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저민 프랭클린은 '이 세상에서 누구도 피할 수 없는 확실한 두 가지는 죽음과 세금뿐'이라고 했다. 세금 부과의 역사 이야기는 다채롭다. 제정 러시아에서는 귀족의 구레나룻에, 17세기 영국에서는 호화주택의 벽난로와 창문에 과세했다. 프랑스에서는 창문의 폭에 따라 과세하기도 했다. 
 
인간 사회에서 형평성이란 명목을 앞세워 차별을 두어도 거부감 없이 수용되는 분야는 조세가 아닌가 싶다. 투표권은 성별, 빈부, 학력 등 어느 차별도 인정하지 않는다. 4년 전 올림픽 육상경기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에게 형평성 차원에서 올해는 1m 뒤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우기는 규칙이 없는 것과 같다.
 
하지만 세금의 경우 개인과 기업, 소득이 높은 사람과 낮은 사람 사이에 다양한 차이를 인정해야 정당한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북유럽의 일부 국가에서는 의과대학에서 6년 동안 공부하고 졸업한 사람과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기업에서 6년 동안 근무한 사람의 급여 실제 수령액이 거의 비슷하다. 의과대학 졸업자에게는 70% 가까운 높은 소득세율을 적용하고, 고졸자에게는 상대적으로 낮은 세율을 적용한다는 규칙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루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세금의 형평성에 대한 논란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있어 왔고,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았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때에는 농민들에게 가혹한 세곡을 거둔 고부 군수의 가렴주구가 문제였다. 1773년 영국 정부가 식민지 미국으로 수출하는 홍차에 과세한 '홍차법'은 유명한 '보스턴 차 사건'의 빌미가 됐고, 급기야 미국 독립혁명의 발단이 되기도 했다. 

기업의 법인세율을 낮춰 세금을 적게 걷는 감세정책이 기업의 투자를 확대시켜 정부의 세수입 증가로 이어진다는 정책이 이른바 미국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다. 후임인 빌 클린턴 대통령은 거꾸로 "미국 정부의 재정적자와 소득 양극화만 심화시켰다"고 평가하면서 레이거노믹스를 폐지했다.
 
이명박 정부 때 과세표준 200억 원 초과 기업의 최고 법인세율을 25%에서 22%로 3%포인트 깎아 준 것을 놓고 국내 정치권에서는 8년째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법인세 인상에 반대하는 측은 "국제적으로 법인세 인하 추세가 대세다. 법인세 인상은 불황기에 국내기업을 해외로 모는 자해행위"라고 주장한다. 반면 법인세 인상에 찬성하는 측은 "지난 19년 동안 법인소득은 가계소득에 비해 3.5배 증가했지만 세수는 1.2배 정도밖에 증가하지 않아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된다"고 반박한다. 이들은 또 국가부채가 2015년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고,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감당하기 어렵다는 점을 내세운다.
 
이밖에 대기업들의 세금 감면, 공제 등을 고려한 실효법인세율은 상당히 낮기 때문에 명목세율을 그대로 두고 실효세율 인상, 부가세 인상, 준조세 경감 등의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여기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법인세 인상 논쟁에 앞서 기업들을 명목세율, 실효세율 어느 곳에도 포함되지 않는 반강제적 기부금 성격의 준조세에서 해방시켜 줄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자료에 의하면 2008년 기준 준조세는 30조 4000억 원으로 법인세보다 6조 9000억 원 적었지만, 2014년에는 44조 6000억 원으로 법인세를 2조 원 상회했다. 지난해에는 이를 58조 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에도 6개 민간재단, 펀드, 연구소 등이 합법, 비합법적으로 기업들로부터 약 2164억 원의 기부금을 받았다. 이는 역대 최대 규모의 준조세라고 한다. 건전한 국민경제 발전을 위해 올바른 경제정책 구현을 목적으로 하는 전경련이 최근 정경유착 준조세 논란 중심에 서 있다. 전경련은 의혹 투성이인 미르재단, K스포츠 재단 설립을 위해 756억 원의 불법 기부금을 모았다는 혐의로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정부, 지자체, 단체 등이 일정 금액 이상의 준조세를 거둘 때에는 국회의 동의를 받게 하고, 비합법적 방법으로 준조세를 요구하는 사람들이나 여기에 응한 기업들에게는 부정청탁방지법을 확대 적용하면 어떨까. 말로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백번 천 번을 외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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