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경원고 신해균 교장과 학생들이 교정에서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공통·인문·자연·예체능 92개 과정 진행
자기주도적 스터디그룹 통해 ‘협력’ 배워

독서토론 북클럽에 학생들 자발적 참여
수학여행 체험기 ‘여행책’ 발간 이색적

‘창의과학 연구대회’ 이공계에 큰 도움
인근 초·중에서 교육기부 활동도 실시


1998년 개교한 김해경원고(교장 신해균)는 다른 학교의 교장들로부터 "좋은 교육프로그램이 많은 학교"라고 칭찬을 듣는 학교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인지도가 낮은 인문계고였지만, 2012년 자율형공립고로 선정된 이후 변화의 바람을 타고 성장하기 시작했다. 교사들이 끊임없이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한 덕분에 자율형공립고 선정 1년 만에 경남도교육청 교육과정 우수학교, 자율형공립고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신 교장은 "최근 3년간 정원의 배를 넘는 학생들이 1지망으로 경원고를 적었다. 개개인의 특성을 살릴 수 있는 교육 덕분에 입학성적보다 진학성적이 더 좋은 학교로 발전했다"고 자평했다.
 
 

▲ 교육 재능기부 활동 모습.

■다양한 프로그램과 자기주도적 학습
경원고에 입학한 1학년들은 먼저 '학교생활 길라잡이' 안내서를 받는다. 여기에는 과학탐구대회, 문학기행, 독서사진공모전, 경원미술대전 등 1년 동안 운영되는 92개 교육프로그램이 공통, 인문, 자연, 예체능 과정으로 정리돼 있다. 자신이 선택한 프로그램을 잘 이수하면 학생부에 기록된다. 학생들은 많은 교육과정 중에서 4개밖에 선택할 수 없어 즐거운 고민에 빠지기도 한다. 신종철 교무부장은 "대학에서는 고교 때의 활동을 중시한다. 그만큼 학생부가 중요하다. 우리 학교의 프로그램은 학생들로 하여금 어떻게 학생부를 채워 나가야 할지 스스로 선택하게 함으로써 진로를 찾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했다.
 
30개가 넘는 자기주도적 스터디그룹도 눈에 띈다. 같은 꿈을 가진 학생들이 모여 팀을 꾸려서 학교에 신청해 만든 스터디그룹이다. '썩은 물에서 용난다', '서울대19학번들' '성(공해서)취(킨먹는모임)' 등 스터디그룹의 이름도 유쾌하다. 학생들은 자신이 잘하는 교과목을 다른 학생들에게 가르치는 학습도우미 역할을 맡는다. 공부뿐만 아니라 시사·독서토론도 하며 대학 논술·구술 면접 대응력을 기른다. 학교는 그룹별 활동 결과를 평가하고 발표대회를 개최해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 학습의 동기를 부여한다. 신 교무부장은 "학생들은 개인주의에서 벗어나 서로 협력하며 '같이'의 의미를 배운다. 이는 학습능력을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에도 도움이 되는 경원고만의 으뜸 프로그램"이라며 웃었다.
 
 

▲ 해설이 있는 명작 갈라콘서트.
▲ 토요 독서회 행사 이후 기념촬영.

■경원북클럽과 여행책
경원고는 다른 학교에 비해 독서 관련 활동이 활발하다. 학교 도서관에 사서교사가 배치돼 독서친화적 환경을 만들었다.
 
이런 활동 가운데 하나는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뤄지는 북클럽이다. 4~5명이 조를 이뤄 같은 책을 읽고 열띤 독서토론을 펼치는 프로그램이다. 학생들은 활동을 정리한 자료를 만들어 발표회를 갖기도 한다. 신 교무부장은 "교과수업만으로서는 교육에 한계가 있다. 독서를 통해 방대한 지식을 쌓고 인성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북클럽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원고 학생들은 또 2013년부터는 수학여행을 다녀온 내용을 담은 '여행책'을 출간하고 있다. 수학여행을 기록한 사진과 글 등을 담은 책이다. 학교는 학생들로부터 여행에 앞서 신청을 받은 뒤 이중 일부만 골라 책을 만든다. 올해는 20개 팀의 여행책 20권을 만들어 지난 7월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김수진 사서교사는 "학생들은 글을 쓰면서 책이 삶과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주변의 사소한 이야기를 다룬 것이라는 점을 이해한다. 책을 출판하며 성취감과 자신감을 기를 수 있어 매년 여행책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경원고는 이밖에도 주제와 관련된 책을 읽고 토론하는 '끝장토론 에세이 대회', 고마운 사람에게 마음을 담은 편지를 써 보내는 '책에 마음 담아 보내기'와 '시 쓰기 및 낭송 대회' 등 다양한 독후활동을 실시하고 있다.
 
 

▲ 끝장토론대회를 준비하는 학생들.

■배움을 나누는 창의과학 교육
경원고는 '창의과학 1인 1과제 연구대회'를 열어 자연이공계열 대학 진학을 희망하는 학생들에게 과학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키우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는 분야의 주제를 선정한 뒤 학년 구분 없이 모둠을 구성해서 과제를 수행한다. 물론 교과 담당교사와 멘토-멘티 관계를 형성해 문제점, 방향 등을 지도받는다. 연구보고서는 3월에 시작해 12월에 마무리한다. 중간발표회를 열어 보고서를 점검하기도 한다. 완성된 연구보고서는 지도교사의 손질을 거친 뒤 '연구과제집'으로 발간한다.
 
학생들은 학교 수업에서 진행하기 힘든 수준 높은 실험, 자료 해석, 토의 등을 대전 국립중앙과학관 창의과학체험교실에 참여해 경험한다. 총 4개 반으로 나눠 '나노액정 만들기', '생명공학 유전자조작', 'DNA 정제와 전기영동' 등 다양한 과학수업에 참가한 뒤 탐구보고서 대회도 연다.
 
학생들은 '사이언스 노블레스 오블리주'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통해 배움을 나누는 활동도 벌이고 있다. 과학동아리나 '창의과학 1인 1과제 연구', 과학교실 등에 참여하는 3학년 학생들이 지난 2년 동안 연구했던 콘텐츠를 다시 공부해 봉사에 나선다. 봉사 대상은 초·중학교 학생들이다. 주로 경원고와 가까운 봉명초의 고학년 학생들을 상대로 활동 중심의 과학, 수학, 영어 교육을 진행한다. 신 교무부장은 "교육대나 사범대를 지망하는 학생들이 수업을 해 봄으로써 교사로서의 역량을 기를 수 있다. 배움을 받는 후배들은 꿈을 키울 수 있고, 가르치는 선배들은 꿈을 발전시킬 수 있는 상생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신 교장은 "자율형공립고의 예산이 일반고보다는 많기 때문에 다양한 활동을 시도해 보고 있다. 학생들이 진로를 확실히 결정해서 졸업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체계적으로 진로지도를 할 수 있도록 내실을 다지기 위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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