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수(오른쪽) 김해시의회 의원과 안오영 삼방시장상인회 회장이 만두를 먹으며 즐거운 표정을 짓고 있다.

소풍 떠나듯 신나게 찾은 시장 식당
부담없는 좌판에서 웃으며 한끼식사

돈육 굵게 다진 고기만두 느낌 독특
짜지도 맵지도 않은 김밥 자극성 전무
질금 4시간 끓인 식혜 담백한 맛 최고

시민단체 활동하다 정치에 발 담궈
도의회 진출보다 3~4선 시의원 꿈꿔

 

▲ 김밥과 식혜.

김해시의회 김형수(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점심을 함께했다. 그가 선택한 식당은 지역구인 삼방동에 있는 삼방전통시장 안의 '똘이분식'이었다. 처음에는 횟집에 가려 했으나,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급히 장소를 바꿨다고 했다. 동상동전통시장 등에서 칼국수 등을 먹어보긴 했지만, 삼방시장에서 식사를 하기는 처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시장 분위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마치 '소풍'이라도 가는 듯 즐거운 기분이 들었다.
 
"삼방시장의 개념이 '소풍시장'입니다. 인근 주민들이 소풍을 가듯 시장에 기분 좋게 놀러와 재미있게 장을 보고 가라는 뜻입니다."
 
시장을 찾은 기자의 얼굴에서 나들이 나온 듯한 분위기를 알아차리기라도 한 것일까. 김 의원이 똘이분식의 간이식탁 앞에서 만두, 김밥을 주문한 뒤 삼방시장에 대한 소개를 하던 중 '소풍'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자리를 함께 한 ㈔삼방전통시장상인회 안오영 회장이 '소풍시장'의 개념을 설명했다. "소풍처럼 시장에 와서 즐길 수 있고, 실제로 소풍을 갈 때 필요한 모든 물건들을 살 수 있습니다."
 
김 의원은 사는 곳이 인근이어서 삼방시장에 거의 매일 들른다고 했다. 어떤 날은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두 번씩 찾아오기도 한다고 했다. 이곳에서 간단하게 식사를 하거나 반찬거리를 사 가기도 하면서 시장 상인들과 잘 알게 되었고 정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경북 경주 출신이다. 어릴 때 부산으로 이사를 간 뒤 영도구에 있는 동삼초등학교와 남중학교, 동아고등학교를 나왔다. 이어 대구대학교에서 심리학을 전공했다. 제약회사에 다니던 그가 김해로 온 것은 영업의 부담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였다고 했다.
 
김 의원은 당시 안동공단에서 방직기계와 자동차 부품을 만들던 한국서핀들이라는 회사에 입사했다. 제품이 너무 잘 팔려 고생(?)을 했다고 했다. 그는 1997년 개인사업을 위해 퇴사했지만 외환위기가 터지는 바람에 사업은 시작하지도 못했다. 대신 '김해시대'라는 생활정보지와 지역포털 관련 사업에 손을 댔다. 또 기독교인터넷포털사이트 업무에도 관여했다. 이런 일을 하면서 '김해생명의전화' 등에서 봉사활동을 하게 됐다. 이 때의 봉사활동이 그를 정치로 이끈 계기가 됐다.
 

▲ 똘이분식 강권순 사장.

