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란색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가 서류작성대에서 외국인들의 서류 작성을 돕고 있다.

지난달 부원동에 출장소 새로 신설
김해·밀양 지역 거주 외국인 지원 업무
비자 연장, 거주지 이동 등 신속 처리

이주민 채용한 내국인 방문도 잦아
수유실, 어린이 놀이방, 컴퓨터 비치
“가까운 곳에 생기니 편하고 좋아”


얼마 전까지만 해도 매주 목요일이 되면 서상동 김해외국인력지원센터에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이동출장소가 개설됐다. 그날은 센터가 이동출장소를 이용하려는 내·외국인들 때문에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업무 자체는 비자 연장, 거주지 이동 신고 등으로 간단했지만, 반나절 이상을 대기해야 하는 경우가 부지기수였다.
 
내외국인들은 그래도 부산 중앙동에 있는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로 가는 것보다는 낫다 여겼다. 거기까지 가려면 왕복 3시간이 넘게 걸렸기 때문이었다.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까지 가더라도 부산 인근의 외국인들이 다 몰려오는 바람에 늘 장시간 대기를 해야 했다.
 
지금은 그런 불편이 없어졌다. 지난 10월 20일 부원동 부원우체국 5층에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 김해출장소(소장 최병철)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이 출장소는 김해·밀양 지역 거주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곳에서는 복잡한 동선도, 긴 대기 줄도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의 업무는 30분 이내에 처리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10시. 김해출장소의 풍경은 쾌적하고 여유로웠다.
 

▲ 민영삼 행정관이 출장소를 찾은 외국인에게 친절하게 설명을 하고 있다.

"어서 오세요. 뭘 도와드릴까요?" 노란 조끼를 입은 자원봉사자 전효석(78) 씨가 입구에 서서 방문객을 맞았다. "체류기간을 연장하려고 왔어요." 외국인이 서툰 한국어로 대답했다. 전 씨는 자연스런 표정으로 서류 작성대에 비치된 해당 서류를 꺼내더니 서류 작성을 도왔다. 우선 전 씨가 외국인의 여권을 참고해 서류에 필요한 부분을 적어나갔다. 옆에 서 있던 외국인은 전 씨를 지켜보면서 한국어 글씨를 '그려' 나갔다. 서류작성대 맞은편에서는 7개의 창구에서 담당행정관들이 방문객을 기다리고 있었다.
 
10시 30분이 지나자 방문객 수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려보이는 외모에 배낭가방, 모자를 쓴 베트남 남성이 안으로 들어왔다. 짠국희 씨였다. 그는 번호표를 뽑은 뒤 창구로 다가갔다. "어떻게 오셨어요?" "학교를 건국대에서 인제대로 바꿀 거예요." 그는 인제대에서 발급 받은 수강예정증명서, 성적·출결 증명서를 민영삼 행정관에게 건넸다.
 
민 행정관은 짠국희 씨가 내민 서류를 꼼꼼히 살폈다. 다행히 별 이상이 없는 듯 했다. 민 행정관은 "학생. 바로 뒤편에 보면 인지를 파는 곳이 있어요. 6만 원 주고 인지를 사오세요"라고 말했다. 인지는 법무부의 허가에 따른 수수료 같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주노동자는 6만 원, 결혼이주여성은 3만 원이다. 짠국희 씨는 곧바로 인지를 사왔다.
 
업무는 10분도 채 안 돼 해결됐다. 짠국희 씨는 "인제대 선생님과 출입국관리사무소의 도움으로 업무를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앞으로 5년 동안 인제대에서 공부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한국어통역사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가벼운 걸음으로 현장을 떠났다.
 

▲ 자원봉사자 전효석 씨가 민원인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이어 6개월 남짓 된 아기를 안은 여성이 찾아 왔다. 베트남 결혼이주여성과 그의 친언니 그리고 시누이였다. 이들은 결혼이주여성의 친언니가 자녀 양육을 돕기 위해 한국에 왔는데, 친언니의 비자 연장이 가능한 지를 물었다. 결혼이주여성의 한국인 시누이 덕에 의사소통에는 문제가 없었다. 방미경 행정관이 친절하게 응대했다. "관계가 어떻게 되세요?", "부모님 나이는 몇 살이에요?" 결혼이주여성은 "아빠가 63, 엄마가 56이에요"라고 또박또박 답했다.
 
