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축가 장세양이 만든 국립김해박물관 전경.

김해박물관, 동양사상 ‘천원지방’ 담아
검은 전벽돌 원형, 철제 사각형의 조화
웅장·육중한 남성·고전적 이미지 강조

철갑투구에 착안·설계 대성동박물관
고분군 능선 곡선 고려 수평적 형태
은은한 색상 재료로 여성·현대적 느낌


김해의 지역성과 전통을 아주 잘 나타내고 있는 건축물로 김해의 건축 소개를 시작하고자 한다. 김해가 자랑하는 가야 역사의 유물을 전시하면서 전통적인 모티프를 현대적으로 잘 해석하여 설계한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고분박물관이 그것이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가야시대의 주요 유적들이 모여 있는 가야의 거리 북단이면서 가야의 시조인 수로왕 탄생신화가 있는 구지봉 자락에 위치하고 있다. 이 건물은 한국 전통건축의 현대적 활용에 관심을 가졌던 김수근 선생이 설립한 ㈜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를 선생의 사후에 이끌었던 건축가 장세양이 만든 작품이다. 가야의 대표적 생산물인 철, 전통건축에서 많이 사용한 재료인 검은 전벽돌, 전통건축 요소인 회랑 등을 디자인 모티프로 활용하여 건축물을 설계했다.
 

▲ 박물관 본관을 둘러싸고 있는 검은 전벽돌 회랑.

전체 배치를 보면 담장이면서도 회랑 역할을 하는 검은 전벽돌의 큰 원형이 철제 사각형 '매스(Mass·밖에서 보이는 건물의 외부 덩어리의 형태)'의 전시관을 보호하고 있는 형상이다. 원형과 사각형의 대조는 '하늘은 둥글고 땅은 모나다'는 동양의 고대 사상인 '천원지방(天圓地方)'을 형상화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다.
 

▲ 하늘에서 내려다본 원형과 사각형의 조화.

전벽돌의 원형 매스는 시간과 공간의 경계를 형성하고 있다. 박물관이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므로 이를 관람한다는 것은 과거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입구의 철제 회랑과 연결된 전벽돌의 원형 회랑은 현재에서 과거로 이동하는 과정적 공간으로 건축가가 설계했다.
 
그러나 입구를 찾기가 어렵다는 등의 이유 때문에 애초의 출구가 입구로 변경되면서 현재는 관람 후 퇴장하는 통로로 바뀌었다. 원형 매스는 공원과 공간적 경계를 형성하면서 사각형 매스와의 사이에 주변 공원의 외부공간을 끌어들여 내부화된 외부공간을 형성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의 성벽을 상기시키는 원형 매스는 자칫 왜소해 보일 수 있는 박물관에 웅장함과 상징성을 부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원형으로 보호되고 있는 사각형 매스는 가야시대의 유물을 전시하는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사각형 매스 가운데에 다시 작은 정사각형의 홀을 45도 틀어서 3개 층 높이로 설치하여 1층에서 2층으로 이동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 홀 공간은 폐쇄적일 수밖에 없는 전시공간에 개방적인 느낌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상부에 고창을 설치하여 외부의 빛을 유입함으로써 과거와 현재의 연결성 그리고 미래로의 방향성을 암시하고 있는 듯하다.
 

▲ 김상식이 설계한 대성동고분박물관 전경.

2006년 기존 박물관의 남쪽에 다른 건축가가 부속건물인 어린이박물관을 추가로 설계했다. 이 건물은 기존 박물관의 원형 매스를 차용하고 있으나, 외벽의 일부 재료로 번쩍이는 스테인레스스틸을 사용하여 기존 건물의 재료와는 어울리지 않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립김해박물관에서 가야의 거리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에서 대성동고분군과 대성동고분박물관을 만날 수 있다. 대성동고분군은 출토된 고분들을 재현하면서 넓은 개방형 공간을 확보해 평상시에는 시민들에게 넓은 휴게공간을 제공하고, 가야문화축제 등의 행사 때에는 축제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금성건축사사무소 김상식 건축가가 설계한 대성동고분박물관은 고분군에서 출토된 유물들에 대한 전시와 교육을 목적으로 건립됐다.

이 건축물은 대성동고분군(18호분)에서 출토된 철갑투구에서 유추하여 평면을 타원형으로 구성했다. 상부에는 중심이 약간 어긋나게 경사진 작은 타원형의 용마루를 설정하여 금속판 경사지붕을 설치했다. 타원형 용마루의 양쪽 끝단에 노출 콘크리트의 원형 빛우물 2개를 삽입하여 타원형의 기하학적 질서에 파격의 미를 살리고 있다. 전면의 빛우물은 입구를 형성했고, 후면의 빛우물은 내부 타원형 평면의 한쪽 중심에 빛을 도입하는 도구로 계획됐다.
 

▲ 박물관 입구와 내부 전시실 모습.

건축물 매스는 고분군 능선의 곡선을 훼손하지 않도록 수평적 형태로 구성했다. 노출 콘크리트와 무광택 티타늄아연판을 외부 재료로 사용함으로써 은은하면서도 전통적인 느낌과 잘 어울리도록 계획했다. 전통적인 모티프를 현대적으로 잘 해석하여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다.
 
나중에 증축된 기획전시관은 기존 주전시관의 형태적 완성도를 훼손하지 않고 대성동고분군의 개방성을 방해하지 않도록 지하에 건축했다. 지붕만 지상으로 노출돼 있다. 지상에 노출된 지붕은 해반천의 물결에서 유추한 것 같은 곡선의 중첩으로 계획돼 있으며, 재료도 주전시관의 지붕과 같은 티타늄아연판으로 마감해 주전시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다.
 
국립김해박물관과 대성동고분박물관은 모두 지역성과 전통의 모티프를 활용하여 설계한 우수한 건축물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국립김해박물관은 검은 전벽돌과 짙은 색의 철판으로 웅장하고도 육중한 느낌으로 형태를 처리하여 남성적이고도 고전적인 이미지를 강조한 건축물인 반면, 대성동고분박물관은 은은하고도 밝은 색상의 재료를 사용하여 단아한 형태를 형성함으로써 전통을 여성적이고도 현대적인 느낌으로 표현한 건축물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해뉴스
 




고인석
인제대 건축학과 교수

 


▶국립김해박물관 /구산동 230, ㈜종합건축사사무소 장세양 설계, 1998년 준공, 연면적 9898㎡.
▶대성동고분박물관 /대성동 434, ㈜금성건축사사무소 김상식 설계, 2003년 준공, 연면적 2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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