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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에서 털어놓는 교사의 고백… “학교 지키기 힘들어요”■ 김해교육뮤지컬단 ‘우리는 당신의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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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게재 2016.12.07 09:30
  • 호수 300
  • 13면
  • 배미진 기자(bmj@gimhaenews.co.kr)
   
▲ 김해교육뮤지컬단이 지난 3일 동상동에서 교육뮤지컬 '우리는 당신의 꿈' 가운데 교사, 학생들의 갈등 장면을 연습하고 있다.

경남문화예술교육연구회 4월부터 준비
12일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서 공연

학생들의 외면 당하는 초보교사 이야기
교권침해가 빚어내는 고통·시련 담아

학생·교사 18명 오디션 통해 선발해
주말 합동연습, 평일 개인연습 진행
극단 이루마, 영재교육원 등 재능기부


지난 3일 오후 7시. 동상동 김해제일교회 맞은편 건물 3층 입구. 신발 20여 개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간편한 운동복 차림의 학생들이 김밥으로 저녁식사를 하고 있었다. 간단하게 한 끼를 해결한 학생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3~4명씩 옹기종기 모여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며 종이에 적힌 대사를 큰소리로 읊었다. 이마에 흐르는 구슬땀을 닦으며 연습 삼매경에 빠진 이들은 바로 교육뮤지컬 '당신은 우리의 꿈'의 주인공들이었다.
 
경남문화예술교육연구회는 '김해교육뮤지컬단'을 구성해 오는 12일 오후 3시 30분, 7시 30분 김해문화의전당 누리홀에서 교육뮤지컬 '우리는 당신의 꿈'을 공연한다. 경남문화예술교육연구회는 음악을 중심으로 문화예술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교육 단체다. 연구회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김세훈(35) 김해중앙여중 교사는 "지역예술기관과 연계해 예술교육의 한 분야인 뮤지컬로 교육문제를 풀어보고 싶어 지난 4월부터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뮤지컬의 주제는 김 교사의 제안에 따라 '교권침해'로 정했다. 김 교사는 "학교 교육현장에서 일어나는 교권침해 때문에 교사들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갓 들어온 신규교사들은 모멸감과 자괴감에 시달린다. 교사가 느끼는 고통과 시련의 과정을 무대를 통해 보여주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단원들이 화해의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있다.

줄거리는 이렇다. '중학교 2학년 3반 교실. 2년차 국어 교사 어지숙은 교육의 열의는 물론 학생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다. 오랜 꿈이었던 교사라는 직업을 가져 더없이 행복하기만 하다. 하지만 자신의 노력과는 상관없이 이유도 모른 채 학생들로부터 거부당한다. 경력이 짧은 여교사라서 그런 것일까. 학생들뿐만 아니라 학부모와 관리자, 동료교사들에게서 교권을 침해받는다. 오랜 꿈이었던 교사로서의 삶이 점점 악몽으로 변해가고 학교를 떠나고자 마음을 먹는다. "선생님! 우리들은 선생님의 꿈이잖아요! 아무리 힘들어도 포기하지 마세요!" 학생의 응원에 어지숙은 마음을 바꿔 학교로 돌아온다.'
 
김해교육뮤지컬단은 한 달 전부터 매주 주말 오전 9시에 합동연습을 진행해 왔다. 평일에는 교사건 학생이건 수업을 마치는 대로 연습실에 모인다. 밥솥에 밥을 지어 먹고, 각자 집에서 반찬과 수저를 들고 와 끼니를 해결한다. 인성부장 '인성갑' 역을 맡은 오수용(40) 진영중 교사는 한여름 찜통 속에서 연습하고 있는 단원들을 위해 닭백숙을 만들어 먹이기도 했다. 오 교사는 "평범한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싶어 참여하게 됐다. 작품에 매진하는 학생들을 보니 부끄럽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김해교육뮤지컬단은 지난 5월 한 달 간 전국을 대상으로 교권침해 사례 수기공모전을 열어 100여 건의 사례를 수집했다. 이렇게 모은 교권침해 사례들을 이희정 김해생림중 교사가 이야기로 구성해 대본으로 엮어냈다. 이후 김해 지역 초·중·고교생들과 교사들을 대상으로 오디션을 실시했다. 학생 지원자 60명 중 18명을 뽑았다. 다행스럽게도(?) 현직 교사 2명도 지원해 지난 7월부터 본격적인 연습을 시작했다. 
 

   
▲ 교사와 학생이 언성을 높이며 대립하는 장면.

