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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시위와 '촛불 신세' 한국경제경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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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11.30 09:53
  • 호수 299
  • 9면
  • 강한균 인제대 명예교수(report@gimhaenews.co.kr)
   
 

전통 신앙에는 부엌을 지키는 불의 신 조왕신이 있었다. 조왕신이 집안의 한 해 동안 잘잘못을 옥황상제에게 고해서 심판을 받은 뒤 새해의 길흉을 받아들고 섣달 그믐날 밤 부엌을 통해 들어온다고 믿었다. 조왕신이 돌아오는 날 밤 부엌을 비롯해 방, 외양간, 뒷간 등에 촛불을 밝히고 잡귀를 쫓은 후 가족들은 경건하게 집안의 운명을 기다리며 밤샘을 했다. 자신들의 양심을 진솔하게 되돌아 보는 유일한 시간이었다. 이렇듯 우리는 간절한 그 무엇을 위해 촛불 앞에 두 손을 모으고 겸허해지려고 애쓴다.
 
때로는 촛불이 안타깝고 원망스러울 때도 없지 않았다. 몇 해 전 전남 고흥에서는 6개월 치 전기요금 15만 7000원을 내지 못해 단전당한 조손가정이 있었다. 냉기를 막기 위해 깔았던 방바닥 매트리스에 촛불이 넘어져 할머니와 여섯 살 외손녀가 불에 타 숨지기도 했다.

요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국정은 마비되고, 100만 명이 넘게 참가하는 촛불시위로 전국은 몸살을 앓고 있다. "촛불은 촛불일 뿐이다. 바람이 불면 꺼지게 마련"이라는 여당 국회의원의 촛불시위 폄하 발언에 바람이 불어도 꺼지지 않는 발광다이오드(LED) 촛불이 등장했다. 외신들은 정보통신기술(IT) 강국 한국에서 젊은 집회 참가자들이 원하는 색상의 촛불을 스마트폰 화면에 띄울 수 있는 앱을 활용, 촛불 시위에 나서고 있다며 신기한 듯 보도하고 있다.

   
 

한국 경제는 바람 앞의 촛불처럼 백척간두에 서 있다. 그 동안 정부와 함께 경제낙관론을 견지해 온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비관론으로 돌아섰다. 새 경제사령탑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도 얇은 얼음을 밟고 서 있는 것 같은 ‘여리박빙(如履薄氷)’에 한국경제를 비유했다.
 
외환위기 직전이던 1996년과 올해 상반기를 비교한 통계청 발표에 의하면 주요 경제지표 10개 중 6개가 외환위기 직전 보다 더 나빠졌다. 그나마 국가 신용등급은 역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최근 한국의 지도력 공백사태를 주시하는 미국 월가에서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은 비선실세의 해결사 노릇을 하고, 경제 정책을 입안하고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야 할 청와대 경제수석은 재벌들의 돈을 걷는 일에 몰두했다. 대기업들은 살아있는 권력이 두려워 정경유착을 통해 정의와 진실에 눈 감았다.
 
한국 경제는 한 마디로 내우외환이다. 안으로는 대통령 하야를 외치는 촛불시위와 국정혼란, 최순실에 막힌 예산 법안, 해운·조선업의 구조조정 지연, 물 건너 간 노동시장 개혁 등 끝장 대결의 진수를 보이고 있다. 밖으로는 미국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요구 등 노골적 보호무역주의 강화로 불확실성이 크기만 하다.
 
여기에 오는 12월 미연방준비제도(FRS)의 기준금리 인상설, 1300조 원을 넘은 국내 가계부채, 사드 배치를 빌미로 강화된 중국의 한류 금지와 국내 관련 회사들의 주가폭락, 요동치는 환율 등으로 경제의 시계는 제로 상태다.
 
통화 당국은 혼돈에 빠졌고, 말로만 시나리오별 대책을 내놓는다는 정부도 막막하기만 할 뿐이다. 이제 최순실 특검, 청문회 등 사정정국이 확산되면 재계는 더 웅크리고 대기업 총수들은 경영보다는 국정조사에 줄 소환 당할 게 뻔하다. ‘소는 누가 키우느냐’라는 개그 콘서트의 일갈이 새삼스러워진다.
 
세계 각국 경제는 지도자의 역량에 따라 희비가 엇갈린다. 프랑스, 브라질, 남아공은 대통령의 부패 스캔들로 경제성장률이 추락하고 있다. 반면 독일, 미국, 아이슬란드 등의 경제는 살아나고 있다. 독일에는 지난 5년 간 270만 개의 일자리가 새로 생겼고, 올해만 해도 기업들이 70만 명의 심각한 ‘구인난’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메르켈 총리가 가족을 위해 장바구니를 들고 직접 시장에 가는 모습이 알려지면서 국정수행 지지도도 견고해지고 있다고 한다. 대통령 국정지지율 4%인 우리나라 국민들은 한없이 부러울 따름이다. 전국을 뒤흔드는 성난 민심과 분노의 촛불을 달래는 유일한 길은 미풍도 광풍도 아닌 가식 없는 투명한 진실뿐이다.
김해뉴스 강한균 경제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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