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보건소, ‘소금 줄이기’ 영양교실
나트륨 농도 다른 국으로 테스트
참가자 대부분 짠맛 인식에 문제

염분 과다섭취 오래 지속하면
고혈압, 심혈관질환, 위암 위험
단맛 욕구 높여 과체중, 비만도



'짜게 먹으면 몸에 안 좋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몸에 밴 식습관을 고치긴 쉽지 않다.'
 
김해시보건소는 생활 속에서 저염식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소금 줄이고! 건강 올리고!' 영양교실을 매년 2~3회씩 정기적으로 열고 있다.
 

전문 영양사가 참가자들을 대상으로 짠맛 미각 테스트를 실시한 뒤 얼마나 짜게 먹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싱겁게 먹기의 필요성을 인식시키고, 저염식 조리방법 및 저염식단을 소개한다. 지난 16일 진행한 '나는 얼마나 짜게 먹을까'를 시작으로 23일 '왜 싱겁게 먹어야 하나-소금 과잉섭취와 질병', 30일 '어떻게 싱겁게 먹을까-조리법과 저염식단'의 강좌가 이어진다.
 
평소 패스트푸드나 국밥, 덮밥 같은 일품식을 자주 먹는 기자도 '짠맛 미각테스트'에 참가했다. 미각테스트는 소금 농도가 다른 콩나물국 다섯 가지를 하나씩 맛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각 콩나물국의 소금 농도는 1.25~0.08%였다.
 
짜다고 느껴지는 시료보다 밋밋해 맹물처럼 느껴지는 시료가 더 많았다. 결국 기자는 소금이 1.25% 들어간 국물에서 비로소 짠 맛을 느껴 가장 짜게 먹는 그룹에 속했다. 보통 짠 맛의 소금농도가 0.63%이니 배 정도 소금을 섭취하는 셈이었다. 혀가 강한 짠 맛에 익숙해져 있어 소금이 적게 들어 간 음식은 간이 덜 됐다고 느낀 것이다.
 
강의에 앞서 나트륨 섭취 설문조사를 했다. '외식을 하거나 배달시켜 먹는 일이 잦다', '라면 국물은 다 먹는다', '찬이 있는 식사보다 카레, 짜장, 덮밥 같은 일품식을 좋아한다'는 항목에 대해 '예'라고 답한 참가자가 과반수였다.
 
흔히 나이가 들수록 집밥을 즐길 것이라는 통념에서 조금 벗어난 결과였다. 일반적인 통념을 뒷받침할 '젓갈, 장아찌를 잘 먹는다', '생채소보다 김치를 좋아한다'는 문항에 대해선 절반만이 '예'라고 답했다. 전통적 밑반찬인 김치, 젓갈 등에 의한 나트륨 과다섭취보다 외식문화, 인스턴트 음식 등에 더 문제가 있다는 뜻이다. 올해 참가자 130여 명이 대체로 비슷하게 느낀 결과였다.
 
외식·배달 음식, 국물, 일품식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나트륨 섭취량을 높이는 주된 원인이다. 지난해 녹색소비자연대도 밖에서 먹거나 시켜먹는 분식의 나트륨 함량이 매우 높다고 발표했다. 짬뽕 3780㎎, 우동 2298㎎, 해물칼국수 2671㎎으로 WHO(세계보건기구)가 정한 나트륨 1일 권장 섭취량인 2000㎎(소금 5g)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심코 먹은 한 끼 식사가 몸에 무리를 주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나트륨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트륨은 세포 밖에서 높은 농도를 유지해 세포가 터지지 않도록 삼투압 기능을 한다. 또 혈액의 산도(ph)를 일정하게 유지하고, 몸 안 체액의 산과 알칼리의 평형을 잡아주는 등 중요한 생리기능을 한다. 나트륨이 없으면 인체가 정상적으로 작동할 수 없는 것이다. 때문에 적정 수준의 나트륨 섭취는 꼭 필요하다.
 
하지만 WHO 권장량의 배 가까운 하루 3890㎎의 나트륨을 섭취하는 국민 식습관은 꼭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인체는 일정 수준까지 불필요한 성분을 몸 밖으로 배출하는 항상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짜게 먹더라도 당장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계치를 넘기면 서서히 혈관, 위 등 신체조직을 약화시키고 자극한다. 결국 나트륨 과다섭취는 고혈압, 심혈관질환, 위암 등의 발생빈도를 높인다. 나트륨을 배출할 때 칼슘도 함께 빠지기 때문에 골다공증 심화에도 영향을 끼친다.
 
김해시보건소 최정현 영양사는 "나이가 들면 여성호르몬이 저하돼 뼈에서 칼슘이 빠져나간다. 계속 짜게 먹는다면 골다골증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나트륨 함량이 높은 음식을 즐기면 이를 중화할 단 음식에 대한 욕구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탄산음료, 초콜릿이 든 과자 등의 섭취량을 증가시켜 과체중, 비만의 위험도 증가시킨다.
 
최정현 영양사는 "우리나라 사람들은 매우 짜게 먹는다. 당장 병이 생기지는 않는다고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은 착각이다. 나트륨 줄이기 실천에 대한 홍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된장국을 너무 오래 끓이지 말고, 김치는 작게 썰어 먹는 게 좋다. 식사할 때 국을 작은 그릇에 담거나 건더기 위주로 먹고, 소스나 양념장은 푹 찍지 말고 살짝 찍어 먹는 요령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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