똘이분식 강권순 사장이 막 쪄낸 김치만두, 고기만두와 즉석에서 싼 김밥을 내 놓았다. 좁은 간이식탁은 따뜻한 김이 모락모락 오르는 음식으로 가득 찼다. 만두와 김밥은 원래 좋아하는 것이어서 김 의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에 입 안에서 침이 꼴깍 넘어갔다. 잠시 대화를 멈추고 만두를 맛보기로 했다. 먼저 고기만두를 집어 먹었다. 다른 만두가게와 달리 굵은 고기가 입안에서 굴러다녔다. 강 사장은 "고기를 굵게 다진다. 장사를 하기 전에 집에서 만두를 만들어 먹었는데 그렇게 하니 더 맛이 있었다. 그래서 가게를 연 뒤에도 고기를 가늘게 다지지 않고 입 안에서 씹힐 수 있도록 굵게 다진다"고 말했다. 굵은 고기를 넣은 만두에서는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김치만두를 맛보았다. 고기만두보다 고기를 잘게 썬 듯 속이 부드러웠다. 기자의 취향으로는 고기만두가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김밥을 입에 넣었다. 요즘에는 자극적인 맛의 김밥이 대세이지만 똘이분식의 김밥은 매우 담백했다. 짜거나 맵거나 하는 자극적인 맛이 거의 없었다. 프랜차이즈 가게에서 파는 김밥 맛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다소 싱거울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갑자기 노란 단무지가 눈에 들어왔다. 젓가락으로 한 조각을 집어 맛을 봤다. 다른 단무지에 비해 조금 더 부드럽고 덜 짜다고 해야 할까. 미세한 부분이었지만 지금까지 먹었던 단무지와는 느낌이 달랐다.
 
강 사장은 "경북 봉화에서 가져온 단무지다. 우리 가게와 거래하는 업체에 특별히 부탁해서 공급받는다. 처음에 그 업체에서 난색을 보이기에 '그러면 모든 거래를 끊겠다'고 했더니 힘들게 구해서 가져다  주더라"며 웃었다.
 
똘이분식에서 사용하는 재료들 가운데 대부분은 삼방시장의 다른 가게에서 사 온다. 안 회장은 "고기는 시장 안의 정육점에서, 채소는 채소가게에서 가져온다. 미리 많은 분량을 사다 놓을 필요가 없다. 그러다 보니 냉장고에 쌓아놓을 필요가 없어 재료가 항상 싱싱하다"고 설명했다. 말을 듣고 있던 강 사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 단출한 똘이분식 전경.

김 의원은 봉사활동을 하면서 김해시나 김해시의회의 '높은 분'들을 만날 기회가 자주 있었다. 그런데, 여러 행사에 참석한 고위인사들이 얼굴만 슬쩍 비치고는 사라지는 모습을 보고 실망을 많이 했다. 혹시라도 내가 정치를 하면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다 2006년 시의원선거 때 당시 민주당 경선에 참여하게 됐다. 결과는 낙선이었다. 이후 민주당 김해갑 지역위원장을 맡아 본격적으로 정치에 발을 들인 그는 2010년 시의원선거에서 당선했다. 그리고 2년 전에는 재선에도 성공했다. 그는 시의원 6년 동안 정말 많은 일을 했다. 2012년 부산김해경전철 특위를 구성해 보고서를 만들었고, '김해공항 간판명칭 변경금지 촉구 결의안'을 상정해 통과시키기도 했다. 5분 자유발언과 시정 질의 참여 횟수만 놓고 보면 김해시의원들 중에서 그가 1~2위를 차지할 정도다.
 
김 의원은 시민들이 인정해 준다면 앞으로도 계속 시의원으로 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도의회로 진출하라는 권유도 받았다. 그러나 김해를 위해서는 시의회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시정을 제대로 견제하려면 시의원도 행정 전문가가 돼야 한다. 3~4선 시의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화가 끝나갈 무렵 김 의원 곁에 식혜 병이 놓여 있는 게 보였다. 강 사장이 집에서 직접 만들어 파는 것이라고 했다. 지난 추석에는 수백 개를 판매했다고 했다. 플라스틱 병은 재활용하는 게 아니라 업체에 주문한다고 했다. 식혜 병을 하나 따서 김 의원, 안 회장과 함께 나눠 마셨다. 담백하고 깔끔하면서도 깊고 긴 여운을 주는 맛이었다. 기자는 싫어하는 표현이지만 '어릴 때 외갓집에서 마시던 그 맛'이었다. 다른 첨가물은 하나도 넣지 않고 질금을 4시간 이상 끓여 만든 맛이라고 했다. 김 의원이 앞으로 똘이분식의 식혜 같은 맛을 내는 정치인이 되기를 기대하면서 식혜 한 잔을 든 채 작별인사를 나눴다.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똘이분식 / 삼안로255번안길 6-2. 055-336-0074. 김밥 1800원, 만두 2500원, 식혜 3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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