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선화 문화재청장이 지난 24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 초청 특강
옛 한반도 교류활동 이색 설명


"김해는 가야왕도의 중심지다. 가야인들이 가졌던 고대의 네트워크를 부활시켜야 한다. 가야왕도의 흔적과 문화를 복원하면 전 세계와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닌 도시다."
 
김해시는 지난 24일 김해시청 대회의실에서 나선화(68) 문화재청장 초청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강연은 '가야문화를 중심으로 한 고대문화 네트워크'를 주제로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나 청장의 강연을 듣기 위해 시민, 인제대 역사고고학과 학생 등 250여 명이 몰렸다.
 
나 청장은 "가야인들은 먼 지중해 문화와 소통하고 있었다. 토기 하나로도 문화교류의 흔적을 찾아 볼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인도에서 사용하는 항아리 사진과 봉황대 인근에서 발굴한 항아리의 사진을 보여주며 "인도와 가야의 항아리는 형태나 회칠에서 매우 유사함을 알 수 있다. 인도와 가야가 긴밀한 교류가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 청장는 지중해문화권에서 발견한 '날개달린 토기'와 흡사한 가야의 토기, 지중해 산토리니 섬에서 나온 등잔과 경북에서 출토한 등잔을 비교했다. 그는 "산토리니에서 나온 등잔은 6개의 불을 동시에 밝힐 수 있다. 경북에서 출토한 등잔은 5개를 동시에 밝힐 수 있다. 형태도 유사하다. 그리스 문명 이전 단계의 문화가 가야의 문화와 닮았다"고 덧붙였다.
 
나 청장은 "지중해와 서·남해 문화는 개념, 기술 면에서 유사하다. 활발한 문화교류가 일어났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란의 항아리와 강원도·경기도 지역의 항아리, 그리스 아테네 문명의 항아리 장식과 신라 토기의 장식, 지중해 딜로이 섬에서 발견한 1세기 로마의 우각형토기와 울산 울주군 하대리에서 발굴한 토기 등의 사진자료를 보여주며 유사점을 설명했다. 가야고분에서 출토한 오리모양 토기는 산토리니에서 발견한 토기와 매우 흡사했다. 방청객들은 비슷한 두 토기의 모습에 탄성을 지르기도 했다.
 
나 청장은 "우리나라는 고려시대부터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전 조선 초기까지는 열려 있는 나라였다. 중앙아시아와 활발한 교류를 이어가던 나라였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세종 때의 지도에는 당시 중국 지도에는 없는 아프리카가 그려져 있다. 중국을 거치지 않고 세계와 긴밀한 교역을 했다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그가 제시한 자료들은 토기뿐만이 아니었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그려진 나무·새와 12세기 이란 벽화, 고구려 고분벽화에 새겨진 여인의 복식과 아테네 문명 벽화 여인의 복식 등을 보여주며 복식문화, 미술, 건축 등에서도 교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음을 강조했다.
 
나 청장은 "우리는 작자, 연대 미상의 고려가요 '청산별곡'에 있는 후렴부분 '얄리얄리 얄라셩 얄라리 얄라'를 의미없는 후렴구라고 배웠다. 아랍권 사람이 우연히 '얄리얄리'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그게 무슨 뜻이냐고 물었더니 '빨리빨리'라는 뜻이라고 했다. 이란에 초청받아 갔을 때 이 후렴구를 읊었더니 현지 사람들이 놀라며 "어떻게 우리 말을 하느냐, 그 말은 '빨리 빨리 오소서, 어서 오소서'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과거 역사의 소통은 전세계와의 소통이며, 외교의 힘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나 청장은 "국립가야문화재연구소는 봉황동 유적 발굴현장에서 가야왕궁의 흔적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작은 흔적에서 관광, 교육 자원을 만들 수 있다. 가야의 고대 네트워크를 복원하는 게 김해시의 과제"라고 조언했다.
 
한편, 나 청장은 이화여대박물관 학예실 실장, 한·러 공동 발해문화유적조사단 책임연구원, 한국박물관학회 이사,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등을 역임한 뒤 2013년부터 문화재청 수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한국의 전통 공예 도기>, <소반> 등의 책을 출간한 바 있다. 

김해뉴스 /강보금 기자 amond@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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