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안 피스 퍼레이드'에 참가한 새노리팀이 바투카타(브라질 타악기)를 연주하고 있다.

지난달 29~30일 수로왕릉 일대서 진행
보물찾기, 아시안게임 등 이벤트 다양
23개 팀 참여 청소년 페스티벌 인기 폭발

7개국 참여 전통복장 퍼레이드 눈길
화려한 행진에 카메라 플래시 “펑펑펑”

‘미식가 대회’ 도전 아프리카인 “항복”
“비행기 타고 와서 외국 여행하는 기분”


평소 어르신들이 많이 보였던 수로왕릉 앞이 김해 각 지역에서 몰려온 청소년들과 젊은 외국인들로 붐볐다. 어리다는 이유 혹은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큰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피 끓는 청춘'들이 마음껏 '젊음'을 누렸다.
 
지난달 29~30일 수로왕릉 앞 광장과 서상동 골목 일대에서 '2016 아시아문화축제'가 열렸다. 아시아문화축제는 김해YMCA와 국제와이즈멘김해클럽, 김해이주민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이주민과 선주민의 화합행사였다.

▲ 미식가 선발대회 참가자들이 황석어젓을 먹고 있다.

■첫째 날- '청소년 페스티벌-비타민'
"인도 커리 맛보세요. 치킨 마크니에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수로왕릉 앞 광장에 하얀 천막이 줄지어 섰다. 각 나라의 문화와 음식을 체험할 수 있는 부스였다.
 
주말을 맞아 행사장을 찾은 청소년들과 가족단위 시민들이 광장 일대를 둘러보며 각 나라의 장신구와 악기 등을 구경하고 외국 음식을 맛봤다. 처음 접하는 물건과 음식. 시민들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났다.
 
각 나라 부스 옆에는 주최 측이 준비한 이벤트 부스가 있었다. 미리 인터넷으로 참가 신청을 한 사람들이 북적였다. 즉석에서 참가 신청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동네보물찾기(스마트엔티어링)' 코너. 미션 종이를 받아 든 팀들이 줄을 지어 서 있었다. 우리동네보물찾기는 김해 원도심의 문화·역사적 장소를 10곳 이상 방문한 뒤 '인증샷'을 찍고 가장 빨리 돌아오는 팀이 이기는 게임이었다. "국수 골목이 어디지? 유공비에 먼저 갈까?", "허웅 생가터 검색 해봐." 3~6명으로 팀을 이룬 시민들은 미션 종이를 들고 서상동의 골목을 누비고 다녔다.
 
처음에는 미션 종이를 받아들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던 사람들도 1시간도 채 안 돼 10개의 미션을 완료하고 돌아왔다. 우리동네보물찾기 행사요원인 황다영(가야고 1) 양은 미션 장소에서 찍은 사진을 휴대전화로 꼼꼼히 확인했다. 황 양은 "이 행사를 하기 전에는 김해에 이렇게 의미 있는 장소가 많은지 몰랐다. 봉사를 하면서 김해를 더 알게 되었고 또 알릴 수 있어서 좋다"며 웃음 지었다.

▲ '아시안 피스 퍼레이드'에 참가한 각국 이주민들이 행진하고 있다.

부스 옆에서는 'gogo 아시아 게임', '택견 게임' 등이 진행됐다. 웃음소리가 떠나질 않았다. 택견 게임은 택견 장비를 찬 채 상대방의 발등을 누르면 점수를 얻는 방식이었다. 참가자들은 자신이 올림픽 국가대표라도 된 듯 열심히 발을 놀렸다. 점수를 얻을 때마다 환호성이 터졌다.
 
하늘이 어둑어둑해지고 청소년들이 무리지어 등장했다. '청소년 페스티벌-비타민'에 참여한 학생들이었다. 이날 페스티벌에 참여한 팀은 총 23개. 학생들은 TV에 나오는 아이돌 가수들처럼 같은 치마와 티셔츠, 정장 바지 등으로 한껏 멋을 냈다. 평소에는 하기 힘든 짙은 화장도 이 날만큼은 용납이 됐다. 긴 속눈썹에, 검정 아이라인, 빨간 입술을 한 여학생들은 자신들의 차례를 기다리느라 조바심이 나는 듯 발을 동동 굴렀다.
 
오후 5시께 무대가 열리자 친구들을 응원하러 온 학생들로 관중석이 가득 찼다. 공연을 기다리던 학생들은 휴대전화를 높이 들고 '셀카 삼매경'에 빠지기도 했다.

▲ 상모돌리기 묘기를 과시하는 우리소리예술단.

