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사가 중단된 봉하어울림마당 건물이 텅 빈 채 방치되고 있다.


시 승인 없이 6억 ‘손쉽게’ 대출
일부 자금 개인 용도 돌려 사용
담당부서 석달 전에야 사실 파악



김해서부경찰서는 지난 16일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도비, 시비 지원을 받는 봉하어울림마당 사업을 진행하면서 금융권 대출을 받아 개인 용도로 사용한 혐의(사기)로 ㈜봉하장터 전 사무국장 A 씨를 불구속 입건해 검찰에 송치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봉하장터가 건물과 부지를 담보로 은행 대출을 받는 과정이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해시가 보조금 사업자 관리·감독에 소홀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 은행대출 개인용도로 사용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3년 7월 봉하어울림마당 부지를 담보로 경남단감원예농협으로부터 총 3억 6000만 원을 대출했다. 봉하어울림마당 건물 준공 이후인 2014년에도 봉하어울리마당 건물을 담보로 다시 3억 원을 대출했다. 그는 일부 대출금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해 개인 용도로 사용했다.
 
봉하어울림마당 사업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고향인 진영읍 봉하마을에 농산물 판매장, 매점, 각종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보조금 사업이다. 봉하마을 주민 17명은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출자금 5억 원을 모아 ㈜봉하장터를 만들었다. 여기에 도비 8억 원, 시비 3억 원을 지원받았다.
 
㈜봉하장터는 2012년 본산리 76-4의 2만 3300㎡ 부지에서 공사를 시작해 2014년 2층 건물을 지어 준공 허가를 받았다. 이후 2년이 지지나도록 사업은 완료되지 않았고 시행사 측이 은행 빚을 갚지 못하는 바람에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처지에 몰렸다. 이에 따라 김해시는 9월 8일 ㈜봉하장터의 공금횡령 의혹을 수사해달라고 경찰에 의뢰했다.
 
경찰은 "A 씨가 혐의를 인정했다. 다만 이번 사건은 A 씨가 2014년 횡령 혐의로 기소돼 확정판결을 선고받은 사건과 일부 겹치는 내용이 있다. 기판력에 해당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기판력이란 확정판결이 내려진 동일사건에 대해 다시 제소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A 씨가 사기 혐의로 처벌을 받을지 여부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 농협과 김해시의 허점
일부에서는 A 씨가 어떻게 해서 은행 대출을 받을 수 있었는지 의아해한다. 김해시 지방보조금관리조례 제27조에는 '지방보조사업자는 중요재산을 시장의 승인 없이 지방보조금의 목적에 위배되는 용도에 사용하거나 양도, 교환, 대여하거나 담보로 제공해서는 안 된다'고 돼 있다. 이에 따라 A 씨가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시 승인이 필요했지만, 그는 아무런 제재 없이 대출을 받았다. 한 은행 관계자는 "자치단체 보조금사업의 재산은 담보로 취득하기 어렵기 때문에 은행에서는 법인대표나 주주의 동의가 있어도 대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경남단감원예농협 간부의 친인척과 A 씨의 친분관계 덕분에 은행 대출이 가능했다는 의혹이 있다"고 지적했다. 경남단감원예농협 관계자는 "친분 관계 때문에 대출이 될 수는 없다. 보조금 사업의 재산은 등기부등본에 부기등기로 명시된다. 시 보조금 사업으로 설립된 건물이라면 등기부등본에 부기등기가 명시돼야 한다. 그런데 봉하어울림마당 건물은 대출 당시 등기가 돼 있지 않았다. 서류상으로는 A 씨의 담보가 보조금사업으로 진행된 건물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시의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해시 지방보조금관리조례 제20조에는 '시장은 지방보조사업의 수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현지조사를 할 수 있다. 시장은 지방보조사업자가 법령, 지방보조금 교부결정의 내용, 법령에 따른 시장의 처분에 따라 지방보조사업을 수행하지 아니할 때에는 지방보조사업자에게 필요한 명령을 할 수 있다. 명령을 위반했을 때에는 지방보조사업 수행을 일시 정지시킬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A 씨가 시 승인 없이 대출을 진행했지만 시는 지난 8월에야 이 같은 사실을 알았다고 한다. 관리감독이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시 관광과 관계자는 "보조금 사업 관리·감독 규정이 없다. 봉하어울림마당 사업은 지난해 1월 사업 완료 후에도 정산 보고가 지연됐다. 시는 지속적으로 독촉했다. 지난 8월 31일 최종 실적보고를 받은 뒤에야 시 승인 없이 대출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래서 경찰에 수사 의뢰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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