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원 우리동네사람들 시민학교 교장.

놀이터. 자유롭고 적극적인 놀이를 위해 별도로 마련된 고정적인 놀이 공간. 좁은 뜻으로 어린이들이 놀 수 있도록 실외에 마련한 장소를 놀이터라고 한다. 놀이터는 아이들이 자신의 능력을 시험하고, 한계에 도전하고, 경험을 모으며,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기분을 발산할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세계적인 놀이터 디자이너 귄터 벨치히는 <놀이터 생각>에서 가장 이상적인 놀이터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가장 이상적인 놀이터는 손 대지 않은 야생이다. 아이들은 인공적인 조형을 가하지 않은 야생을 좋아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좋은 놀이터를 계획한다면 야생을 가능한 한 많이, 다듬고 계획된 조형물은 적은 놀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놀이운동가이자 순천 기적의 놀이터 총괄디자이너인 편해문은 <놀이터, 위험해야 안전하다>에서 '땅의 기운을 막는 탄성포장을 사용한 놀이터, 생각 없이 기성 놀이시설만 가져다 놓은 놀이터, 이름만 생태이고 화학적 소재의 놀이기구로만 채워진 놀이터를 경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 11일 화정초등학교 옆 '띠앗공원'이 '생태놀이터'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지난 5월 조성 소식이 전해진 후 6개월만의 일이다. 필자가 찾아간 날은 본격 홍보가 진행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30여 명의 시민들이 방문하여 동굴놀이터와 모래놀이터를 즐겼고, 아이들은 장애물을 활용한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생태놀이터 '띠앗공원’은 크게 3구역, 곤충관찰구역, 조합놀이기구구역, 지형지물을 이용한 놀이구역으로 나누어지며, 보호자를 위한 정자와 운동기구가 비치되어 있다. 곤충관찰구역은 곤충아파트라 하여 곤충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곳으로 자연스레 곤충이 애벌레를 낳고 터를 잡을 수 있도록 각기 다른 자연물을 층층이 깔아놓은 체험시설이다. 현재로서는 곤충을 볼 수 없는 상태이다. 조합놀이기구구역은 목재로 만든 배 모양의 조합놀이기구로, 목재를 사용했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일반 놀이터 조합놀이기구와 차이가 나지 않아 아쉬움이 큰 놀이기구이다. 아마도 전체 놀이시설 중 비용적으로도 큰 비중을 차지했을 터인데 굳이 설치했어야 했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어 지형지물을 이용한 놀이구역에는 동굴놀이터, 언덕미끄럼틀, 출렁다리, 놀이기둥, 사면 오르기, 나무평균대 등이 설치되어 있다. 올라가고 내려가고 흔들리고 멈추고 느리고 빠름이 존재하는 이곳은 자연(야생)을 닮아 아이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구역이다. 예쁘게 색칠되고 꾸며진 인공적이고 정형화된 놀이기구보다 추상적이고 자연물적인 놀이기구가 아이들의 상상력을 어떻게 자극하고 이용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다. 특히, ‘놀이기둥’이라는 놀이기구는 홈을 밟고 나무기둥을 맨손으로 올라가는 놀이기구로, 언뜻 위험해 보이기도 하지만 아이들 스스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해볼 수 있는 놀이기구로서, 한번 타고 나면 싫증나는 일반 놀이기구와 달리 계속적으로 도전하고 싶어지는 가장 인기 있는 놀이기구이다. 방치된 녹슨 컨테이너, 세족장의 낮은 수압 등 비록 귄터 벨치히나 편해문이 말한 ‘이상적인 놀이터’에는 한참이나 부족하고 모자란 수준의 놀이터이긴 하지만 그래도 기존 공공놀이터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큰 예산을 들여 생태놀이터를 건설한 김해시에 큰 박수를 보낸다.
 
이제 생태놀이터 '띠앗공원'을 어떻게 보완하고 관리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해야 한다. 개, 고양이 같은 애완동물의 배설물로부터 모래는 어떻게 관리할지, 나무 놀잇감 같은 놀잇감 보관 관리는 어떻게 할지, 놀이터 쓰레기 처리는 어떻게 할지….
 
기본적인 관리 계획은 환경부 생태놀이터 가이드라인에 따라 김해시가 관리주체가 되어 진행을 할 것이다. 그러나 보다 효율적이고 장기적인 관리가 되려면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관리조직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지역의 생태놀이터를 참고해보자. 지난해 5월 개장한 서울 서초구 생태놀이터는 ‘숲해설가’를 활용하고 있다. 지난 10월 개장한 강릉 생태놀이터는 시민으로 구성된 ‘생태놀이터 놀이지원단’을 중심으로 생태놀이프로그램을 운영한다고 한다. 김해시도 생태놀이터 '띠앗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놀이지원단을 모집해서 활용하는 것은 어떨까? 놀이지원단은 김해시를 보조하여, 놀이터 모니터링, 특히 모래 관리, 쓰레기 관리, 시설물 확인등과 함께 놀이터 이용 아동들을 위한 전래놀이 프로그램 진행, 간단한 구급, 안전교육 등을 이수하여 운영하는 것을 고민해 보자. 사실 이러한 활동은 생태놀이터 기획단계에서부터 지역주민과 전문가, 행정이 모여 의논되었어야 마땅하다.
 
생태놀이터 '띠앗공원'에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어떻게 놀아야할 지에 대해 '아이들과 함께 노는 법'이라는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내용을 보자면, '옷이 더러워진 것은 야무지게 놀았다는 표시이고, 부모님의 어린 시절 놀이를 보여주고, 자유롭게 스스로 놀 수 있도록 기다려주며, 감시자가 아닌 파트너가 되어주며, 관심 갖는 것을 함께 궁리하고 탐색하며, 아이들의 상상력에 맞장구를 쳐주자'라고 되어있다. 이상 6가지 '아이들과 함께 노는 법'을 제대로 지킬 수만 있다면 '띠앗공원 생태놀이터'는 김해의 대표적인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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