■둘째 날-김해를 들썩이게 한 '다문화 퍼레이드'
다음날 오후 2시 수로왕릉 광장에 300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다. '아시안 피스(Peace) 퍼레이드'에 참가하기 위해 청소년들과 공연 팀이 줄지어 서 있었고, 7개국의 이주민들이 전통복장을 한 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퍼레이드에 참가한 공연 팀은 '새노리'팀과 우리소리예술단, 한국오리엔탈 공연단, 청소년 댄스 팀, 어린이 치어리더 팀, 회현동 풍물단 등이었다. 이들은 광장에 마련된 무대에서 출사표를 던지듯 3~5분간 짧은 공연을 한 후 차례로 행진에 참가했다.
 
거리 행진의 선두는 새노리  팀이었다. 이들은 걸음을 옮기면서 수루두, 침바우, 까이샤, 수칼류 같은  브라질 타악기로 바투카타 공연을 하며 행진에 힘을 더했다. 한국오리엔탈 공연단의 벨리댄스도 보는 이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화려한 의상과 유연한 몸짓, 미소를 지으며 사뿐히 걷는 모습에 카메라 세례가 터졌다.  우리가락예술단도 이에 질세라 꽹과리와 장구를 힘차게 쳐댔다. 수로왕릉 광장에서 시작한 퍼레이드는 동상동 로데오거리를 돌아 약 1km를 행진했다. 상점 주인들과 시민들은 떠들썩한 소리에 하던 일을 멈추고 나와 행진단을 맞았다.
 
동상동 로데오길을 걷던 한 참가자는 구경 나온 수많은 이주민의 모습을 보며 "우리나라가 아닌 것 같다. 신기하다"며 주위를 한참 둘러봤다.
 
되돌아온 광장에서는 '미식가 선발대회'가 한창이었다. 냄새가 역한 과일 두리안과 매운 태국 고추, 번데기, 까나리액젓을 먹고 난 참가자들이 비린 맛이 강한 황석어젓을 받아들었다. 코를 찌르는 비릿한 냄새에 지켜보는 관중들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한 필리핀 참가자는 혀를 살짝 대 보고는 줄행랑을 쳤다. 남은 참가자는 한국인 4명과 아프리카인 1명. 모두 두 눈을 질끈 감고 황석어젓을 씹어 삼켰다. "정말 맛있어 보일 정도로 잘 먹는데요? 이번엔 일본음식이 나갑니다~." 사회자가 참가자의 반응을 중계하며 다음 음식을 소개했다. 발효음식 낫토를 가볍게 먹어치운 이들은 매운 컵라면 빨리 먹기에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아프리카에서 온 레이간 쌍와(35) 씨는 매운 맛을 이기지 못하고 탈락했다. 레이간 씨는 "이상한 음식들이 많다"며 서둘러 화장실에 갔다.
 
레이간 씨가 축제에 온 진짜 목적은 아프리카의 문화, 전통을 소개하기 위해서였다. 무대 옆에 마련된 '헬로 아프리카전' 부스에는 고가의 아프리카 미술품과 전통악기가 전시돼 있었고 전통 가면을 만들어보는 체험장도 준비돼 있었다. '움직이는 미술관'의 김기춘(65) 학예사는 "흔히 사람들은 아프리카를 못사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이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 서울에서 김해까지 홍보하러 왔다"고 말했다.
 
"내가 비행기를 한 번도 못타봤는데 이곳에 오니 외국 여행하는 기분이여." 한 노인이 축제가 열리고 있는 광장 일대를 흥미로운 표정으로 돌아다녔다. 그도 그럴 것이 페루 전통복장을 한 공연 팀이 전통악기 '안다라' 연주를 하고 있었고 대만, 베트남, 태국, 인도네시아 등 '다문화 음식체험' 부스에서 나온 음식 냄새가 광장을 휘감았다.
 
삼삼오오 모여 투호치기를 하는 이주민들과 먹거리, 볼거리를 즐기는 시민들로 가득한 광장에 어둠이 찾아왔다. 이주민들의 노래 실력을 엿볼 수 있는 '아시아 팝 페스티벌' 참가자들이 무대 앞으로 모여들었다. 전날 열린 예선을 통과한 필리핀, 스리랑카 팀 모두 한국 노래를 선택해 불렀다. 관객들은 예상치 못한 가창력에 함성과 박수로 화답했다. 1등은 발라드를 열창한 데니스 스와르스(42·필리핀) 씨에게 돌아갔다. 데니스 씨는 "대회를 위해 노래방에서 많이 연습했다. 물론 평소 실력도 한몫했다"며 미소 지었다.
 
제법 찬바람이 불면서 부스를 정리하는 손길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축제에 참가한 청소년들은 여운이 남는지 떠나지 못하고 서성거렸다. 김유리(가야고 1) 양도 아쉬운 듯 속내를 드러냈다.
 
"마음껏 웃고 떠들며 논 것 같아 즐거웠어요! 친구들과 내년에 또 오자고 약속했습니다. 오늘 먹은 태국요리 팟타이와 터키 아이스크림이 계속 생각날 것 같은데 어떡하죠?"  

김해뉴스 /조나리·배미진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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