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숙희 씨가 거실에서 세 아들에게 동화책을 읽어주고 있다.김병찬 기자 kbc@

"아이들이 책 읽는 즐거움을 평생 누렸으면 좋겠어요."
 
민기·승기·혁기 초등 삼형제와 엄마, 올 상반기에만 537권 대출해 읽어
집안 곳곳 아이들 손닿는 곳마다 책
"교육은 책 읽는 습관에서부터 시작" 남자 아이들 특유의 산만함도 사라져

지난 9일 소숙희(42·여·내동) 씨 가족은 한국도서관협회에서 주최하고 김해도서관에서 선정하는 올 상반기 '책 읽는 가족'에 뽑혀 상장과 현판을 수여받았다. 김해도서관 측에 따르면 초등학생 세 아들을 둔 소 씨는 올 1월부터 5월까지 김해도서관에서 총 537권의 책을 대출해 읽었다고 한다. 기자는 책 읽는 가족의 생활상을 살펴보기 위해 소 씨의 가정을 방문했다. 이 집에는 유민기(초등 1학년)·승기(4학년)·혁기(6학년) 군 등 3형제가 있다.
 
소 씨의 집 안에는 아이들 방은 물론 소파 위, TV 옆, 심지어 화장실까지 아이들의 손이 닿는 곳엔 어디든 책이 놓여 있었다. 소 씨는 "아이들이 머무는 자리마다 책을 둬서 언제 어디서든 읽을 수 있는 가정환경을 만들어 놓고 있다"고 전했다.
 
소 씨는 2년 전 김해로 이사를 올 때부터 도서관이 가까운 곳에 집을 구할 만큼 책을 통한 자녀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엄마들은 좋은 학원을 보내고 과외를 별도로 시키는 등 사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그는 아이들의 교육은 책 읽는 습관에서 비롯된다는 신념에서 우선 도서관을 가까이 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 2011년 상반기 책읽는 가족 인증서.
세 아이들에게 "너희들 학원 다니니?"라고 물으니까 아이들 모두 "아니오"라고 한 목소리를 낸다. 대신 아이들은 방과 후 경운초등학교 도서관에 가서 매일 2시간씩 엄마와 함께 책을 읽고 집에 돌아온다고 한다. 소 씨는 "아이들이 마칠 시간에 먼저 학교 도서관에 가 있는데 매일 엄마가 도서관에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아이들이 엄마를 찾아오고 곁에서 책을 읽게 되었다"고 전했다.
 
학교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는 책을 매일 2시간씩 읽고 주말이면 김해도서관을 찾아 빌려놓은 책 또한 집에서 읽는다니 아이들이 읽는 책의 양은 실로 엄청나다. 그래서일까. 소 씨의 세 아들은 성적도 눈에 띄게 오르고 남자 아이들 특유의 산만함도 사라졌다고 한다.
 
소 씨는 우선 책과 아이들이 먼저 친해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도서관에 가면 자기가 읽고 싶은 책을 가져오라고 하죠. 만화책이라도 상관없어요. 애들 모두 5~6권씩 가져오더라구요. 처음엔 다 읽을 수 있을까 의문스러웠지만 보고 싶은 책을 읽으라고 하니까 아이들이 전부 소화해 내더라구요."
 
집안을 책 읽는 분위기로 이끄는 엄마의 노력도 살펴볼 수 있었다. 소 씨는 아이들에게 저녁시간을 이용해 책을 직접 읽어주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단어나 내용을 물어올 때 답을 해주기 위해 도서노트를 마련해 따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특히 소 씨는 아이들의 영어교육에 관심이 많았다. 실제 김해도서관에서 대출한 책 목록을 살펴보니 영어 동화책이 상당수 차지했다. 그는 "세 아이 모두 영어학원에 보낼 수 없어서 영어책에 딸림자료로 들어있는 영어 CD를 매일 아침마다 틀어주고 있다"고 말했다. 도서관을 이용한 이 집만의 영어 교육방법이다. 소 씨는 이 방법을 통해 영어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얻었다고 한다.
 
둘째 승기(11) 군은 특히 과학만화를 좋아하고 과학분야에 소질을 드러내고 있다고 한다. 소 씨는 아이들이 가져오는 책을 통해서 아이들의 적성을 파악해냈다. 또한 막내 민기도 책을 읽더니 요즘 어휘력이 크게 늘어났다고 전했다.
 
소 씨는 "책을 많이 빌려 읽는 일이 남의 관심을 받고 상을 탈 만큼 특별한 일이 아니다"며 겸손해 했다. 하지만 하나를 물어도 똑 부러지게 대답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통해 책을 가까이 하는 일상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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