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21st Gimhae Buncheong Ceramics Festival
'제21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 14일부터 열흘간 대잔치

1592년 임진왜란이 터질 무렵 김해에 '백파선'이라는 여자 도공이 살고 있었다. 그는 도공 김태도의 부인이었다. 두 사람은 다른 조선 도공들과 함께 일본 사가 현으로 강제로 끌려갔다. 백파선은 그곳에서 남편과 함께 조선막사발, 향로 등을 만들었다. 남편을 잃은 뒤에는 일족을 데리고 아리타로 옮겨 도자기를 계속 만들었다. 백파선이 세상을 떠나자 일본 사람들은 그를 '아리타 도업의 어머니'라 불렀다.
 
김해시는 오는 14~23일 진례면 김해분청도자관 일원에서 제21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를 연다. 올해 축제의 주인공은 바로 400여 년 전 일본 전투선의 뱃머리에 서서 남편의 두 손을 붙잡고 눈물을 뿌리며 고향을 떠났던 백파선이다. ㈔김해도예협회는 축제 주제를 '백파선, 400여 년 전 도공의 숨결 김해분청에 어리다'로 선정했다.
 
올해는 김해의 분청도자기 역사에 방점을 찍을 만한 중요한 한해였다. 시가 지난 7월 초 상동면 대감리 도요지에서 실시한 정밀발굴조사 결과 '14~15세기에 100년 정도 공납용 분청사기를 생산한 요업장이었고, 분청사기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있는 요충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자료와 평가가 나왔다. 또 일본 후쿠오카 시의 하카타유적에서 발굴한 분청사기가 김해 상동 가마터에서 출토된 것과 같은 유물임이 확인됐다. '김해'라는 글자가 새겨진 도기 파편이 발견되기도 했다. 김해에서 생산된 도자기가 일본 도자기의 원류임을 입증하는 증거였다.
 
올해 김해분청도자기축제의 주인공이자 주제를 백파선으로 잡은 것은 이런 상황을 고려한 결과다. '400여 년 전 도공의 숨결 김해 분청에 어리다'라는 말은 선배 도공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그들의 업적을 기리며, 지역 도예가들의 예술혼이 담긴 도자기를 선보이자는 뜻이다.
 
김해도예협회는 이번 축제에서 백파선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일본 아리타의 '백파선도자관' 관계자들과 도자 교류 협력 방안에 대해 논의할 생각이다. 축제 기간에 그들을 초청해 원류도공 추모제를 열기로 했다. 백파선 홍보 부스도 설치하고 학술세미나 등도 진행할 방침이다.
 
백파선은 자손들에게 '심해(일본식 발음 후카우미)'라는 성을 물려줬다고 한다. 고향 김해를 마음 깊이 그리워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백파선은 심해라는 성을 통해 여전히 김해에 살아있는 셈이다. 올해 김해분청도자기축제는 평생은 물론 죽어서도 고향을 잊지 못한 백파선의 마음과 업적에 대한 연구가 지역에서 활발해지고, 이를 통해 김해 분청도자기의 소박한 아름다움이 국내·외에 멀리 퍼져 나가는 계기가 되리라는 기대를 모은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독특한 기법 따뜻하게 창작해 선보이는 자리”

▲ 이한길 김해도예협회 이사장

■ 이한길 김해도예협회 이사장

"옛날 김해 선배 도공들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그 뜻을 기리는 의미 있는 축제입니다. 아울러 분청의 독특하고 다양한 기법을 현대의 흐름에 맞게 따뜻하면서도 소박한 감성으로 창작해 선보이는 자리입니다. 도예산업의 전통을 계승, 발전시키려고 노력하는 김해 도예인들에게 많은 성원을 보내 주기를 바랍니다."
 
제21회 김해분청도자기축제를 총괄 지휘하는 김해도예협회 이한길 이사장의 당부다. 그는 2001년 김해도예협회 회장, 2012년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분청도자기축제를 치른 바 있다. 올해는 그가 책임을 지는 네 번째 분청도자기축제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축제 장소는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주차장과 분청도자관 앞 거리였다. 장소가 분산돼 축제를 찾은 관광객들이 혼란을 빚기도 했다. 올해는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더 편리하게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진례로를 축제장으로 활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이사장은 또 "일정 제약을 받지 않고 더 많은 관람객들이 축제장을 찾아올 수 있도록 행사 일정을 열흘로 잡았다. 주말이 두 번 들어가도록 했다. 올해는 부스 200여 개를 설치한다. 시민들과 관광객들이 편하게 김해의 분청도자를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이사장은 "옛 방식만을 고집하지 않고 현대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도자기를 만드는 것이 '전통'이다. 분청도자기의 특징인 자유로움과 정형화되지 않은 형태를 계속 이어가면, 훗날 후배 도예가들에게는 현재의 작업이 '전통'이 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생활자기, 민족자기라고도 불리는 분청도자기의 정신이다. 거기에 옛 것을 잃지 않고 재현하는 전승기법도 잊어서는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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