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사이클을 같이 시작해 선의의 경쟁자이자 든든한 동료로 세계무대를 향한 꿈을 키워가고 있는 김해건설공고 김홍기(왼쪽) 한동걸 선수.
매서운 칼바람이 살갗을 파고 드는 날씨에도 아랑곳 없이 바퀴 두개로 세계를 정복하겠다는 야무진 꿈을 가진 청소년들이 굵은 땀방울을 흘려가며 힘차게 페달을 밟고 있다.

한국 사이클의 미래를 짊어질 대들보들을 길러내고 있는 김해건설공고 사이클팀. 이 학교는 사이클 국가대표를 여럿 배출한 명실상부한 사이클 명문 학교로, 지난 10월 경남 진주에서 개최된 '제91회 전국체전'에서는 3학년 김홍기 선수와 한동걸 선수가 경남대표로 출전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 등 총 7개의 메달을 쓸어 담았다. 김홍기 선수는 3㎞ 개인추발에 이어 한동걸 선수와 함께 조를 이뤄 출전한 메디슨(두 명의 선수가 한 조로 트랙 100바퀴(33㎞)를 도는 경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겁 없는 10대'인 이들은 평소엔 둘도 없는 단짝 친구 사이지만, 자전거만 타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라이벌이 된다.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던 이들은 단지 자전거 타는 게 좋아 중학교(김해중) 진학과 함께 사

▲ 김홍기 선수
이클 선수가 됐다. 본격적으로 자전거를 탄 지 3년여 만에 전국소년체전에 출전해 단체전 금메달을 따면서 장래가 촉망되는 유망주로 떠올랐다. 고교 진학과 함께 전국대회를 휩쓸다시피 하며 주니어 국가대표 선수로 선발된 이들에게 이미 국내무대는 좁아 보인다.

두 선수 모두 내년 2월 고교 졸업과 동시에 창원경륜공단 입단이 확정됐다. 국내에는 사이클 팀을 운영하는 대학이 3개밖에 없는데다 대학팀보다 실업팀에 입단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처럼 잘나가는 이들도 남모르는 고민이 있다. 거의 매일 자전거 타는데 시간을 보내다보니 친구가 없다는 것이다. 한참 호기심 많고 혈기 왕성한 시기인데 만약 슬럼프에 빠지게 되면 쉽게 헤쳐 나오지 못한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주로 혼자 지내는 시간이 대부분이다. 자전거를 타지 않을 때는 여느 청소년들처럼 음악 감상이나 게임을 즐긴다고 한다. 한동걸 군은 "운동을 하다 보니 운동하는 친구
▲ 한동걸 선수
외에 다른 친구를 사귈 시간이 없다"면서 "다양한 친구를 사귀고 싶어도 운동선수에 대한 선입견이 많아 어렵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들 사이클 꿈나무들은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한결같이 국가대표로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무대에 출전해 금메달을 목에 거는 것이 목표라고 한다. 김홍기 선수는 "이번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배들을 보면서 언젠가 나도 세계 무대 가장 높은 곳에 서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당차게 포부를 밝혔다.

한편, 학교로서는 어려움이 없는 게 아니다. 이들이 타는 자전거는 대당 50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다. 또 고장이 나거나 경기 도중 부딪히는 사고를 당해 자전거를 수리할 경우 수리비용도 만만찮다. 협회와 후원회의 지원이 있긴 하지만 비인기종목이다보니 일반인들의 관심도가 낮다. 김해건설공고 사이클 팀을 지도하는 최영욱 교사는 "사이클이 다른 운동보다 비용이 많이 드는 운동이다 보니 팀을 운영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고 털어놓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선수 보강은 엄두도 못내는 형편이다. 이 학교는 학년당 2명씩 총 6명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으나, 3학년 선수들이 졸업할 경우 상당기간의 공백은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들판에 뿌려진 잡초가 모진 비바람 속에 더욱 강인한 생명력을 가지듯 김해건설공고 사이클 선수들도 비인기종목의 설움을 딛고 세계 정상에 우뚝 설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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