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영제일고 전교생과 교직원들이 환하게 웃으며 학교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1930년 개교 올해로 86년 오랜 역사
재능 향상, ‘바른 사회인’ 양성에 노력

상업정보과 학생 1명당 자격증 1.5개
농협, LG전자 등 취업 실적 우수

각종 대회 수상 경력 미용예술과 인기
학교서 배운 기술이 평생 직업 밑천


"머리카락을 9등분해서 파마하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미용사의 기본기술 중 하나입니다. 오는 22일 열리는 '제4회 김해시장배 미용·뷰티 페스티벌' 준비를 하는 중입니다. 학교 수업시간 뿐 아니라 방과 후에도 연습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연습해서 실력이 탄탄한 미용사가 되고 싶습니다."
 
진영제일고(교장 조광현) 헤어디자인실습실에서 남학생 3명이 손을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실습용 가발의 가마를 나누고 가위로 거침없이 자르는가 하면, 벨크로 롤에 머리를 말기도 한다. 학생들은 볼펜 대신 미용기구를 잡고 하루하루 자신의 꿈을 키워가고 있는 것이다. 임민제(18·미용미술과) 군은 "미용 연습을 할 때마다 미용사라는 꿈에 다가가는 것 같다. 대회 준비로 힘들지만 그만큼 실력을 쌓는 것 같아 기분은 좋다"며 웃는다.
 

▲ 미용예술과 수업 장면.

1930년 문을 연 진영제일고는 올해로 개교 86년을 맞은 특성화고다. 오랜 역사를 증명하듯 학교 건물은 낡았지만, 리모델링을 한 덕분에 내부는 깔끔하게 정돈돼 있다. '작지만 강한 학교, 기술인을 꿈꾸는 특성화고'라는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학생과 교사 모두 힘을 쏟고 있다.
 
조광현 교장은 "공부보다 중요한 일은 건강한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다. 학교는 학생들의 재능을 키워 주고, 사회에 나간 학생들이 '바른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영제일고는 학생의 재능을 높이고, 사람다움을 만들어 주는 학교"라고 강조했다.
 
■고교에서 평생 직업 밑천을
진영제일고는 상업정보과, 미용예술과를 운영하고 있다.
 
상업정보과는 회계, 경영, 상업, 사무자동화 등 관련지식을 가르친다. 학생들은 교과 수업에서 들었던 지식을 바탕으로 각종 자격증을 취득한다. 상업정보과 1~3학년 학생 118명 중 111명은 전산회계, 회계정보처리, 전산회계운용사, 정보처리기능사, 컴퓨터그래픽운용기능사 등의 자격증을 하나씩 갖고 있다.
 
상업정보과 조정희 교사는 "전문 자격증 취득을 위해 회계원리기초반, 회계실무반, 전산회계반, 컴퓨터활용능력반 등 14개 교과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 한 명당 약 1.5개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취업 모의면접.
▲ 마사지 봉사활동.

진영제일고는 지난해부터는 공무원, 금융권과 '지역인재 9급 견습직원' 등의 취업대비반을 운영하고 있다. 취업대비반에서는 취업캠프, 모의면접, 직업체험보고서 경진대회 등을 진행한다. 지역인재 9급 견습직원은 공직사회에 지역 대표성을 강화하기 위해 인사혁신처가 도입한 제도다.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등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학생, 혹은 졸업예정 학생을 일반직 9급 견습직원으로 발탁해 6개월 견습기간을 거친 뒤 일반직 공무원이나 우정 9급 공무원으로 임용하는 시험이다. 조 교사는 "학기 중 매월 수요일, 방학 중에는 일주일 동안 학생들은 희망하는 직업기관을 방문해 현장체험을 한다. 3년 동안 쌓은 실력 덕분에 지난해 NH농협 진영지점, LG전자 취업 성과를 일궜다"고 말했다.
 
미용예술과는 헤어, 피부, 네일, 메이크업 등 미용과 관련된 모든 내용을 가르친다. 헤어디자인실습실, 피부관리실습실 등에는 미용실이나 피부관리실에서 볼 수 있는 미용관련 기구들이 마련돼 있다. 학생들은 3년간 각종 이론과 기술을 익히며 국가자격증 취득을 준비한다.
 

▲ 파이팅을 외치는 검도부.
▲ 학교 축제.

학생들이 매년 유행의 변화를 따라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학교에서는 현장 전문가를 초청해 특강을 열기도 한다. 학생들은 3학년 2학기가 되면 현장 실습을 나간다. 덕분에 취업도 빠르다. 차홍아르더, 화미주헤어, 박준뷰티랩, 끌리메 등 유명 헤어스튜디오와 피부관리실에 정직원으로 채용되고 있다.
 
미용예술과 장은경 교사는 "미용사가 꿈인 학생들도 부모의 등쌀에 못 이겨 인문계고로 진학한다. 학교에 다니면서 방과 후에 미용학원에서 자격증을 준비하는 학생들을 더러 봤다. 진영제일고에서는 학생들이 꿈에 다가갈 수 있도록 정규수업 뿐만 아니라 방과후수업을 통해 자격증을 딸 수 있게 돕는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매일 배운 기술로 지난달 25일 열린 '제15회 경남도지사배 미용기능경기대회' 안면관리 부문에서 대상과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커트, 파마, 습식 매니큐어 부문에서는 금상과 은상, 동상을 휩쓸었다.
 
장 교사는 "경남의 특성화공립고는 경남거제산업고와 진영제일고 두 곳뿐이다. 등록금, 실험·실습재료비, 방과후수업, 보충수업은 모두 무료다. 고교에서 배운 기술은 평생 직업이 될 수 있다. 미용학원, 전문대에서 수백만 원을 들여 배우지 않고도 진영제일고에서 헤어디자이너, 피부관리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현악합주단의 연습.

■진영제일고현악합주단
진영제일고에는 전 학년 학생들이 참여하는 '진영제일고현악합주단'이 있다. 2014년에 만든 연주단이다. 음악과 신행미 교사의 지도로 음악시간이나 방과후수업 시간에 악기 연주를 배운다. 합주단은 지난달 22일 '경남 중등학생 종합 학예발표대회'에서 2등을 차지하기도 했다.
 
신 교사는 "자존감, 자신감이 낮았던 학생들이 악기를 연주하고 공연을 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는다. 음표도 몰랐던 학생들이 이제는 악기 연습을 즐거워한다. 학생들의 행복한 모습을 볼 때 뿌듯하다"고 말했다.
 
류진열 교감은 "학교에 대한 편견 때문에 학부모들이 진영제일고에 자녀 보내기를 꺼린다. 진영제일고는 어느 특성화고보다 좋은 시설을 갖추고 있다. 교사들도 학생 지도에 열성적이다. 지역인재가 입학하고 시의 지원이 늘어난다면 좀 더 발전한 진영제일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역주민, 김해시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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