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외동의 한 호프집에서 불이 나 잠을 자던 아버지와 초등학생 아들이 함께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했다.
 
30일 오전 2시 33분께 외동 먹자골목 7층짜리 상가건물 3층 호프집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호프집에 있던 주인 허모(47) 씨와 초등학교 5학년인 아들 허모(12) 군이 숨졌다.

▲ 잠자던 부자가 숨진 김해 외동 호프집 화재 현장. 사진제공=경남소방본부

 
불이 나자 같은 건물 5층에 있던 목격자가 김해중부경찰서와 김해동부소방서에 신고했다. 소방관들은 30분 만에 화재를 진압했다. 소방관들이 출동했을 당시 3층 내부는 짙은 연기로 앞을 알아보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소방관들은 점포 바깥에 있는 복도 화장실에서 부자를 발견했다. 호프집 골방에서 잠을 자다 불이 난 사실을 인지한 허 씨가 잠든 아들을 안고 화장실로 피신했지만 유독가스를 많이 마셔 숨진 것으로 보인다. 소방관들은 심정지 상태인 부자를 병원으로 옮겼지만, 두 사람은 끝내 다시 눈을 뜨지 못했다.
 
경찰에 따르면 허 씨는 15년 전부터 부인과 함께 호프집을 운영했다. 약 9년 전 부인이 집을 나가면서 이혼을 한 뒤, 아들과 둘이서 호프집 골방에서 생활해 왔다고 한다. 아직 살아 있는 90세 노모의 5남매 중 막내인 허 씨의 다른 형제들은 부산에서 살고 있다.
 
허 씨 호프집 인근 상인들에 따르면 허 씨는 최근 영업 부진으로 힘들어했다고 한다. 평일에는 허 씨 혼자 장사를 하다가 주말에만 아르바이트 직원을 고용했다는 것이다. 건물 관리소장 황모(58) 씨는 "허 씨가 '장사가 잘 안 된다'는 이야기를 몇 차례 털어놓기도 했다"며 안타까워했다. 상인들은 이날도 손님이 없어 문을 서둘러 닫았던 것 같다고 했다.
 
경찰은 호프집 천장의 전기 누전으로 불이 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김해뉴스/ 조나리 기자 nari@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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