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부산지역 모 대학 야구팀의 강속구 투수로 잘 알려진 김철수(가명·22) 선수가 필자를 찾아왔다. 김 씨는 최근 들어 공을 던질 때마다 어깨 통증이 심하고, 공을 던진 후 팔에 힘이 빠지면서 마비가 오는 것 같은 증상을 여러 번 경험했다며 병원을 찾았다.
 
진단 결과 김 선수는 어깨뼈 가장자리를 둘러싸고 있는 연골이 어깨뼈에서 떨어지는 '상부관절와순파열(SLAP병변)' 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이 질환은 야구선수 가운데 특히 투수들에게서 자주 볼 수 있는 어깨관절 손상의 하나로, 'SLAP 병변'이라 불리는 어깨 관절 내 상부 관절순(superior labrum)의 병변이 있다. 흔히 이두박근이라 부르는 팔 근육은 2개의 머리로 나뉘어 어깨에 가서 붙게 되는데, 그 중 장두(long head)가 붙게 되는 곳이 바로 상부 관절순이며 이 곳이 찢어지거나 분리되는 질환이 SLAP 병변이다.
 
이 질환은 대개 반복적인 투구동작을 많이 하는 야구선수에게 많이 발병하는 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배구나 농구, 역도, 럭비와 같이 팔을 들어 운동하는 경우에도 흔히 발생한다. 또 자동차 운전대를 양손으로 잡은 상태에서 후방 충돌을 당했을 경우나 무거운 물건을 들다가 생길 수도 있으며, 팔을 편 상태에서 땅을 짚고 넘어지거나 어깨에 직접 타박을 입은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젊은 남자들에게 흔하며, 오른손잡이인 경우 오른쪽 어깨에 주로 발생하고 대개 서서히 증상이 생겨 다치거나 아프기 시작한 시점을 정확히 기억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증상으로는 팔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을 때 심한 통증이나 뚝하는 소리, 불안정감 등 다양하게 나타나는 것이 특징이다.
 
SLAP 환자에게 진단에 도움이 되는 진찰 검사는 여러가지 방법들이 있으나 회전근개 손상이나 어깨 불안정성 등 다른 어깨질환과 동반되는 경우가 흔해 진찰만으로는 확진이 힘들다. 따라서 자기공명영상(MRI)이나 위양성으로 판독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에 확진을 위해서는 관절경 검사가 필수다.
 
SLAP 병변은 손상 형태와 동반 손상에 따라 10여가지 유형으로 나뉘며 각각의 분류에 따라 수술적 치료방법이 다르다. 수술은 대부분 관절경을 통해 시행되고 있으며, 간단히 관절순 변연 절제술이나 파열된 부위를 절제할 수도 있으나 대개의 경우 관절경을 이용한 부착술을 시행한다.
 
부착술을 시행 받은 환자의 경우 수술 후 한 달 간 보조기를 착용해야 하며, 6주부터는 근력강화 운동을 시작할 수 있고 3개월이 지나면 일상생활이 가능해 가벼운 운동을 할 수 있다.
 
그때 필자로부터 어깨수술을 받았던 김 씨는 결과가 좋아 곧바로 운동을 다시 시작할 수 있었으며, 대학 졸업 후 모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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