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화포천습지에 서식하는 새들이 힘차게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있다.

 

원형 보전된 국내 최대 하천형배후습지
멸종위기야생동물 등 다양한 생물 서식

육상화·수질 저하·쓰레기 투기로 몸살
새들 활동 방해하는 연밭 조성도 문제

시민 환경의식 높여 스스로 보전케 하고
장기적 안목으로 생태 회복안 모색 필요
김해시 습지보호지역 지정 노력 큰 기대



여름이 물러간 화포천습지에는 매미 대신 귀뚜라미 울음 소리가 가득하다. 퇴래뜰을 산책하던 왜가리 한 마리가 인기척에 놀라 넓은 날개를 펄럭이며 창공을 가른다. 꽃밭 사이를 날던 암끝검은표범나비가 방문자를 안내한다.
 
화포천은 해발 659m인 진례면 신월리 대암산에서 발원해 13개의 지천과 합쳐진 뒤 남에서 북으로 진례면, 진영읍, 한림면을 지나 낙동강을 만나는 하천이다. 총 길이는 22.2㎞, 총 유역면적은 138.3㎢에 이른다. 이 중 화포천습지는 국내 최대의 하천형배후습지로 습지원형이 잘 보전돼 있어 '제2의 우포늪'으로 불리는 곳이다. 총 면적은 3.1㎢다. 통상 하천의 물은 동쪽이나 남쪽, 서쪽으로 흐르지만 화포천습지의 물은 특이하게 북쪽으로 빠져 나간다.

▲ 화포천습지생태공원 학습관 전경.

화포천습지에는 수달, 매, 큰고니 등 멸종위기야생동물 16종을 비롯해 식물 400여 종, 곤충 175종, 조류 77종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이를 증명하듯 화포천습지에서는 노란꾀꼬리가 지저귀며 나무 사이를 쏜살같이 날고, 파란 하늘에는 먹이를 찾는 매 2마리가 빙빙 원을 그리고 있었다.
 
하지만 화포천습지는 유량 부족으로 인한 육상화, 수질 저하, 쓰레기 무단 투기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물과 진흙으로 이뤄졌던 습지는 단단한 땅으로 변해 버드나무 개체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한 생태전문가는 "지류에서 화포천습지로 흘러 들어오는 유량이 적다. 화포천 상류의 물이 한림면, 진례면의 농경지로 빠져나가 유지용수가 부족해지면서 생긴 문제다. 이 때문에 습지의 육상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습지의 기본은 물이다. 습지의 육상화는 홍수 위험을 높인다. 이대로 가다간 화포천 습지는 결국 '산책하기 좋은' 공원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시원하게 물놀이를 즐기는 수달.

화포천습지 인근에는 지난 1년 사이 약 1만 2000㎡에 이르는 연밭이 조성됐다. 연밭 인근에는 어른 키를 훌쩍 넘는 높이의 비료들이 쌓여 있었고, 검은 기름이 연밭으로 흐르고 있었다. 연밭은 새들의 먹이 활동을 방해하고, 연밭에 뿌려지는 비료 등은 화포천 수질을 오염시킬 위험이 높다는 게 생태·환경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연꽃은 새들이 쉬거나 먹이 활동을 하는 데 방해가 되기 때문이다. 노랑부리저어새나 큰기러기 등 덩치가 크면서 물 위에 앉아 먹이를 찾는 새들은 연꽃 줄기에 부리가 걸릴 수밖에 없다. 새들은 먹이 활동을 할 때 어려움이 있으면 다른 장소로 떠나 버린다. 창원 주남저수지와 창녕 우포늪은 자연적으로 생긴 연밭을 제거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김해시는 거꾸로 화포천에 연밭 조성 허가를 내준 상황이다.
 
환경전문가들은 화포천습지를 보호하고 가꿔가기 위해서는 습지보호구역 지정, 장기적 유량 확보 계획 마련, 체험프로그램 다양화, 지역주민 참여 유도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환경단체 '자연과사람들'의 곽승국 대표는 "화포천습지는 공장 폐수, 쓰레기로 오염됐던 곳이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봉하마을에 내려온 덕분에 습지로서의 옛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 지금으로서는 화포천습지를 훼손하거나 농사를 지어도 막을 법적 근거가 없다. 시가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서둘러야 한다. 장기적 유량 확보 계획을 마련해 습지의 육상화 진행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 최근 조성된 연밭에 생활쓰레기가 나뒹굴고 있다.

영국 런던습지센터의 리처드 브룩 생물다양성 담당자는 "화포천습지 생태계를 보존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시민들이 오가면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시민들과 방문객들의 자연보호 인식을 높여 시민들 스스로 화포천습지를 보존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라고 조언했다.
 
전남 순천시 순천만보전과의 황선미 연구사는 "순천만이 생태도시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시민단체와 국내·외 비정부기구(NGO) 단체들의 의견을 다양하게 수용한 덕분이었다. 김해시가 지역 NGO들의 역량을 길러주고 화포천 인근 지역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야 화포천습지의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이찬우 과장은 "김해시가 난개발로 얼룩진 도시 이미지를 친환경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화포천의 생태적 가치와 더불어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높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김해시민들이 화포천과 가깝게 지낼 수 있도록 화포천의 생태교육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또 "지자체들은 단기적 성과에 급급해 시설만 설치하는 경향이 있다. 장기적 안목을 갖고 화포천의 생태적 기능을 최상으로 회복시키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 시민들이 자연생태계 탐방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해시의 경우 친환경생태과에서 화포천을 관리한다. 올해는 화포천을 유지·관리하기 위해 예산 4억 3000만 원을 투입했다. 시도 화포천의 습지보호지역 지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 시는 이달 말이나 다음 달 초 국립습지센터에 습지보호지역 지정 건의를 할 예정이다.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국립습지센터의 전국 내륙습지 일반조사, 환경부 대상지 선정 및 정밀조사, 지정계획수립, 공청회, 환경부 지정·고시의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
 
친환경생태과 관계자는 "습지보호지역 지정은 인근 주민들의 큰 반발만 없다면 원활히 추진될 것으로 본다. 습지보호지역 지정 이후에는 인근 논과 목초지를 습지로 복원할 계획이다. 육상화된 지역은 습지보호지역 지정 후 육상화 방지 공법을 시행할 방침이다. 이후 유량 확보 계획을 세울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 역량 강화 프로그램을 실시해 환경감시원 등을 배출할 생각이다. 습지와 연계한 지역주민 참여형, 마을주도형 6차 사업을 추진하겠다. 화포천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끝>
 

김해뉴스 /김해=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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