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시는 국토교통부의 도시재생사업에 응모해 경남 지역에서 유일하게 선정됐다. 시가 신청한 지역은 과거 김해의 중심지였던 동상동, 회현동, 부원동 등이다. 김해의 도시재생사업 추진을 앞두고 전주 한옥마을, 대구 근대화골목, 군산 근대문화도시 등 다른 지역의 성공 사례를 살펴본다. 
 

▲ 한복을 입은 여성들이 한옥마을 표지석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



2000년부터 ‘지구단위 활성화 사업’ 진행
경관 조성, 기반시설 정비, 문화시설 건립

상업시설 난립 막으려 프랜차이즈 등 제한
주민 참여 이끌어내며 2차 ‘도시재생’ 추진

관광객 매년 늘어 연간 1000만 시대 눈앞
한국전통 느낄 수 있어 외국인에게도 인기


 

▲ 예쁜 한복을 입은 관광객들.

■전주한옥마을의 한가로운 풍경
전주시외버스공용터미널에서 752번 시내버스를 타고 20여 분 달려 전동성당·한옥마을 정류장에 내렸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성당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는 전동성당이 눈앞에 보였다. 태조로 건너편에는 조선 태조 이성계의 초상화를 모신 경기전이 있었다. 경기전 담장 아래 꽃동산에서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걸어가는 '어여쁜 처자'들의 모습이 이색적으로 다가왔다. '슬로 시티'를 표방하는 전주한옥마을의 풍경이 그랬다. 이곳은 2010년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관광의 별'로, 이듬해에는 '꼭 가봐야 할 한국관광 으뜸명소'로 선정한 곳이다. 

전주한옥마을은 일제강점기 때 형성됐다. 처음에는 서문 밖에 살던 일본인들이 전주성 안에 들어와 살면서 다가동과 중앙동으로 진출해 전주 최대의 상권을 차지했다. 이에 반발한 한국인들은 교동, 풍남동 일대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일본식 건물들은 물론 서양식의 선교사촌, 학교, 교회당 등이 뒤섞여 독특한 도시 분위기를 조성했다. 지금의 전주한옥마을은 799채의 한옥이 군락을 이룬 최대 규모의 한옥촌이 되어 있다.
 
전주한옥마을의 전경을 한눈에 관찰하려면 오목대로 올라가야 한다. 눈 앞에 한옥마을이 넓게 펼쳐졌다. 회색의 사각형 콘크리트 건물들과는 확연히 다른 '낯선' 풍경이었다. 곳곳에 팔각지붕이 이어져 있고, 이리저리 자연스럽게 골목길이 뻗어있었다. 한옥마을의 중심도로인 태조로와 은행로는 십자형태로 한옥마을의 내부를 달리고 있었다.
 

▲ 전동자전거를 즐기는 외국인 가족.
▲ 관광객들이 간식점 앞에 줄을 서 있다.

전주한옥마을에서는 한복이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한복 대여점이 많이 생겨서 한복을 빌려 입고 다니는 관광객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최근 들어서는 이동기구 대여점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했다. 태조로, 은행로의 경우 주말, 공휴일에는 자동차가 다니지 않기 때문에 관광객들은 스쿠터, 자전거를 빌려 타고 골목골목을 돌아다녔다.
 
호주에서 온 관광객 알렉스 나르디엘로(29) 씨는 "전주한옥마을에서는 한국의 전통을 느껴볼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한복을 입고 다니는 걸 보았다. 일본의 기모노와 달리 편안해 보이고 색이 아름다웠다. 한옥 숙박 체험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 고즈넉한 풍경의 전주한옥마을 전경.

■1조 이상 들인 지구단위 활성화 사업
전주시는 전주한옥마을 운영과 시설 보존, 유지, 관리를 담당하는 '전주한옥마을사업소'를 염두에 두고 2000년부터 '지구단위 활성화 사업'을 진행했다. '전통문화 중심도시 육성'을 목표로 국비 4204억 원, 지방비 1조 557원 등 총 사업비 1조 4천 762억 원을 투입했다.
 
한옥마을사업소에서는 한옥마을을 전통한옥이 양호하게 보존되어 있는 '전통한옥지구', 구도심과 인접한 '태조로지구', 전통문화구역의 중심지인 '은행로지구', 역사문화재 보전·활용 사업이 활발히 진행되는 '향교지구', 최근 신축한 비 한옥 건축물이 혼재돼 있는 '전통문화지구'로 나눴다.
 

▲ 한 가족이 한옥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먼저 6801억 원을 들여 경관을 조성하고 기반시설을 정비했다. 2000년에 태조로 개설을 시작으로, 2004~2007년에 오목대 정비사업, 2004~2008년에 은행로 확장사업, 2005~2007년에 야간경관조명사업, 2007~2008년에 간판정비사업, 2012~2015년에 한옥마을 문화적경관조성사업 등을 진행했다. 또 4858억 원을 들여 전통문화관, 전통술박물관, 한옥생활체험관, 민속장터 등 공공문화시설을 차례로 지었다. 문화시설 운영비로는 1904억 원을 배정했다. 여기에 1134억 원을 민간 한옥 정비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한옥마을사업소는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2009년 지구단위계획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했다. 오목대지구를 편입해 한옥마을을 확장했다. 2011년부터는 상업시설 확산을 막기 위해 프렌차이즈, 패스트푸드 가게 등의 입점을 제한했다. 2003년에 지상 3층으로 설정했던 건축물 층수 제한을 2013년부터는 지상 1층으로 낮췄다. 2011년부터는 건물을 목조로만 지을 수 있도록 했다.
 
전주한옥마을이 정비되자 관광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한옥마을을 찾는 방문객이 연간 965만 명에 이른다. 한옥마을사업소 유광오 주무관은 "오랜 시간에 걸쳐 시설을 정비하고, 각 지구의 특색에 맞게 관리했기 때문에 도시재생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전주시는 전주한옥마을에 이어 중앙동, 풍남동, 노송동 일대 1.37㎦에서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를 위해 현장에서 도시재생정책을 실천하는 중간 지원조직인 '전주시 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를 최근 세웠다. 현장지원센터는 행정기관이 중심이 된 한옥마을과 달리, 주민들의 참여를 이끌어 내기 위해 '주민·상인협의체'(가칭)를 구성하기로 했다.
 
현장지원센터의 문준경 박사는 "도시재생 사업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꾸준히 랜드마크화 할 수 있는 구심점을 잡는 것이다. 지역 주민의 인식 개선과 참여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전주=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본 취재는 경상남도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비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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