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인교 씨가 지난 19일 김해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시각장애인 창작시 음악축제'에서 창작시 '할머님의 향기'를 읽고 있다.

‘시각장애인 창작시 음악축제’
시에 곡 붙여 가수·합창단 노래


"흰 지팡이는 어디를 가더라도 내 곁에 있다/ 비록 남들의 시선이 따갑고 두려워도/ 혼자일 때는 결국 흰 지팡이가 나의 동행자인 것인가♬"
 
시각장애인들이 가슴으로 쓴 창작시가 음악으로 재탄생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과 김해문화재단은 지난 19일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 관객 3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시각장애인 창작시 음악축제'를 개최했다.
 
경남문화예술진흥원, 김해문화재단은 음악회를 열기 위해 지난해 11월 지역의 시각장애인들이 쓴 창작시 10편을 선정했다. 지난 4월부터는 지역 예술인, 김해합성초, 점자정보도서관, 양산시각장애인협회와 함께 행사를 준비해 왔다.
 
장애인들이 지은 시에는 창원의 어린이예술단 '아름나라'의 고승하 이사장, 재즈를 가르치는 문화기업 '이스트재즈컴퍼니'의 조숙경 대표, 음악학원 ‘즐거운마음'의 이경민 대표, 창원대 예술대 전욱용 외래교수 등 전문 작곡가들이 곡을 붙였다. 가수 박경하, 이상유 씨와 김해시립소년소녀합창단, 창원시여성합창단이 노래를 불렀다.
 
음악회의 첫 곡은 이수진 씨의 시 '흰 지팡이는 나의 동행자'였다. 어디에 가더라도 흰 지팡이가 곁에 있지만 남들의 시선이 따갑고 두려워 쉽게 꺼내지 못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담았다. 이 씨의 시는 작곡가이자 가수인 이경민 씨가 노래했다. 따뜻하면서도 푸근한 포크 멜로디는 가사를 더 빛나게 만들었다.
 
김미화 씨의 시 '가물가물'은 재즈발라드가 됐다. "나 어릴 적 손톱에 수놓았던 봉숭아 꽃잎도 가물가물/ 스무 해 어느 날 받았던 스무 송이 장밋빛깔도 가물가물/ 세월의 흔적 느낄 수 없었던 아빠의 얼굴도 가물가물." 이스트재즈컴퍼니의 보컬 정소휘 씨가 담담한 목소리로 김 씨의 시를 노래했다. 피아노, 베이스, 드럼이 더해져 화려한 무대를 완성했다. 김광숙 씨의 시 '꽃'과 김기환 씨의 시 '고마운 라디오'도 재즈음악으로 탈바꿈했다.
 
2부 무대는 시각장애인 연주동아리 '하모입살니카'의 하모니카 연주로 시작됐다. 어두운 조명 아래 서로 손을 잡은 채 등장한 하모입살니카 회원들은 어둠 속에서 '바위섬'을 연주했다. 관객들은 생소한 조명장치에 잠시 술렁이다 의도를 파악한 듯 조용히 노래를 따라 불렀다. 감동적인 무대에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있었다.
 
정인교 씨의 시 '할머님의 향기'는 김해시립소년소녀합창단의 합창곡으로 변신했다. "하늘이 넓고 높아도 바다가 깊고 넓어도 칠형제 키워내신 할머님 가슴에야/ 목련화 향기도 들국화 향기도 칠형제 키워내신 할머님 땀 냄새야/ 그 시절 그리워라 나 어릴 적 지금은 들을 수 없는 할머니의 자장가." 느리면서 서정적인 민요풍의 합창곡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만들었다. 노래가 끝나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화답했다.
 
마지막 무대는 전 출연자들과 관객들이 함께 꾸몄다. 가수 변진섭의 곡 '우리의 사랑이 필요한거죠'를 함께 부르며 음악회의 대미를 장식했다. 
 
이날 처음 완성된 음악을 접한 시각장애인들의 얼굴에서는 미소가 떠나질 않았다. 김미화 씨는 "이런 기회가 올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눈이 보일 때에는 노래 듣기와 부르기를 참 좋아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작사가가 돼 기분이 남다르다. 시각장애인들의 속마음을 표현한 노래를 많은 사람들이 이해하며 들었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기환 씨는 "시각장애인들이 비장애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동기가 된 것 같다. 우리들의 마음이 관객들에게 전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음악회를 관람한 김현미(32·여·내외동) 씨는 "시각장애인들의 생각과 감정이 가슴에 오롯이 전달돼 뭉클했다. 장애인들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없애고 다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슬미술관 로비에서는 문화다양성 시범학교인 김해합성초등 학생 42명이 시각장애인들의 창작시를 감상하고 그린 '짝꿍 그림전시' 시화전도 열렸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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