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전국적인 대형 이슈들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언론매체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개헌, 최순실과 그 딸, 미르·K스포츠재단, 송민순 회고록과 문재인과 북한인권결의안, 시위 도중 물대포를 맞고 쓰려졌다 숨진 고 백남기 씨와 부검영장 같은 단어들이 어지럽게 뒤엉켜있습니다. 아수라장 같습니다. 정계와 인터넷 상에서는 연일 장군멍군, 갑론을박, 창과 방패의 대결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익명의 인터넷 댓글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기사는 잘 보지 않습니다. 막무가내 식 편들기, 히스테리 해소, 정신적 배설 따위를 위해 싸지르듯 한 마디씩 내뱉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무책임하고 무례한 댓글에 대한 이 같은 혐오의 이면에는 개인적인 경험도 한몫하고 있습니다.
 
오래 전, 부산일보의 교육담당 기자 시절이었습니다. 일선 학교의 '과학보조'에 대한 기사를 썼습니다. 과학보조들의 열악한 환경을 개선해보려는 취지의 기사였고, 명백히 그들에게 유리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일부에서 몇몇 기사 문장을 제멋대로 해석하더니 조직적으로 항의를 해 왔습니다. 전화상의 항의도 모자라 며칠 동안 부산일보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비난성 익명 글을 무차별적으로 도배질했습니다. 개중에는 강원도에 사는 자라면서 짐짓 점잖은 태도로 기자를 꾸짖고 사과를 종용한 익명도 있었습니다. 필경 기사는 읽어보지도 않았고, 그저 지나가다 댓글들에 편승한 것으로 보였습니다. 며칠 뒤, 전후의 사정을 소상히 밝히면서 정면대응하고 나서자 익명의 글들은 거품처럼 사라졌고 응원의 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상의 익명 글들에 대해서는 이렇든 저렇든 환멸이 들고 말았습니다.
 
좀 다른 얘기지만, 김해시민들 중에서도 인터넷을 활용해 의견 개진을 하는 분들이 적지 않은데, 전국적 사안과 마찬가지로 내 주변의 일들에 대해서도 지대한 관심을 가져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시인 김수영은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 저 왕궁 대신에 왕궁의 음탕 대신에/ 50원짜리 갈비가 기름덩어리만 나왔다고 분개하고/ 옹졸하게 분개하고 설렁탕집 돼지 같은 주인년한테 욕을 하고"('어느날 고궁을 나오면서' 부분)라고 자책하지만, 기름덩어리 갈비를 내놓는 설렁탕집 주인에게 분개하고 욕을 하는 게 '자그마한' 일은 아닐 것입니다. 이처럼 일견 사소해 보이는 부조리들이 쌓이고 쌓여서 마침내 '전국적 아수라장'이 연출되는 것일 테니 말입니다.
 
그런 점에서 <김해뉴스> 10월 12일자 8면에 실린 '현장' 기사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 기사는 김해시의회의 풍경을 전하고 있는데, '아무도 관심 없는 그들만의 리그…배려 존중 없는 정글의 법칙'이란 큰 제목 아래에 '공무원 뿐인 방청석 시민은 볼 수 없어' '허공에 외친 시정질문' '일사천리 조례안, 착오로 두 차례 표결' '특위 놓고 발끈하며 티격태격' 하는 소제목들이 놓여 있습니다.
 
시의회가 국회에 비하면 작아 보일 수도 있겠지만, 나와 내 이웃의 삶에 보다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는 그 중요도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도 시의회 운영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도는 온·오프라인을 불문하고 상당히 낮은 것 같습니다. 공정하게 활동하는 시정감시단 같은 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시정에 대한 관심도 마찬가지입니다. 삭아서 금방 허물어질 것 같은 노인들이 수레에 폐지를 싣고 도로 위를 비틀대며 걸어다니는 와중에 한쪽에서는 천문학적인 특혜의혹이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온·오프라인 상의 반응은 고요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당사자들이 바로 내 옆에 있으니 부담스러운 것일까요? 이 대목에서, 역설적으로, '나는 왜 커다란 일에만 분개하는가' 하는 물음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듯 싶습니다만.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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