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을 먹을 때 생선요리나 밑반찬, 국물 등에 식초를 조금씩 넣어 먹는 경우가 있다. 짜장면에 따라오는 단무지에 반드시 식초를 뿌리고 냉면에 의무적으로 식초를 넣는 것처럼. 이런 사람들은 식초가 비린 맛을 없애고 살균도 하고 식욕도 북돋운다면서 자신만의 식습관을 자랑한다.
 
한때 '빙초산 사건'으로 식초의 섭취가 주춤하긴 했으나 요즘에는 음식에 첨가되는 조미료로서의 쓰임을 넘어 건강과 미용을 목적으로 마시는 음료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높다.
 
식품위생법상의 식초의 정의를 보면 '알코올성 곡류 음료나 과실류 등을 원료로 하여 양조한 양조식초와 빙초산 또는 초산을 원료로 하여 만든 합성식초를 말한다'로 되어 있다.
 
합성식초는 원료인 석유를 화학적으로 산화시킨 빙초산을 물로 희석한 것을 말하는데 강산성이며, 기타 영양성분은 없다. 따라서 식음료로서의 유통은 근절되어야 한다.
 
식초는 생각만 해도 침을 돌게 하는 신맛이라 산성물질로 생각하기 쉽지만 실은 알칼리성식품이다. 식초 자체는 산성을 띠지만 우리 몸에 들어가면 침이나 위액의 영향을 받지 않고 소장에서 흡수되는데 이때 알칼리성 물질만 남기 때문이다.
 
식초는 그 신맛을 통해 소화액의 분비를 자극시켜 입맛을 돋우며, 음식이 체내에서 분해되어 포도당이나 아미노산으로 될 때 간에서의 분해, 흡수를 촉진시킨다.
 
특히 피로개선 기능은 주목할 만하다. 심한 운동을 하거나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근육이 뻐근해지고 전신의 피로감을 느낀다. 이것은 체내에 '젖산(lactic acid)'과 '피루브산(pyruvic acid)'이 많이 생성됐다는 것인데, 이러한 피로 물질은 식초 내에 있는 유기산에 의해 분해되어 몸의 활기를 찾게 해준다.
 
또한 강력한 살균작용을 갖고 있어 대장균이나 포도상구균 같이 식중독을 일으키는 세균을 30분 이내에 죽이고 식품의 보존성을 높인다. <동의보감>에도 "초는 성(性)이 온(溫)하며 맛이 시고 독이 없어 옹종(擁腫)을 없애고 혈운(血暈)을 부수며, 모든 실혈(失血)의 과다와 심통(心痛)과 인통(咽痛)을 다스린다. 또한 일체의 어육과 채소 독을 소멸시킨다"라고 기록돼 있다.
 
식초에서 나는 신맛은 아세트산에 의한 것으로, 식초에는 95%의 수분과 흔히 초산이라 부르는 아세트산이 약 4%가량 포함되어 있다.
 
생성 과정을 살펴보면 우선 곡류, 과일 등의 당류는 산소가 없는 상태에서 효모에 의해 알코올 즉, 술이 된다. 다시 산소가 있는 상태에서 알코올음료가 방치되면 발효에 의해 아세트산이 생성되므로 식초라 느끼는 시큼한 맛이 탄생되는 것이다.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맥주, 포도주, 정종처럼 술의 이름이 원재료에 따라 다르듯이 현미식초, 맥아식초, 사과식초, 감식초, 포도식초 처럼 식초 역시 원재료에 따라 다른 이름을 갖는다.
 
이는 곡류와 과일 등이 나쁜 균에 의해 '부패'되지 않고 유용한 균에 의해 '발효'되므로 얻는 이익은 분명 증가하지만 원재료가 갖고 있는 각각의 차고 더운 성질마저 크게 바뀌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뜻한다.
 
현미, 사과, 파인애플, 레몬 등으로 만든 식초는 소화기가 냉한 체질에게 적합하며 맥아, 포도, 감, 바나나 등으로 만든 식초는 소화기에 열이 많은 체질에게 적합한데 이를 잘 구분하여 이용한다면 식초는 틀림없이 건강식품으로서의 기능을 할 것이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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