방 행정관은 안타깝다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자녀 양육을 목적으로 입국한 경우 부모님의 나이가 65세가 넘어야지만 다른 형제·자매의 방문이 가능해요. 이 비자를 악용해 불법 체류하는 사람이 많아 법이 바뀌었어요. 부모님이 65세 이상 고령이 아니면 부모님만 자녀 양육을 도울 수 있어요"라고 설명했다.
 
쉽게 비자 연장이 가능할 것이라 여겼던지 이들은 혼란스러워 했다.
 
그때 바로 옆 창구에서 역시 베트남 여성이 상담을 받고 있었다. 이들은 그 와중에도 창구를 사이에 두고 베트남어로 '폭풍 수다'를 떨기 시작했다. 같은 베트남인이란 이유만으로도 마음이 통하는 모양이었다.  무슨 이야기를 나누었느냐고 물었더니, '무슨 일로 이곳을 찾았나', '베트남에서 고향은 어디냐' 하는 일반적인 것이었다. 타지에서 고향이 어딘지를 묻는 것은 어느 나라 사람이나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방 행정관은 열심히 서류를 찾아보더니 다소 밝은 표정으로 "10월 24일부터 바뀐 법이 시행됐는데 언니 분이 입국한 날짜가 그보다 며칠 전이라 한 번 연장이 가능하네요"라고 말했다. 결혼이주여성의 친언니는 기적적(?)으로 비자 연장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행정관은 친자매임을 증명하는 확인서, 등본, 결핵검사결과를 다시 제출하면 비자 연장 신청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대로 보이는 한 재중동포(조선족) 남성은 음주운전을 하다가 걸려 이곳을 찾았다. 외국인이 형사범죄를 저질렀을 때는 법적 처분을 받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이 사람이 계속 한국에 머물러도 괜찮은지에 대한 출입국 심사를 받는다. 출국조치 기본 원칙에 따르면, 300만 원 이상 벌금형(도로교통법위반은 500만 원 이상 벌금형), 최근 2년 이내 2회 이상· 5년 이내 3번 이상의 범행을 저질렀을 때는 출국명령 혹은 강제출국을 당할 수 있다. 이날 출장소를 찾은 재중동포는 출국조치 기준에 미치지 않아 한국에 계속 체류할 수 있게 됐다. 대신 대한민국 법을 준수하겠다는 준법서약서를 작성했다.
 
내국인들의 방문도 잦았다. 공한숙(32) 씨는 직장의 외국인근로자 근무처 변경을 대신 처리하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 그는 "회사에 외국인근로자가 4명 정도 있다. 외국인근로자와 관련된 업무 처리를 맡을 때가 종종 있다. 김해출장소가 생기기 전에는 오전에 가도 오후까지 업무를 마치지 못할 때가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일 처리가 되니 너무 좋다"고 말했다.
 
밀양에서 농장을 운영하는 김진식(63) 씨는 캄보디아 여성 칸이마노(20) 씨와 함께 방문했다. 자신의 농장으로 취업 신고를 하기 위해서였다. 담당 행정관은 주소를 꼼꼼하게 살피더니 문서를 작성했다. 금세 업무를 끝낸 김 씨는 "밀양에서 농사를 짓는 사람 중에는 60세가 넘는 고령자가 많다. 젊은 사람들은 일을 안 하려고 하니 외국인을 채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먹거리를 외국인들의 손에 맡기는 '아이러니한' 현실이지만 여러 농장들이 이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며 "새로운 직원이 오면 직원과 함께 매번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로 갔는데, 가까운 곳에 김해출장소가 생겨서 정말 좋다"고 말했다.
 
출장소 내에는 증명사진을 찍을 수 있는 즉석사진기와 컴퓨터, 프린터가 마련돼 있었다. 다급하게 출장소를 찾은 방문객들이 별 불편 없이 필요한 자료를 찾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수유실과 어린이놀이방도 마련돼 있어서 어린 자녀와 출장소를 찾은 방문객들이 좋아했다.
 
최병철 센터장은 "김해출장소가 생긴 뒤로 지난 5일부터 부산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는 김해·밀양 거주외국인에 대한 업무를 보지 않는다. 지금은 매일 200여 명이 김해출장소를 찾아와 상담을 한다. 방문객들의 애로사항을 잘 파악해 내·외국인에게 친절히 안내하도록 하겠다. 법무부 산하 기관이라는 이유로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편하게 이용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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