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농민이 공장 앞에서 농기계로 늦은 추수를 하고 있다.

 

‘삼분산업’ 각광 시멘트 30년 전 첫발
과수원 땅 매각한 자리 공장 들어서
반대투쟁 주민들, 발전기금으로 유혹

화물차 마을 통행 탓 교통사고 우려
도로 하나 사이 두고 끝없이 기계소리
비자금·뇌물 파문 산업단지 추진도




한림면 장방리에는 1250가구 주민 2546명이 있다. 이곳은 한림 1~3구와 장방, 진말, 부평, 대항, 신봉, 청원 등 총 9개 마을로 구성돼 있다. 장방리에는 한림면주민센터와 우체국, 농협, 은행, 매장 등이 집중돼 있다. 주민센터 인근에 있는 신봉마을은 2002년 8월 집중호우와 화포천 범람 등으로 인해 막대한 피해를 입은 장방리·시산리·가산리·가동리 일대 주민들이 모여 새로 만든 마을이다.
 
신봉마을이 커지기 전에는 약 10여 가구가 거주했다. 마을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한림정역 인근에 위치한 현대시멘트와 성신양회다. 1960년대에는 시멘트가 밀가루, 설탕과 함께 이른바 '삼분산업(三粉産業)'으로 불리며 신성장산업으로 각광받았다. 마을 주민들에 따르면, 30년 전 성신양회 김해공장과 현대시멘트 김해공장이 설립됐다.
 
조용하던 마을에 시멘트공장이 들어온다는 소식을 들은 주민들은 시멘트공장설립반대투쟁위원회를 조직해 맞서 싸웠다. 당시 투쟁위 총무를 맡았던 신봉마을 송기철(61) 씨는 "주민들이 시멘트공장 설립에 반대하고 나서자, 당시 공장 측은 '이곳은 시멘트를 만들어 포장해 열차로 실어 나르기만 한다'고 말했다. 집진시설 등 주민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약속과 함께 마을발전기금을 받았다. 여기에 주민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면 단위로는 처음 '한림면장학회'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시멘트와 성신양회가 들어서자 장원레미콘, 대성레미콘 공장도 잇달아 세워졌다.

한림면주민센터에서 약 500m 떨어진 곳에 한림공단(옛 토정공단)이 있다. 김해시 투자유치과 관계자는 "개별공장들이 모여 공단이 만들어졌다. 성우산업, 고려산기는 조선기자재를 주로 생산한다. 가구, 철가공 등 30인 이하 공장이 밀집해 있다"고 말했다. 공단에서는 철재를 자르는 시끄러운 기계소리와 철 냄새가 가득했다. 마을 주민 이 모(68) 씨는 "장방리 일대 산지에 있는 공장들은 예전에는 모두 단감 과수원이었다. 주인들이 일을 하기 힘들어 땅을 판 자리에 공장이 들어섰다"고 말했다.
 
송기철 씨는 "안하리에 김해시축산폐수처리사업소가 있다. 여기서 불어오는 퇴비냄새가 여름이면 창문을 못 열 정도로 심하다. 게다가 장방리 일대에는 기업형 축사 3곳, 돈사 7곳이 있다. 여기에 기업형축사가 추가로 건설되고 있다. 공장에다 축사까지 들어서 시골마을의 삶의 질이 자꾸 떨어지고 있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 장방리 신봉마을 앞에 세워진 시멘트공장.
▲ 장방리 산비탈 아래 대형공장이 가동되고 있다.
▲ 가산리에서 진행 중인 공장 신축공사.

한림면주민센터에서 장재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면 시산리다. 시산리는 낙동강 제방을 쌓기 전, 강변에 자리 잡은 산이 숟가락 모양처럼 생겼다 해서 '술뫼'라고도 불렸다. '술'은 '숟가락', '뫼'는 '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이 말에 숟가락 시(匙), 뫼 산(山)이라는 한자가 붙어 시산리가 됐다.
 
구릉 자락에 자리잡은 시호 1~2구에는 315가구 주민 652명이 살고 있다. 다행히 사람들이 거주하는 주거지 안까지는 아직 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 하지만 폭 6m 왕복 2차선 도로를 사이에 두고 마을 앞에 공장이 떡 하니 버티고 서 있다. 콘크리트, 시멘트 공장으로 오가는 대형화물차가 한 시간에 2~3대씩 마을 앞 도로를 지나는 바람에 안전사고의 위험이 높았다. (<김해뉴스> 2013년 11월 12일 5면 보도) 지금은 마을 안으로 대형차량이 진입하지 못하도록 도로 곳곳에 '대형차량 마을 안 진입금지' 푯말을 붙여 놨다.

▲ 비닐하우스 바로 옆의 공장들.

시산리 남서쪽에는 가동리, 가산리가 자리 잡고 있다. 가동리에는 198가구 367명, 가산리에는 196가구 390명이 살고 있다. 가동리, 가산리에는 가동, 대현, 가산, 신전마을이 있다. 공장들은 봉화산 줄기 아래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
 
200여 년 전 조성된 가산리 신전마을은 땔감으로 사용했던 갈대가 많아 '새밭마을'로 불렸지만 토지 개간 후 '새로운 밭'이라는 뜻의 신전마을로 바뀌었다. 마을 지명과 달리 마을 유래비 뒤로 공장이 즐비하다. 마을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선박제조업, 기계장비제조업 등의 공장이 쉼 없이 돌아가고 있다. 지난해에 마을 주민들은 새로 가동될 페인트 도장 공장으로 인한 악취 피해를 우려하며 공장 가동 반대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김해뉴스> 2015년 11월 18일 4면 보도)

▲ 한림면 장방리의 기업형 축사.

가산리는 지난 3월 가산리 산48에 조성될 예정인 가산산업단지 때문에 여러 차례 언론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다. 경찰 조사 결과 산업단지 시행업자의 비자금 조성, 관련 공무원 뇌물, 골프여행 접대 등이 드러나면서 공무원을 비롯한 15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신전마을 주민 박 모(60) 씨는 "곡식과 채소를 선물해 주던 비옥한 땅이 산업단지, 공장부지로 바뀌면서 탐욕과 비리의 온상이 돼 버렸다. 10년 전에는 바람소리, 산새소리로 아침을 맞았지만, 이제는 공장기계 소리에 온종일 시달린다. 개발이 과연 누구를 위한 건지 모르겠다"며 씁쓸해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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