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선주민·이주민 이바구 행사
각 나라 문화 소개하며 서로 이해
만국공통어 ‘엄마’ 이야기엔 눈물


"우리나라에 와서 대접을 못 받고 사는 외국인들이 많아요. 그게 '나'라고, '내 자식'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고 존중하는 태도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16일 김해동광초 체육관에서 '제3회 선주민·이주민 화합체육대회 및 이바구 행사'가 열렸다. 동상동 주민자치위원회, 도시재생주민협의회, 무지개마을주민협의회가 공동 주최한 행사였다. 선주민(원주민)과 이주민이 함께 어우러지는 동상동에서 서로를 알고 이해하기 위해 마련된 축제였다.
 
주민들이 준비한 공연에 이어 선주민과 이주민의 공통점, 차이점을 알아가고 서로에게 궁금한 것들을 물어보는 토크콘서트인 '이바구'가 열렸다.
 
무역회사를 운영하는 로한 아잔트(40·스리랑카), 결혼이주여성인 어드너 어던체첵(30·몽골), 김해제일교회에서 스리랑카인 상담 봉사를 하는 한미(53) 씨가 토론자로 참여했다.
 
아잔트 씨는 14년 전 한국에 들어와 평택에서 살다가 3년 전부터 김해에 와서 사업을 하고 있다. 그는 유럽에서 한국인 여성을 만나 결혼해 한국에 정착했다. 본인을 '한국 아줌마'라고 소개한 어던체첵 씨는 현재 인제대에서 국제통상학과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다고 한다.
 
이번 '이바구'는 특정 주제를 두고 토론하는 대신 삶의 소소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이주민들은 가장 힘들었던 순간을 "가족이 그리울 때"라고 말했다. 아잔트 씨는 "스리랑카에 있는 가족들과 연락하다 아프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어던체첵 씨는 "아기를 낳고 나니 부모가 보고 싶었다. '옆에 엄마가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몸이 아플 때마다 가족들이 보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라는 단어에는 나라와 상관없이 눈물이 따라오는 것인지 그의 눈가에는 금세 눈물이 흘렀다. 주민들은 그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한 씨는 스리랑카인들을 상담하며 힘든 상황 속에 있는 외국인을 많이 본다고 했다. 그는 "외국인들이 거주하는 기숙사 중에 환경이 열악한 곳이 너무 많다. 겨울에는 너무 춥고, 여름에는 곰팡이와 싸워야 한다. 환경적인 어려움 등 때문에 알코올 중독에 빠진 외국인들도 만났다. 내 아들 같으면 당장 그 곳에서 데리고 나오고 싶은 마음이었다"며 외국인들의 사정을 설명했다.

▲ 지난 16일 김해동광초 체육관에서 열린 '제3회 선주민·이주민 화합체육대회 및 이바구 행사'에서 참석자들이 이주민 토론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

각 나라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시간도 있었다. 어던체첵 씨는 "몽골에도 2월에 설날 같은 행사가 있다. 몽골에서는 양고기를 많이 먹어서 식사 후에는 양고기 무릎뼈가 많이 나온다. 명절 때면 70~80개씩이나 된다. 이를 깨끗이 씻어서 윷놀이와 비슷한 놀이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를 좋아한다면서 몽골의 시를 낭독했다. 부드럽고 아름다운 소리에 주민들은 귀를 기울였다. 무슨 내용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분위기는 그대로 전달됐다. 시의 느낌이 어떠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주민들은 "따뜻하고 긍정적인 시 같다"고 답했다. 어던체첵 씨는 웃으며 "맞다. 사랑하며 살아가라는 따뜻한 시"라고 말했다.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이 조금씩 부드러워졌을 때쯤 한 씨는 선주민들에게 간곡한 당부를 했다. 그는 "'니 뭐꼬', '니 어데가노'라며 퉁명스러운 말을 던지는 주민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내가 그 일을 당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고 경상도 특유의 정으로 '느그 참 고생 많제~'라며 다독여줄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의 이야기에 주민들을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바구 행사에 참여한 주민 손선순(63) 씨는 "이렇게 함께 어울리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이나마 다른 나라의 사정을 알 수 있게 됐다. 이주민들의 문화와 언어, 생각들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무지개마을주민협의회 강성구 회장은 "이주민과 선주민들이 소통하는 행사가 계속 이어지면서 주민들의 생각도 많이 바뀐 것 같다. 이번에 잔칫날 주로 먹는 돼지고기 수육을 준비하려다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무슬림들을 생각해 통닭을 준비했다. 앞으로도 조금씩 서로를 이해해 나가는 동상동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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