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대청고 정용옥 교장과 학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수시 발표 이후에도 교과과정 철저 진행
국·영·수 3개 과목 수능 점수 급상승세

수준별 수업, 멘토-멘티 프로그램도 운영
수도권·국립대·의과대 다수 진학 큰 효과

지역 유일 기숙형자율고 다양한 프로그램
탐방활동, 문화생활, 영어캠프 등 실시
‘학교 복도 갤러리’ 다양한 세계명화 눈길


"안녕하세요. 동아리 '굿닥터'입니다. 저희 동아리에서는 '인간에게 유전의 영향이 큰가, 환경적 영향이 큰가'라는 주제로 연구를 하기로 했습니다. 설문조사, 문헌연구를 통해 성격, 외모 등이 환경, 유전적 요인 중 어떤 것에 따라 결정되는지 연구해 보고자 합니다."
 
지난 7일 김해대청고등학교(교장 정용옥) 동아리 학술제 예선전은 마치 대학원 논문 발표 현장을 방불케 했다. 10여 개의 동아리들은 진지한 표정으로 2학기 동아리 연구 주제와 배경 등을 설명했다. '학업 포즈와 면역체계의 연관성', '민간요법효과 검증' 등 학생들의 발표 주제는 수준이 높았다.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기도 했지만, 학생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청중들에게 농담을 던지기도 하면서 발표를 이어 나갔다.
 

▲ '나의 꿈 발표대회'.

2003년 개교한 대청고는 김해 유일의 기숙형자율고다. 대청고는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학교'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교과 공부 뿐만 아니라 인문, 예술 교육에도 힘을 쏟는다. 건물 복도에서는 마크 로스코, 앤디 워홀, 조르주 쇠라 등 세계적인 화가들의 명화가 학생들을 반긴다. 학교 전체가 마치 갤러리 같다는 느낌을 준다.
 
정용옥 교장은 "학생들에게 늘 '지식이 없는 선은 나약하다. 선이 없는 지식은 위험하다'고 말한다. 지식이 없으면 시시비비를 가릴 수 없고, 선이 없으면 측은지심이 없다. 고등학교에서 기초지식을 단단히 쌓아야 대학교에 진학해서 기량을 펼치고 꿈을 이룰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는 당장 대학 진학에 급급하기보다는 학생들이 튼튼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도와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 면학 열기가 뜨거운 정독실.

■수능 칠 때까지 최선을
정 교장은 '수시 합격을 결정하는 것은 학교 내신이 아니라 수능 성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3학년 학생들로 하여금 수능이 끝나는 11월까지 연필을 놓지 않게 한다.
 
지역 고교생들의 수시, 정시 진학 비율은 80% 대 20%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수능 최저학력을 맞출 상황이 되지 않아 수시 진학을 선호한다고 한다. 그래서 수시 합격자 발표가 나면 학교 수업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는 게 대부분이다. 그러나 대청고는 수시모집을 끝내고 수능을 칠 때까지 정규 교과과정, 야간자율학습을 철저하게 진행한다.
 
교무기획부 정원주 교사는 "인문계고 학생들의 대학 진학 열쇠는 수능 학업 역량 강화다. 수시 합격을 결정하는 것은 학교 내신 성적이 아니라 수능 성적"이라고 말했다.
 
정 교사는 '2016년 수능 표준점수표'를 펼쳤다. 경남 전체 고교의 국어, 수학, 영어 3개 영역 총점은 480.8점으로 전년보다 4점이 감소했다. 반면 대청고는 504.2점에서 519.2점으로 15점이나 올랐다. 대청고의 수능 점수가 오를 수 있었던 것은 학기 때마다 수능 출제 경향에 맞춰 학교 시험 문제를 출제한 덕분이다.
 

▲ 지난해 진행된 독서토론대회, 동아리 에코키퍼의 캠페인 장면.

