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 도시계획위원회 위원들이 지난달 9일 심의를 앞두고 삼계나전지구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이날 답사는 30여 분만에 끝났다.

사전협의·법 등 이미 있는 내용
시의원들 “새로운 듯 포장 의도적”
임대기간 연장 배경 강한 의구심
태광 뉴스테이 추진 길만 연 셈


속보=김해시 도시계획위원회(위원장 오윤표 동아대 명예교수)가 태광실업이 추진 중인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에 대한 안건을 통과시키면서 9개의 조건을 내걸었다.(<김해뉴스> 9월 28일자 1면 등 보도) 그러나 이들 조건이 관련기관 및 부서 협의 당시 조치계획서에 이미 반영되었거나 관련 법 규정이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도시계획위원회가 시민들을 상대로 '눈 가리고 아웅' 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한 9가지 조건 가운데 김해시와 태광실업이 강조해 온 '서민 임대아파트' 대신 기업의 이익이 한층 더 보장되는 '뉴스테이(기업형 임대주택)'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드러나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김해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달 9일 김해시청 소회의실에서 회의를 열어 두 번째 안건으로 올라온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 기본계획을 심의했다. 위원회는 이날 9개의 조건을 붙여 안건을 통과시켰고, 시는 태광실업 측에 수용 여부를 물었다. 태광실업은 이를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는 이에 따라 최종적인 도시개발지구 지정을 위한 내부 검토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는 그러나 9개의 조건을 끝내 공개하지 않았고, <김해뉴스>의 정보공개 청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해뉴스>는 다른 경로를 통해 9개의 조건을 입수했다. 9개의 조건은 △생태복원 공법 시공 두께 15㎝로 확대 △공원 설치 문제 낙동강유역환경청과 협의 △초등학교 건물 기부채납 △중학교 문제 교육청과 협의 △소음, 악취, 오수계획 실시설계 시 반영 △불법폐기물 매립 발견 시 관련법령에 따라 조치 △경전철역까지 1㎞ 보도 설치 △임대기간 5년에서 8년으로 변경 △사면녹지 원형보전 등이다.
 
이들 9개 조건에 대해 김해시의회 삼계나전특위 위원장을 맡았던 엄정(새누리) 의원은 "원인자 제공부담 원칙에 따라 개발사업자가 환경, 도로 등의 기반시설을 설치하고 녹지 등을 확보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다. 그런데 도시계획위원회는 마치 이를 강제하는 것처럼 조건에 넣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사면녹지 문제, 보도 문제, 중학교 문제, 공원 문제 등은  이미 사전협의 당시의 조치계획서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원래 하기로 돼 있는 내용을 마치 새로운 조건인 것처럼 포장한 데에는 어떤 의도가 숨어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질타했다.
 
삼계나전특위 간사였던 이영철(무소속) 의원은 "도시계획위원회의 조건이란 게 황당하기 그지없다. 폐기물 불법매립 의혹만 해도 문제가 제기됐으니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는 것도 아니다. 불법사실이 발견되었을 때 관계법령에 따라 조치를 취하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 아닌가. 이런 조항을 조건으로 내건 건 면피용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해교육지원청 관계자도 초등학교 건물 기부채납 문제와 관련, "기부채납이 이뤄지지 않으면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의 타당성검토에서 적합으로 결정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 초등학교 문제가 정리되지 않으면 현행법상 사업 진행이 힘들 수 있다고 이미 사업제안자(태광실업)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요컨대, 9개 조건 가운데 임대기간을 5년에서 8년으로 변경하고, 생태복원 시공 두께를 15㎝ 이상으로 하라는 것 외에는 새로운 게 전혀 없는 실정이다.
 
임대기간을 5년에서 8년으로 하라는 조건에 대해서는 강한 의혹이 일고 있다. 이는 뉴스테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된다. 임대주택 관련법을 보면 임대기간 8년은 뉴스테이가 유일하다. 국민임대는 30년, 민간임대는 5년이나 10년으로 규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김해시 도시관리국이 "사업방식을 뉴스테이로 결정한 적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느닷없이 뉴스테이 관련 조건이 튀어나온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김해시 관계자들과 복수의 도시계획위원들에 따르면 도시계획위원인 전영기(새누리당) 의원이 '임대기간 8년 이상' 안을 제시하고, 오윤표 위원장이 '8년'으로 정리했다. 전 의원은 <김해뉴스>와의 통화에서 "서민을 위한 아파트인데 5년의 임대기간은 너무 짧으니 8년 이상은 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한 말"이라고 해명했다.
 
오 위원장은 "당시 의견이 많아 해당 내용이 권고사항이었는지, 조건이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면서 "시에 물어 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참 뒤에는 "왜 공개되지 않은 심의조건에 대해 취재하느냐. 심의조건은 전체 위원들의 의사"라며 더 이상의 답변을 거부했다.
 
이처럼 9개 조건의 진정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자 일부에서는 지난 도시계획위원회의 심의 자체가 무효라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한 도시계획위원은 "삼계나전지구 도시개발사업의 기본계획을 마련한 태광실업 용역사 관계자가 당시 회의에서 도시계획위원들에게 '절대 뉴스테이가 아니다. 추진할 사업은 서민 임대아파트'라고 강조했다"면서 "그런데 뉴스테이로 간다면 용역사 관계자가 거짓말을 한 게 된다. 그렇다면 심의 결과는 원천적으로 무효이므로, 원점에서 다시 심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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