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향교 노영칠(오른쪽) 전교가 80세가 넘은 어르신에게 장수상을 수여하고 있다.


김해향교 18일 어른 공경 ‘기로연’
원로·유림 등 참여 장수상에 잔치



김해향교(전교 노영칠)는 지난 18일 대성동 김해향교에서 지역의 원로들을 공경하고 위로하기 위해 '기로연(耆老宴)'을 열었다. 이날 행사에는 각 읍·면동의 원로, 유림 등 100여 명이 참석했다.
 
기로연은 나이가 들어 관직에서 물러난 노인들의 모임인 고려시대의 '기로회'에서 시작한 행사다. 기로회는 조선시대에는 문과 출신의 정2품 이상 전직·현직 문관 중에서 70세 이상만 들어갈 수 있는 관서인 '기로소'로 발전했다. 기로소는 봄, 가을 두 차례 기로연을 열어 원로들을 예우했다. 기로연은 일제강점기 때 사라졌다가 1998년 문화체육관광부 주도로 전국 곳곳의 향교에서 되살아났다. 김해향교는 2003년부터 기로연을 재개해 올해 14회째를 맞았다.
 
기로연에 참석한 유림들 중 10여 명은 유건과 도포를 착용했지만, 대부분은 양복이나 깔끔한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멋진 중절모와 양복을 제대로 갖춘 어르신들의 모습은 기로연 행사와 묘하게 잘 어울렸다. 여성유도회 회원들도 눈에 띄었다. 어르신들의 가슴 주머니에는 공경의 의미를 담은 꽃이 꽂혀 있었다.
 
행사가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상향례(향을 올리는 의식)를 올렸다. 이어 공자를 모신 사당인 묵묘가 있는 북쪽으로 배례(머리를 숙여 절을 하는 것)했다. 인의예지를 근간으로 이어온 전통을 지키자는 윤리선언문 낭독이 이어졌다.
 
김해향교 노영칠 전교는 "예로부터 연로한 어른을 공경하고 갖은 세파를 헤쳐 온 노인들을 위로하기 위해 잔치를 열었다. 기로연은 상하의 유대와 화합을 이루는 기회다. 모두 장수하고 사회에 모범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로연의 가장 중요한 순서인 장수상 수여식이 진행됐다. 김해향교는 지역별로 80세 이상이면서 덕망이 있는 어르신 10명을 뽑아 장수상을 수여했다.
 
수로왕릉 숭선전의 김효구 참봉은 "고도의 산업사회에서 어른을 공경하는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젊은 세대만 탓할 게 아니라 어른이 먼저 어른답게 행동해야 한다. 자신의 몸을 닦고 가정을 잘 다스리는 것부터 시작해 사회에 모범이 되기를 바란다"며 축하인사를 했다.

▲ 춤과 음악이 어우러진 기로연 장면.

2부 행사에서는 함께 먹고, 마시고, 즐기는 연회가 진행됐다. 유림들은 술잔을 들고 "오늘은 좋은 날, 행복한 날, 즐거운 날"을 외쳤다. '삭스코리아 색소폰클럽' 등 여러 예술단체 회원들이 즐거운 연주와 노래로 잔치의 흥을 돋웠다. "닐리리아~ 닐리리아~ 니나노~" 등의 민요가 울려 퍼지자 어르신들은 "얼~쑤", "잘한다~"라고 추임새를 넣으며 어깨춤을 췄다.
 
"구십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알아서 갈 테니 재촉 말라 전~해라/ 백 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어르신들의 마음을 담은 노래 '백세인생'이 연주되자 어르신들은 가사를 적은 종이를 보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후에는 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함께 식사를 했다.
 
장수상을 받은 정진모(82·장유) 씨는 "사회에서 예가 사라지는 것은 젊은 사람들의 잘못이 아니다. 나이 많은 사람들이 젊은 사람들을 잘 교육해야 한다. 어른 노릇을 더 잘해서 더 밝은 사회,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도록 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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