럽게 근육에 스트레스가 가해지거나 근육이 과도하게 긴장한 결과, 조직이 손상되고 근육세포 내의 칼슘 농도 조절에 이상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이렇게 근육이 지속적으로 수축하면 그 부위에 대사산물이 증가하여 축적되고, 그 결과 주위 혈관이 압박되어 혈류가 감소한다.
 
가벼운 근막동통 증후군 증상은 휴식과 마사지, 온열치료를 하면서 타이레놀 등 진통제를 쓰면 조절할 수 있다. 심한 경우 활동성 근막 유발점에 바늘을 삽입하여 이를 파괴하는 시술을 한다.
 
■ 한방에서의 담결림
한방에서는 담을 근막동통 증후군의 원인으로 본다. 담 또는 담음(痰飮)이란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거나 소화가 안 될 때 그 독소가 빠지지 않아 마치 가래처럼 몸 안의 진액(체액)이 뭉친 것을 말한다. 한방에 '십중구담(十中九痰)'이라는 말이 있다. 10가지 병 중 9가지가 담병이라는 뜻이다. 흔히 심한 근육통이 왔을 때 담이 결린다고 하고, 심지어 눈 아랫부분의 '다크 서클'도 담에서 기인했다고 본다.
 
담음이 체외로 배출되지 못하고 근육에서 뭉치면 허리, 등, 어깨 등에 통증이 생긴다. 담음이 계속 체내에 머문 상태에서 돌아다니면 요통 외에도 소화장애, 비만, 두통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중풍까지 유발할 수 있다. 증상이 심한데도 잠시 근육이 뭉친 것이라고 치부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나 위장장애가 지속되면 어깨뼈(견갑골) 안쪽으로 담결림이 발생할 수 있다. 척추 부근으로 오장육부와 연결된 혈(穴) 자리가 존재하는데, 오장육부의 상태가 좋지 않을 때에 그 부분의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조원준 진료과장은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할 때는 심수혈에 담결림이 생길 수가 있으며, 위장장애가 심해지면 위수혈에 담결림이 발생할 수 있다. 이 때는 스트레스를 줄여주는 간단한 스트레칭이나, 천천히 걷기 등의 가벼운 운동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등과 목 그리고 어깨에 있는 근육들이 과도하게 긴장할 때 담결림이 발생하기도 한다. 특히 자는 동안 베게가 너무 높거나, 자세가 불안정해 근육이 과도하게 압박을 받다가 아침에 일어나는 순간 근육이 수축하면서 '좌상(삔 상태)'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근육 좌상은 침구치료를 통해 빠른 시간 안에 치료할 수 있다.
 
조원준 진료과장은 "척추에 문제가 있는 경우에도 담에 잘 걸린다. 안 좋은 자세가 원인이 될 수 있는 만큼 바른 자세로 걷고 앉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조금 안 좋다 싶으면 적극적으로 치료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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