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4일 영화수다방 행사가 열리고 있다.

장유 ‘우리동네 영화수다방’ 눈길
‘카페 마벨’서 매달 감상 모임 진행


"열여덟 번째 우리동네 영화수다방을 시작하겠습니다."
 
매서운 추위가 몰려온 지난 24일 관동동 거리에 어둠이 깔리자 '카페 마벨'의 조명도 꺼졌다. 입구에는 '영화 상영 중입니다. 뒷문으로 살짝 들어오세요'라는 안내문이 걸렸다. 하얀 카페 벽면이 금세 스크린으로 바뀌었고, 99㎡ 규모의 작은 카페는 영화관으로 변신했다. 이날 상영한 영화는 노동을 주제로 한 '프레스'였다.
 
관객들은 숨 죽여 영화에 몰두했다. 1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영화가 끝난 뒤에는 최정민 감독과의 대화가 이어졌다. "시나리오는 직접 쓴 겁니까?", "마지막 장면에서 주인공에게 희망이 보이기도 하고 반대로 절망이 보이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합니까?"
 
독립영화를 보기 힘든 김해시민들을 위해 장유의 시민단체인 '우리동네사람들'이 운영하는 독립예술영화 보기 모임 '우리동네 영화수다방'의 풍경이다.
 
'우리동네 영화수다방'은 지난해 8월 독립영화를 보며 이웃과 생각을 나눠보자는 취지에서 출발했다. 처음에는 매월 둘째, 넷째 주 목요일에 우리동네사람들 사무실에서 행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11월부터는 우리동네사람들 시민문화학교의 김동일(41) 교감이 운영하는 카페 마벨로 옮겨 매월 셋째 주 목요일 오후 7시에 열리고 있다. 카페 마벨은 영화수다방 행사 진행 시간에는 잠시 영업을 중단한다. 영화수다방을 찾아 온 시민에게 무료로 차와 커피를 대접하고 독립영화를 함께 감상한다.
 
김 교감은 "우리동네사람들 사무실에서 영화수다방을 운영했을 때에는 시민 참여가 저조했다. 좀 더 많은 시민들과 좋은 영화를 보며 서로 소통하는 기회를 만들고 싶었다. 우리동네사람들, 장유아이쿱생협, 카페 마벨이 협력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는 보고 싶은 영화 대신 영화관에서 보여주는 영화 중에서 골라 본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아이쿱생협의 지원으로 영화를 구입해서 상영한다. 입소문이 차츰 나면서 찾아오는 시민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영화수다방은 단순한 영화 감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꾀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스마트폰 영상제 '율하시네로 놀러오세요'를 개최했다. 시민들이 직접 영화를 찍어보고 서로의 영화를 공유하는 시간이었다.
 
김 교감은 "경남문화예술진흥원의 문화공모사업에 스마트폰영상제가 선정돼 사업을 진행했다. 시민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영상에 담아보자는 취지에서 진행했다. 최근에는 영화 제작에 관심 있는 시민 10명이 영화제작 모임을 만들었다. 내년을 목표로 다큐멘터리, 단편영화를 제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영화수다방에 참가한 김혜경(45·여·대청동) 씨는 "영화수다방은 단순히 영화 감상을 하는 모임이 아니다. 영화의 뒷이야기, 다른 사람들의 가치관 등을 공유하며 생각을 키우는 시간"이라고 말했다. 다른 참석자 신미경(44·여·대청동) 씨는 "상업영화에서는 만날 수 없는 감독과 배우를 만난다. 다양한 삶의 모습을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며 웃었다.
 
김 교감은 "영화를 통해 수다를 떨면서 생각을 확장하고, 나아가 직접 영화를 만들어보는 모임을 꿈꾸고 있다. 시민들의 높은 관심으로 영화수다방이 꾸준히 운영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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