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인조 기타 동아리 '미투' 공연을 펼치고 있다.

7~9일 동상동서 ‘종로난장’ 열려
프리마켓·공연·체험 등 각종 행사 


김해문화재단은 지난 7~9일 동상동 종로길 일대에서 '2016 종로난장' 행사를 진행했다. 프리마켓, 공연, 스탬프투어 등을 통해 이주민, 원주민들의 이해의 폭을 넓힘으로써 문화다양성을 확산하자는 뜻에서 열린 행사였다.
 
개막일인 7일 오후 늦게 비가 내려 당초 예정됐던 '동상동 주민장기자랑'은 취소됐다. 8일에도 아침부터 비가 내렸다. 하지만 오후 늦게 먹구름이 옅어지고 비도 잦아든 덕분에 다행스럽게 행사를 시작할 수 있었다.
 
올해는 김해 출신의 한글학자 허웅 선생과 애국열사 배동석 선생의 생가터 등을 방문해 도장을 찍는 '스탬프 투어'가 처음 진행됐다. 도장 4개를 모두 받으면 필리핀, 우즈베키스탄, 베트남 등 이주민들이 직접 장만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행사였다. 스탬프를 모두 찍어 러시아 음식을 맛 본 원동성(24·한림면) 씨는 "러시아 음식을 처음 경험했다. 조금 싱거웠지만 고기는 맛있었다. 김해에 살면서도 허웅 선생을 잘 모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됐다"고 말했다.
 
프리마켓은 말 그대로 '난장'(亂場) 행사였다. 원주민들은 구제옷, 생필품, 액세서리 등을 500~2000원에 팔았다.

▲ 프리마켓에서 옷을 사는 이주민들.

가판에 아동복을 내놓은 김윤아(32·삼계동) 씨는 "아이들이 입는 옷 가운데 깨끗한 것들을 500~1000원에 팔고 있다. 비가 와서 그런지 관람객이 적어 아쉽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 온 노혜정(28·베트남 이름 노티반) 씨는 청바지를 파는 동료를 돕고 있었다. 그는 "예비사회적기업 '문화와 사람들'에서 베트남어 번역 일을 돕고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과 직접 만나는 행사는 처음이다. 재미있고 들뜬다"며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이주민들은 고국의 음식을 선보였다. 찹쌀에 코코넛을 넣어 만든 필리핀 간식 '비꼬'를 팔던 린다(39·장유) 씨는 "13년 전 한국에 와서 결혼도 하고 딸도 낳았다. 필리핀 음식이 어떤 맛인지 알려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날 난장에는 이밖에 우즈베키스탄의 빵 '리레뾰스끼', 베트남의 튀김만두 '짜조', 태국의 쌈밥 '카우뜸', 러시아의 고기빵 '삼싸' 등이 준비돼 이주민들에게는 향수를, 원주민들에겐 외국에 여행을 간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난장 앞에서 물건을 고르고 흥정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무렵 이날의 테마행사인 '종로 樂(락)페스티벌' 공연이 펼쳐졌다. 지역 전문예술인들로 구성된 로맨틱투나잇팀이 '사랑 밖에 난 몰라'를 먼저 연주했다. 공중파 프로그램 '스타킹'에 출연했던 폐품 악기 연주가 이상래 씨의 바이스틱, 어르신 기타동아리 미투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연주가 이어져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김해시청 밴드 '푸른솔'이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노래하자 관객들의 환호는 최고조에 달했다.
 
날씨가 갠 9일에는 인파가 붐볐다. '모두의 공원' 앞의 '케밥&피자' 가게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사람들은 "이렇게 가까이에 외국음식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있었다. 왜 미처 알지 못했을까", "케밥을 야채와 함께 먹으니 괜찮네"라며 저마다 품평회를 열고 있었다.

▲ '추상미술 그려보기' 체험행사를 즐기는 어린이들

손에 알록달록한 물감을 묻힌 어린이들의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전시·체험 행사장인 '추상미술 그려보기' 부스와 미술동아리 '꿈드림' 및 소외계층 어린이들이 그린 그림을 전시하는 부스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하나의 얼굴에 여러 가지 색의 피부를 모자이크 형식으로 색칠한 그림, 모든 나라가 하나의 기찻길로 이어진 그림, 외국 건물과 한국 건물이 나란히 그려진 이색 도시 그림 등이 보였다. 인도 출신인 수아란 탄드리라(11·여) 양은 "한국 친구들과 같이 그림을 그리며 친해졌다. 직접 그린 그림으로 동네를 예쁘게 꾸밀 수 있어서 즐겁다"고 말했다.
 
오후 5시, '모두의 공원' 무대에서는 전날에 이어 다시 공연행사가 펼쳐졌다. 이 날의 주제는 '쉘 위 댄스'였다. 동상동 국술원이 먼저 무술시범을 선보여 사람들을 불러 모았다. 살사 댄스팀 '아모르'가 공연할 때는 외국인들이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엉덩이를 살랑살랑 흔들며 춤을 췄다. 이에 질세라 원주민 할머니들이 관객 사이를 비집고 나와 어깨춤을 추며 함께 어우러졌다. 소울드라이브아트워크의 팝핀, 비보이 공연에 이어 빠른 박자의 음악이 터져 나오자 무대 앞에는 자연스럽게 둥근 춤판이 마련됐다. 처음에는 주저하던 사람들은 하나 둘 춤판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원주민, 이주민 가릴 것 없이 어깨동무를 하고 서로의 손을 잡기도 하며 다들 덩실덩실 춤을 췄다.
 
'짜조'를 팔던 베트남음식점 '사이공'의 한성영(35·여) 사장은 "이주민과 원주민이 소통할 수 있는 자리가 생겨 기쁘다.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야 이주민과 원주민 사이가 더 좋아질 수 있다"며 웃었다.
 
김해문화의전당 예술정책팀 박준형 주임은 "동상동이 다양한 문화를 즐길 수 있는 이색 동네로 부활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본 것 같다. 앞으로도 원주민, 이주민 들이 힘을 모아 동상동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심재훈·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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