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원 우리동네사람들 시민학교 교장.

미국 놀이연구의 선구자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는 저서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에서 '모든 동물을 통틀어 제일 잘 노는 종은 인간이다. 우리는 놀이를 하기 위해 태어났고, 놀이를 통해 발달한다. 놀이는 산소이다. 우리 주위에 있지만, 잃기 전까지는 거의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고마움을 느끼지 못한다'라고 했다. 놀이운동가 편해문 씨는 <아이들은 놀이가 밥이다>에서 '놀면서 수도 없이 지고 이기고, 죽고 다시 살아나는 것을 경험하지 않은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무언가에 좌절했을 때, 어떻게 그것을 넘어설 수 있을까. 놀이 속에서 아이들은 어려운 일을 힘껏 헤쳐 나아갈 수 있는 삶의 기술을 익힌다'고 했다.
 
이제 "학교가 나서라"고 말하고 싶다. 아이들이 보내는 시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 같이 공부하고 같이 밥 먹고 같이 떠들고 같이 놀 친구가 있는 학교가 나서야 한다. 마당, 공터, 골목 등 아이들만의 놀이마당이 사라진 지금, 학교는 유일한 놀이 공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들은 '공부'를 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친구'를 만나기 위해서 학교에 가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학교에는 운동장이 있다. 흙땅이 그나마 존재하는 곳이다. 흙을 밟으며 뛰어놀 수 있는 학교는 아이들의 놀이를 유지해 주는 유일한 곳이다.
 
이처럼 학교에는 놀 친구가 있고 놀 장소가 있다. 학교는 단지 놀 시간만 제공하면 된다. 같이 공차고 같이 술래잡기하며 같이 고무줄을 뛸 수 있는 시간을 주면 된다. 다행히, 김해에는 학교가 나서서 아이들에게 놀 시간과 놀 친구와 놀 장소를 제공하는 학교가 몇 군데 있다. '김해 행복학교' 봉황초도 그 중 하나다. 봉황초는 1, 2교시를 연속으로 수업하고 30분 중간 놀이시간을 준다. 쉬는 시간 10분으로는 화장실 갔다오는 것 말고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30분 동안 운동장과 학교 운동장에서 신나게 뛰어논다. 신명초는 주 1회 한 차례 수업시간을 전래놀이로 대체하고 있다. 율하초는 학교 공터에 놀이판을 그려 쉬는 시간이나 방과후에 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신안초는 지역의 대표서원인 월봉서원과 연계해서, 덕정초는 방과후 돌봄을 통해 아이들에게 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학교가 나설 수 없다면, 학부모가 그 역할을 대신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된다. 전국적으로 활발하게 활동 중인 '와글와글놀이터'처럼 학부모들의 자발적인 놀이모임을 학교가 지원하거나, 안명초처럼 학부모회와 학교가 함께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학교에서 논다는 게 생각보다 쉽지 않다. 설사 놀이의 중요성에 대해 동의하더라도 섣불리 학교에서 놀이시간을 내어주지 못하는 이유는 안전사고를 걱정해서이다. 이에 대해 편해문 씨는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에서 '아이들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건강한 위험이 오히려 아이들을 덜 다치게 만든다. 위험을 스스로 겪지 않고, 그것을 넘어보지 않고는 아이들은 성장할 수 없다'고 분명하게 말하고 있다.
 
놀이는 생존이다. 놀이는 아무 의미 없는 단순 유희가 아니라 성장 이후 생존에 필요한 사냥 기술을 연마하는 과정이며, 훗날 사회적 존재로서 살아갈 능력을 습득하는 과정이다. 몸으로 느끼고 손으로 만지면서 세상을 배워가는 것이다. 스튜어트 브라운 박사의 연구 중에 재미난 게 있다. 비슷한 조건의 쥐 두 집단 중에서 한 집단에게는 놀이 경험을 충분히 주고 다른 집단에게는 전혀 주지 않았다. 이후 두 집단의 쥐들이 각각 고양이를 맞닥뜨리는 상황에 몰렸을 때의 반응을 관찰했다. 실험 결과, 충분한 놀이경험을 한 쥐는 고양이가 나간 후 숨어 있던 장소에서 나와 주위를 살피는 등 생존방법을 모색했다. 반면, 놀이경험이 전혀 없던 쥐는 숨어 있던 장소에서 꼼짝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모두 죽고 말았다. 이 결과를 통해 브라운 박사는 "놀이는 자발적으로 재미로 하는 것이기는 하지만,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능력과도 관련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학교가 나서서 아이들의 놀 시간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학교폭력을 예방할 수 있다. 친구와 마음껏 뛰어놀아 본 아이는 자유롭고 남과 어울려 살려는 마음, 나아가 남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다음에 또 놀기 위해서 딴 딱지의 일부를 돌려주거나, 어리고 불편한 아이들을 놀이 속에 함께 끼워 준다. 즐거움에 흠뻑 빠져 몰입하면 정서적 안정감과 스트레스를 해소하며, 밀고 당기는 거친 신체접촉 속에서 신체조절능력을 갖춘다. 아이들이 매일 매일 자랄 수 있게 학교가 나서자. 학교에서 시작된 놀이가 가정, 동네, 지역사회로 확대되어 나가길 기대해 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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