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경주에서 우리나라 지진 관측 이래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이 발생한 이후 400회가 넘는 여진이 아직도 이어지고 있어 영남권 주민들은 공포에 떨고 있다. 부산에서 울진에 이르는 영남권은 오는 2020년대 완공 예정까지 포함하면 원전이 28개나 몰려 있어 단연 세계 최대 원전 밀집지역이다.
 
솔직히 말해 영남 지역 주민들은 북핵보다 지진으로 인한 원전 사고가 더 불안하다. 미국 보험회사 손실통제부서의 관리 감독자인 하인리히는 1931년 '산업재해 예방의 과학적 접근'이라는 저서에서 1: 29: 300 의 법칙을 소개했다.
 
소위 큰 재해가 1회 발생하면 통계적으로 그 전에 동일 원인으로 발생한 작은 재해가 29회, 운 좋게 재해는 피했지만 동일원인으로 사고가 날 뻔했던 사건이 300회 이상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법칙이다.

경주 지진의 진앙과 불과 25㎞ 떨어진 월성원전 1호기는 지난해 원자력안전위원회 심사를 거쳐 10년 간 수명이 연장되었다. 원전이 지진, 해일, 화재 등 중대 사고에 얼마나 견딜 수 있는가를 파악하는 스트레스 테스트에 정작 1호기 설계문서가 없어 2호기와 3호기의 안전심사자료로 대신했다고 한다. 뒤늦게 당국은 1호기 설계문서를 찾아 테스트를 했다고 변명했지만 비공개로 의혹만 키웠다.
 
앞서 2007년에는 30년 가동으로 폐기해야 할 고리 1호기 원전을 10년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수명 연장 당시 지역 주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가장 안전하다고 데려 간 곳이 바로 2011년 멜팅다운 재앙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이었다고 하니 더 이상 할 말을 잃게 한다.
 
고리 1호기는 건설 당시 기술부족으로 세 조각을 붙여 만든 이른바 용접원자로로, 고장이 잦은 공포의 핵발전소로 불린다. 얼마 전에는 고리 1호기 비상발전기 2대가 무려 18시간 동안 멈추었다는 사실을 은폐하려 했다는 사실이 두 달 지난 후에 알려지기도 했다.
 
전 세계 핵 발전소 평균수명이 19.3년인데 비해 한국은 30년 수명에 연장 10년은 기본이다. 게다가 우리 사회를 경악케 했던 43명 기소, 54명 불구속 기소의 위험천만한 핵발전소 납품비리 사건도 한몫하고 있다.
 
고리 원전 5㎞ 거리의 일광단층과 월성 원전 12㎞ 거리의 울산단층이 활성화 단층이라는 소방방재청의 정부보고서도 비공개 되고 추가조사가 필요하다고 주문했으나 추가 연구는 이루어지지도 않았다.
 
그뿐인가. 최근 국감에서 "활성단층 위에 원전이 건설됐는지 여부는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다"는 안전처장관의 기가 막힌 답변도 있었다. 자신이 호랑이한테 물려가고 있는지 아닌지를 본인도 모른다는 말과 진배없다.
 
정부는 이산화탄소 발생 없는 값싼 청정에너지로 대형 핵발전소 외에는 답이 없다고 강변하고 있다. 과연 그럴까. 토니 세바는 저서 <에너지 혁명 2030>에서 원자력 발전은 정부보조금, 유지 보수비용, 해체비용, 사고피해 보상금 등의 모든 히든 코스트를 고려하면 가장 값비싼 에너지라고 주장하며 태양광 에너지를 대안으로 제시한다.
 
국제원자력기구도 후쿠시마 원전 이후 대형원전 보다 중소형원전으로 전환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태양광은 지금까지 원자력에 비해 상대적으로 1540배 원가를 개선했고 오는 2020년까지 원가는 다시 3분의 1로 하락할 것이라고 한다.
 
전 소련 공산당 서기장 미하일 고르바쵸프는 '아마도 소련이 붕괴한 진짜 이유는 붕괴 5년 전 체르노빌 원전 사고'라고 했다. 세계 제일의 안전성을 자랑하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원자력의 민낯은 고스란히 드러났다.
 독일은 원전 재난 발생시 국내총생산(GDP)의 2.4배에 해당하는 처리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는 충격적 보고서를 받아들여 8기 원자로 가동을 즉각 중단하고 오는 2022년까지 원자력 자체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대한민국호는 성수대교, 삼풍백화점, 세월호, 메르스 파동 등 이미 하인리법칙의 상당 부분을 학습 중에 있다. 이제 우리 모두 그동안 익숙했던 설마와 방심의 관행을 버리고 대형원전만 고집하는 정부는 국가에너지 정책을 재정비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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