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김해에서도 '촛불집회'가 열렸습니다. 몇 백 명이 참여했습니다. 독자 한 분이 물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박근혜 퇴진!' 이렇게 쓴 종이를 들고 다니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우리 자식들에게 헌법의 지엄함을 가르치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우리 자식들은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헌법 제1조 1항과 2항), 는 사실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헌법상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를 누릴 수 있으며, 뜻 맞는 사람들이 한 데 모여(집회의 자유)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언론의 자유) 역시 아무렇지도 않은 일이란 사실을 늘 기억하도록 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그쳐서는 안 됩니다. 헌법을 좀 더 성의 있게 들여다보도록 해야 합니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옵니다만, 이건 국민투표 같은 사회적 합의에 의한 정식 절차를 거쳤을 때 성립되는 것입니다. 특정 목소리가 권력을 무너뜨리고 만들어내는 일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있어서도 안 됩니다.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100만 명이 박근혜 대통령(이하 모든 존칭 생략)의 퇴진을 요구했다지만, 나머지 국민 5천여 만 명의 의사는 객관적으로 확인된 바가 없습니다. 여론조사를 맹신해서도 곤란합니다. 여론조사는 표본 수, 응답률 등에서의 비과학적 측면 때문에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기도 합니다. 우리 자식들은 이런 부분도 알아둘 필요가 있습니다.
 
나뿐만 아니라 남의 언론자유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합니다. '촛불집회'와 다른 목소리를 냈던 MBN 앵커 김주하와 천호식품 대표 김영식은 생각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심한 압박을 받은 끝에 해명과 사과를 했습니다. 이참에 언론자유와 양심의 자유(헌법 제19조)를 제어하는 일은 나쁜 것이란 사실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헌법 제12조는 '국민의 신체의 자유'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최순실이 입국했을 때 긴급체포를 촉구하는 여론이 있었습니다. 반 헌법적 반응입니다. 긴급체포에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해도 될 필요하고도 충분한 법적 요건이 수반되어야 합니다. 근대 이전처럼, 권력자이든 다수의 사람이든 '네 죄를 네가 알렸다'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입니다.
 
우리 자식들에게 혐의, 참고인, 범인, 피의자, 피고인 같은 법률 용어를 이해시켜줄 필요도 있습니다. '혐의'는 범죄 사실에 대한 의심을 말합니다. '범(죄)인'은 범행을 저지른 사람을 말합니다. '참고인'은 혐의는 없지만 혐의 입증에 필요한 사람을 말합니다. 참고인은 죄를 지은 사람이 아니므로, 수사기관의 출두 요청이 있을 때 얼마든지 시점을 조율할 수 있습니다. '피의자'는 수사기관으로부터 혐의를 받고 있는 사람을 말합니다. '피고인'은 검사가 형사상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해 법원에 심판을 맡긴 사람을 말합니다. 여기에서 중시해야 할 것은, '무죄추정의 원칙'입니다. 헌법은 법원이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을 내리기 전까지는 형사피고인에게조차 무죄로 추정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1, 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지자체장이나 국회의원들이 대법원의 판결이 나기 전까지는 옥중결재를 하기도 하고 입법 활동을 하기도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 자식들은 박근혜에게 참고인이든 피의자이든 업무를 수행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도록 해야 합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반 헌법적 언행을 남발한다면, 우리는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생각하기에, IMF 사태가 우리에게 제시한 교훈은 오로지 실력으로만 승부하고 반칙을 경멸하되 합리적, 이성적,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행동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새삼 IMF 사태를 기억하고자 합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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