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열린 ‘책 읽어주는 행사’.

소리작은도서관 ‘책 읽어주기’
사서, 동화모임 회원 재능기부


'소리작은도서관'은 김해주간보호센터의 시각장애인 15명을 대상으로 책을 읽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김해도서관 사서 2명과 '동화를 사랑하는 모임'의 회원들이 재능 기부로 수업을 진행한다. 소리작은도서관은 2010년 김해시가 전국 처음으로 선보인 독서 장애인 전용 도서관이다.
 
지난 21일 방학을 마치고 2학기 첫 수업이 열렸다. 수업시간이 되기 전부터 어르신들은 자리에 앉아 강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한 강사가 들어와 인사를 하자, 어르신들은 "목소리가 더 예뻐졌다"며 반갑게 인사를 했다. 강사가 김춘수의 시 '꽃'을 낭송하자 다들 진지하게 감상했다. 낭송 후에는 시 내용을 통해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마음을 여는 따뜻한 소통의 자리를 만들었다.
 
김해도서관에서 나온 고경리 사서는 아프리카 탄자니아의 알비노병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어 주면서 "알비노병은 선천성 색소결핍증"이라는 의학정보를 알려주기도 했다. '동화를 사랑하는 모임'의 손은희 회장은 연암 박지원의 <양반전>을 읽어 주었다. 어르신들은 때로는 고개를 끄덕이고, 때로는 혀를 차면서 책 이야기에 푹 빠졌다. 최은주 회원은 <좋은 글>에서 가져온 '인생에 필요한 다섯 가지의 끈'이라는 글을 읽어 준 뒤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았다. 안선희 사서는 '쓸모없음의 쓸모 있음'이라는 글을 읽어 주었다.
 
이 행사는 책을 읽어주는 프로그램이지만, 책을 읽어 주는 데에서 끝나지 않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벽을 없애는 화기애애한 소통의 자리였다. 손은희 회장은 "다른 어느 단체보다 경청하는 자세가 좋다. 늘 기쁜 마음으로 수업을 진행한다. 즐겁고 보람이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시각장애인 김기환(서상동) 씨는 "이전에는 전자책, 녹음CD, 컴퓨터를 통해 책을 읽었다. 이 프로그램은 이전의 독서방법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좋은 점이 많다. 사람 사이에 정을 느낄 수 있고 비장애인과의 소통 등 소중한 것들을 얻는다. 비장애인들이 열린 마음으로 장애인들을 받아들이고 사회에 참여시키는 게 진정한 복지"라고 말했다. 다른 시각장애인 오재희(내동) 씨는 "책을 정말 좋아한다. 책에 대한 갈증이 너무 많았다. 길을 걷다가도 이전에 들었던 책의 줄거리가 머리에 떠오른다. 늘 즐거운 마음으로 수요일을 기다린다. 예전에 손 떨림이 있었지만, 책을 들으며 심리적 안정을 찾은 뒤 사라졌다"며 즐거워했다.
 
김해도서관 남경민 담당자는 "시각장애인들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정보나 뉴스 등을 들을 수 있다. 그러나 점자도서가 보편화되지 않아 점자를 모르는 시각장애인들은 책을 접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들에게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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