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방송에서 '저탄수화물 고지방' 식단이 비만 탈출을 위한 요법이란 내용을 내보냈다. 낙농업 위주의 유럽 일부 국가에서 오랫동안 건강 식단으로 자리 잡아왔다고 알려진 이 식단은 방송 이후 국내에서도 새로운 다이어트 방식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방송의 영향은 대단한 것 같다. 유통업체들의 통계자료를 보면 '저탄수화물 고지방' 다이어트 열풍으로 인해 지난달의 버터 매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58%, 치즈는 16.2%, 삼겹살은 14.7% 급증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그동안 식생활 변화로 인해 가뜩이나 매출이 줄고 있는 쌀의 매출은 감소세가 -37%로 더욱 심화됐다.
 
사실 지금까지 대다수의 국민들은 '지방 식이'에 대한 막연한 공포 속에서 살고 있었다. 이번의 이러한 정보가 탄수화물의 실체와 지방의 필요성을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지방은 탄수화물과 함께 우리 몸의 에너지원이자 몸의 구성원인 단백질과 함께 3대 영양소에 속한다. 지방은 물과 물을 나누어 주는 세포막의 구성성분이고 호르몬, 특히 성호르몬의 재료이기도 하다.
 
지방은 뇌를 이루는 주 성분이며, 신경전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특히 필수지방산이 부족할 경우 피부가 건조해지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고, 면역력이 약해지는 등의 증상이 올 수 있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은 당초 다이어트를 위한 방법이 아니었다. 대신 '케토제닉 요법'으로서, 간질·치매 등 신경성질환과 당뇨병을 예방하거나 개선하기 위한 식단으로 쓰였다. 이는 간질발작을 일으키는 아들을 치료하는 과정을 그린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에 소개되어 더더욱 유명해졌다. 실제로 소아간질 치료에서는 국내외 유명병원에서 이용되어 좋은 효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여러 가지 다른 요법들과 마찬가지로 전문적인 진단, 관리 없이 무리하게 적용될 때는 큰 부작용이 나타난다.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인 경우에도 부작용은 있다. 초기에 오심, 구토, 설사, 변비, 식욕감퇴 등의 위장관 증상이 나타나고 점차 위식도 역류의 악화, 감염의 증가, 고지혈, 저혈당, 간부전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더 이상 고지방 식이를 감당하지 못한 채 포기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렇다면 고지방 저탄수화물에 적합한 사람은 어떤 체질인가를 알아보자.
 
지방을 잘 소화시키기 위해서는 간에서 만들어 내는 쓸개즙과 췌장액이 충분이 분비되어야 한다. 예를 들면, 소나 양 같은 초식동물들은 몸에 비해 간이 작고 소화효소가 충분치 못해 채식을 하는데, 반면 사자나 늑대 같은 육식성 동물들은 간이 크고 장이 짧아 풀을 먹지 않고 고기를 먹는 이치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요컨대, 유전적으로 고지방 식이에 알맞은 체질은 북방민족이라고 하겠다. 북쪽의 추운 지역은 당연히 농사보다는 사냥과 목축에 의한 음식들이 많았고 사람들의 간, 췌장, 위장 등이 발달했을 것이다.
 
체질로 구분하자면 간이 큰 목양, 목음체질, 그리고 췌장이 발달한 토양, 토음체질이 농사에서 얻는 탄수화물 섭취보다는 고지방 고단백 식이에 적합한 구조이다. 반면 금, 수체질은 채식과 곡물, 과일 위주의 식단으로 건강을 지킬 수 있다. 음식과 체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에 있으니, 체질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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