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언론을 생각하다·1=지난주에 인제대에서 두 시간짜리 특강을 했습니다. 요청받은 주제는 '지역언론과 정치'였습니다. 먼저 기자 혹은 언론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 했고, 이어서 <김해뉴스>가 김해의 정치와 관련해 어떤 궤적을 그려왔는지를 밝혔습니다. 기자·언론 부분에서는 세월호 사건 때 등장한 '기레기(기자 쓰레기)'와 참된 기자의 별칭인 사관, 전령, 토끼, 워치독(감시견) 등에 대해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면서 '사실'과 '진실'은 엄연히 다른 것이며, 눈에 보이는 것들과 귀에 들리는 것들에 대해서 의심을 가져보라고 당부했습니다. 서울에서 발행되는 신문들의 과도한 경쟁과 무책임하고 선정적인 보도 태도, 그 중에서 지상파 앵커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신경민 씨가 언젠가 말했던 '방송의 악마의 편집' 같은 것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강의가 끝나자 세월호를 기억하려는 듯 옷깃에 노란 리본을 단 한 남학생이 고민이 된다는 듯한 표정으로 다가와 "어떤 언론을 믿어야 하느냐"라고 물었습니다. 한국기자협회 지역언론 활성화 특별위원회 위원장과 부회장, 전국언론노조 부위원장과 회계부정 징계심사위원회 위원장 등의 이력을 토대로 나름의 견해를 가볍게 전달했는데, 고민이 해결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시 연락을 해 온다면 시간을 좀 넉넉하게 내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언론을 생각하다·2=이 기자, 시국이 하수상합니다. 현재 우리나라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나폴레옹 생각이 나더군요. 아시다시피 나폴레옹은 엘바섬에 유배되었습니다. 그러다 극적으로 엘바섬을 탈출해 파리에 입성하게 되었는데, 그 과정을 다룬 당시 프랑스 유력 신문의 헤드라인 변천사가 참으로 가관이었지 않습니까? '식인귀, 소굴을 빠져나가다→코르시카산 아귀, 후앙 만에 상륙→호랑이, 가프에 당도→괴물, 그랑노블르에서 숙영을 취하다→폭군, 벌써 리옹을 지나다→강탈자, 수도로부터 180마일 밖에서 목격→보나파르트, 빠르게 전진해 오나, 파리 입성은 결코 없을 듯→내일, 나폴레옹 파리 입성 예정→황제 보나파르트, 퐁텐블로 도착→높고도 귀하신 황제 폐하께서 충성스런 백성들이 운집한 튈르리 궁에서 지난밤을 보내시다.'
 
한 지인이 언론을 비웃는 유머를 보내왔는데, 그 내용도 그냥 흘려버리기에는 뭣한 데가 있었습니다. 이 기자도 혹시 받아보셨나요? 이렇더군요. '1.예수가 "죄없는 자, 저 여인에게 돌을 던져라"라고 하자, 한국 언론은 이런 제목을 달아 트집을 잡았다. <예수, 매춘부 옹호 발언 파장. 잔인한 예수, 연약한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고 사주> 2.예수가 위선적인 바리새인들을 향해 "독사의 자식들아"라고 꾸짖자 한국 언론은 <예수, 국민들에게 ××새끼 발언 파문>이라고 보도. 3. 석가가 구도의 길을 떠나자, 한국 언론은 <국민의 고통 외면, 저 혼자만 살 길 찾아나서>라고 보도. 4.석가가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고 하자, 한국 언론은 <오만과 독선의 극치, 국민들이 끝장내야>라고 보도. 5.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하자 한국 언론은 <소크라테스, 악법 옹호 파장>이라고 보도. 6.이순신이 "내 죽음을 아무에게도 알리지 말라"고 하자, 한국 언론은 <이순신, 부하에게 거짓말 하도록 지시. 도덕성 논란 일파만파>라고 보도. 7.김구가 "나의 소원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통일이다"라고 하자 한국 언론은 <김구, 통일에 눈이 멀어 민생과 경제 내팽개쳐>라고 보도. 8.클라크가 "소년들이여, 야망을 가져라"라고 하자, 한국 언론은 <클라크, 심각한 성 차별 발언, 소년들에게만 야망 가지라고 강조>라고 보도(이하 생략)'
 
이 기자, 웃지 마세요. 이게 웃기는 얘깁니까? 이 기자는 과연 떳떳합니까? "…미안합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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