그는 "내신 시험 공부는 1~30쪽만 하면 된다. 반면 수능을 대비하려면 1~100쪽을 공부해야 한다. 다른 학교들은 학생들의 내신 성적을 올리는 데에만 급급하지만, 대청고는 수능 경향을 분석해 시험 문제를 출제한다. 학생들은 평소에도 내신과 수능 공부를 동시에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대청고는 학생들의 학력을 높이기 위해 수학·영어 수준별 수업, 인문·상경·자연·의약학 등 교육과정 편성 다양화, 멘토-멘티 프로그램 등을 운영한다.
 
정 교사는 "멘토-멘티 프로그램은 멘토 1명, 멘티 2명으로 팀을 이뤄 협력학습을 하는 것이다. 1, 2차 시험을 통해 학업 성취도가 얼마나 향상됐는지 학생들 스스로 확인하고 보고서를 작성한다. 학기마다 평균 110개 팀이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청고는 이런 노력 덕분에 올해 연세대 6명, 고려대 7명, 중앙대·계명대 의예과 각 1명, 육군사관학교 1명, 서강대·성균관대 총 8명, 한양대·이화여대 총 14명 등 모두 94명을 수도권 대학이나 의대에 진학시켰다. 여기에 부산대 30명, 경북대 9명 등 총 183명을 국립대에 합격시켰다.

 

▲ '제11회 꿈날개 음악회', 꿈 찾기 진로캠프 수업.

■기숙형 자율고의 장점 활용
대청고는 지역 유일의 기숙형자율고다. 학교 인근에 있는 반룡산에서 이름을 따온 기숙사 '반룡학사'에는 성적우수자, 사회적 배려 대상자, 원거리 통학생 등이 들어온다. 1학년 68명, 2학년 48명, 3학년 40명 총 156명이 이곳에서 생활한다. 기숙사는 식비를 제외하고 무료다.
 
학교는 학생들로 하여금 기숙사자치회를 조직하게 해 '내 고장 탐방활동', '문화생활' 등 프로그램을 직접 계획하고 참여토록 한다. 학생들의 건강을 위해 필라테스, 당구, 탁구 등 '1인 1기'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이밖에 '토요체험', '교사-학생 멘토링', '영어캠프 체험활동', '진로설계를 위한 대학탐방', '진로설정을 위한 심화특강', '반룡학사 봉사활동' 등도 진행한다.
 
영어캠프는 학생들이 원어민 교사와 함께 생활하며 영어를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활동이다. 학생들은 수준에 따라 조를 편성해 각자 능력에 맞춰 참여한다. 학생들은 김해보훈요양원, 대청동 한마음학원, 대청천 환경정화 등 봉사활동을 벌이며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환경보호의 중요성 등을 배운다.
 
정 교사는 "기숙사 프로그램에는 입사생 뿐 아니라 다른 일반 학생들도 참여할 수 있다. 다른 학교 기숙사에 비해 입사 학생이 많아 내신 관리에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다양한 미술품 '학교 갤러리'

▲ 스마트폰 사용 자제 캠페인, 복도에 걸린 그림을 보는 학생들.


대청고는 8년 전부터 건물 4층에 다양한 미술 작품들을 상설 전시하고 있다. 뉴욕현대미술관, 루브르박물관 등 세계 유명 박물관의 명화들이다. 학교 전체에 총 400여 점이 걸려 있다. '학교 갤러리'라고 불러도 될 정도다. 비록 복제본이지만, 학생들은 미술 교과서에서만 봤던 작품들을 보며 예술에 대한 감각을 키운다.
 
정 교사는 "학생들은 복도를 오가며 작품들을 감상한다. 미술시간에는 미술교사가 한 작품을 골라 설명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나머지 작품을 보고 느끼는 방법을 기르도록 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학기마다 중간, 기말고사를 마치면 대청고는 '노래하는 학교'로 변한다. 공부에 지친 학생들이 스트레스를 마음껏 해소할 수 있는 '꿈날개음악회'가 열린다. 노래, 춤, 연주 등 어떤 분야든 상관이 없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총 118개에 이르는 동아리 활동도 활발하다. 동아리 덕분에 2014년에는 자율형 창의경영 우수학교로 선정돼 교육부 장관 표창을 받았다.
 
정용옥 교장은 "학생들이 공부 외에 인문, 예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고 기를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학생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는 학교를 만들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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