예산이 거의 없어 뮤지컬의 모든 구성 요소들은 재능기부로 이뤄졌다. 극단 이루마 이정유 대표가 연기지도와 연출을 맡았다. 김해영재교육원 융합예술반은 안무를, 대구 계명대 재학생 김지연 씨는 음악 16곡을 작곡했다. 김 교사는 70평 남짓한 개인공간을 연습실로 내 주고 음악지도까지 담당했다.
 
"자 준비합시다~ 연습 시작해야지!"
 
이정유 대표가 뿔뿔이 흩어져 있던 학생들을 불러 모았다. 어수선한 분위기가 일순간 정돈됐다.
 
"단체곡부터 가 봅시다." 이 대표의 말에 피아노 연주가 시작됐다. 다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밝은 표정, 큰 동작으로 시선을 사로잡게 만들었다. 노래를 하는 와중에도 "목소리 크게!" "팔 더 흔들어!"라는 이 대표의 요구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출연진들은 동작들을 자기 것으로 만들기에 열중했다.
 
군무가 끝나고 교사와 학생의 대립 장면 연습이 이어졌다. 어리숙한 2년차 교사 '어지숙' 역을 맡은 정재희 김해동광초 교사는 짙은 화장으로 자주 부딪치는 여학생 '부자연' 역의 김예진(김해여고) 양과 기싸움을 시작했다. "자연아 너 또 화장했구나. 몇 번을 얘기하니. 얼른 화장실 가서 지우고 와" "아~ 씨, 짜증나" "관두자" 부자연과 대립의 날을 세우던 어지숙이 퇴장한 후 학생들의 노래가 이어졌지만 이내 음악이 꺼졌다. "교사와의 기싸움에서 너희가 이겼어. 즐거워해야 하는데 소극적이잖아. 다시 하자" 이 대표는 매의 눈으로 발걸음과 호흡, 손짓, 춤선을 골고루 지적했다. 동시에 음향과 조명도 조금씩 수정을 거쳤다. 

   
▲ 교권침해에 시달리는 교사를 위로하는 학생들.

넓은 무대에서 모두가 돋보여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상 모든 행동들은 과장스럽게 표현됐다. 통통한 체형을 가진 주민우(가야중) 군에게는 "수업시간에 순대를 들고 있는 건 어때"라며 확실한 캐릭터를 부여했다. 일상적인 대화 장면은 속도감 있고 강한 어조로 바뀌었다. 넘어지는 장면이 많은 탓에 주인공 여예원(김해삼방고) 양의 무릎은 온통 멍투성이였다. 넘어지는 순간 대사와 음악의 흐름이 완벽해질 때까지 수도 없이 넘어졌지만 그는 언제나 밝게 웃으며 오뚝이처럼 일어났다.
 
하루뿐인 뮤지컬 공연을 위해 이들이 쏟아 붓는 시간과 열정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교장' 역을 맡은 이진호 포항제철지곡초 교사는 일주일에 2~3번 경북 포항에서 김해까지 기차를 타고 와서 연습한다. '일과 결혼한 남자'라는 별명을 가진 김 교사는 하루에 2~3시간씩 자며 뮤지컬 기획부터 행정, 음악, 홍보를 책임지고 있다.
 
남학생 역을 맡은 박지희(김해여고), 여예원 양은 뮤지컬을 위해 허리 밑까지 오는 긴 생머리를 싹둑 잘라버렸다. 박지희 양은 "진짜 배우가 되는 길을 고민하다 머리카락을 자르게 됐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김 교사는 "미용실 한구석에서 울고 있었다. 꿈을 키우려고 온 아이들인 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김예진 양은 "원래 야간자율학습을 하고 있을 시간이다. 매일 연습실에 나오다 보니 자투리 시간이 소중해졌다. 교과서를 들고 와서 공부를 하기도 한다. 시간을 쪼개서 바쁘게 생활하는 것도 재미있다"며 웃어 보였다.
 
연습은 오후 11시가 돼서야 끝이 났다. 이 대표는 단원들을 모아놓고 숙제를 내줬다. "내가 모든 걸 고쳐줄 순 없어. 너희들이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연구를 많이 해야 해. 숙제는 캐릭터를 너희 것으로 완벽히 만드는 거다."
 
어려운 숙제를 받아든 단원들은 바로 집에 돌아가지 않고 연습 시작 전과 마찬가지로 삼삼오오 모여 연습을 복기했다. 김 교사는 "반 년이라는 시간 동안 모두 집과 학교, 연습실을 오가며 이를 악물고 연습에 매진했다. 관객들이 결과물만 보지 말고 과정을 생각하며 공연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주민우 군은 "공연을 준비하면서 교권침해에 대해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다. 선생님과 친구들 모두에게 이 공연을 꼭 보여주고 싶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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