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스카이힐골프장에서 바라본 송현리. 공장에서 내뿜는 매연, 분진 때문에 뿌옇게 흐린 날이 많다.

 

학성·당리·오룡·강변마을 논농사 거점지
IMF 이후 공장 대거 유입, 롯데골프장 운영 
원주민, 환경오염 물질 배출로 고통 호소

삼정터빈, 동성TCS 등 다양한 공장 입주
대형트럭, 출퇴근 차량 증가로 도로 마비
마을진입 도로, 송현리 군도 확장 제자리

내년 산단 공사 재개 예정 불편 가중 우려
시 “경남도 심의서 통행량 문제 안 돼”




"시청에서 단속 나왔어? 낮에 태우면 안 된데서 지금 막 피운 건데?"
 
진례면 송현리 당리마을 텃밭. 감나무 대여섯 그루에서 나온 낙엽을 불사르던 한 어르신이 기자를 보고 놀라서 건넨 첫 마디다. 법이라면, 관청에서 하는 일이라면 믿고 군소리 없이 따르는 여느 시골 어르신의 모습이다. 공장이 들어와 일상에 부정적인 변화를 초래해도 '시가 내준 허가인데'하며 애써 불편함을 감수하는 순박한 사람들.
 
송현리는 학성, 당리, 오룡, 강변 등 네 마을로 이뤄졌다. 주민들은 원래 진례 들녘에서 쌀농사를 하며 생계를 이어갔다. 이들은 가장자리에 있는 학성저수지와 당리소류지 덕분에 물 걱정 크게 않고 농사를 지었다. 논농사의 거점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하듯 김해에 세 곳뿐인 벼 건조·저장시설인 진례DC가 아직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곳에서 자연마을의 흔적은 찾기 힘들다. 1980년대에 입주하기 시작한 공장들과 7년 전 들어선 골프장 때문이다. 송현리를 내려다보는 산 능선에는 2009년 개장한 롯데스카이힐골프장이 서 있다. 비교적 최근에 조성됐고 관리도 잘 된 편이라 골프 애호가들이 꾸준히 찾고 있다.
 
골프장에서 송현리를 내려다보면 뿌옇게 연무에 휩싸인 날이 많다고 한다. 산등성이로 둘러싸인 분지라 대기가 정체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공장에서 나오는 먼지나 냄새가 정체돼 고스란히 주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 여든을 넘긴 당리마을의 한 어르신은 "공장이 들어온 후 쇳가루나 먼지가 많아져 한번 감기에 걸리면 잘 낫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하수는 식수는 물론 빨래에도 부적합해 수도만 이용하는 실정이다.

▲ 강변마을을 관통하는 실개천. 수질오염 탓에 주민들은 이용하지 않는다.

송현리는 일찍 공장이 들어온 지역이다. 1980년대에 몇몇 공장이 이곳에 터를 잡은 이후 1990년 중후반부터는 속속 공장들이 들어섰다. 골프장대책위원장을 맡기도 했던 학성마을 주기영 전 이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공장이 10개도 안 됐다. 1990년대 말부터 공장이 계속 들어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농업진흥구역 외에 허가가 날 수 있는 땅에는 공장이 다 들어섰다"고 설명했다. 1996년에 개점한 진례농협 동부지점 관계자도 "개점 당시에는 송현리에 공장이 많이 없었다. 2004~2005년 이후 공장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공장들이 대거 입주하면서 송현리는 고모리(239곳)에 이어 진례면에서 두 번째로 공장 밀집도가 높은 지역으로 전락했다. 송현리에는 현재 자가공장 159곳, 임대공장 50곳 등 모두 209곳의 공장이 등록돼 있다. 등록 기준보다 작은 공장들도 산재해 있기 때문에 실제 운영 중인 사업체는 더 많은 실정이다.

▲ 당리마을의 공장 사이 좁은 도로로 트럭이 지나가고 있다.

서로 이웃한 학성마을과 당리마을의 공장 밀집도는 웬만한 공단에 맞먹을 정도로 높다. 일부 텃밭과 마을 앞 농업진흥구역 논을 제외하면 대부분 공장이 들어섰다. 개별공장들의 규모는 김해 지역의 평균을 상회한다. 근로자 15인 미만 소규모 공장도 산재해 있지만, 연간매출액 200억 원 이상인 중견기업도 여럿 있기 때문이다. 1994년에 부산 북구에서 디젤실린더, 가스터빈을 생산하던 삼정터빈이 학성마을로 이전해 왔다. 지난해에 9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동성TCS도 1997년에 설립됐다. 2008년에는 조선기자재를 생산하는 ㈜유경이 부산 녹산공단에서 본사를 옮겼다. 동성TCS 관계자는 "처음에는 작은 규모로 공장을 설립했다. 2008년에 150여 명이었던 직원 수가 현재 350명으로까지 늘었을 정도로 사세가 급격히 커졌다. 인근 부지와 공장들을 매입해 현재는 생산시설을 1만 평 규모로 확장했다"고 설명했다.
 
인근 지역 임대공장에서 사업을 하다 공장을 매입해 옮긴 경우도 있다. 상동면 매리에서 4년 전 당리마을의 공장으로 이사 온 A업체 대표는 "임대공장이 좁아 공장을 물색했다. 주촌의 납품업체와 가까운 공장이 매물로 나와 이주했다"고 전했다.  
 
이렇게 다양한 규모의 공장이 모여 들었지만, 도로·주차 등 기반시설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원주민, 입주기업 모두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동성TCS의 경우 3㎞ 떨어진 진례면주민센터 인근에 주차부지를 마련해 자가용으로 출퇴근하는 직원들을 셔틀버스로 실어 나르고 있을 정도다. A업체 대표는 "가끔 컨테이너 등 대형트럭도 마을 안의 공장으로 들어오는데 농로를 포장한 좁은 도로가 마비되기 일쑤"라고 전했다.
 
이렇게 공장을 오가는 트럭 등 대형차량과 출퇴근 차량이 급증했지만, 마을로 진입하는 비 법정 도로 뿐 아니라 송현리를 관통하는 '고모로' 등 군도(郡道)도 10년 이상 확장되지 않고 제자리다. 이런 열악한 도로사정은 교통체증 뿐 아니라 사망 등 심각한 교통사고까지 야기하고 있다. 강변마을에서 만난 한 어르신은 "보도가 없는데 큰 차들이 너무 많이 다녀 안심하고 걸어 다니기가 힘들다. 2년 전 70대 이웃이 대형 지게차에 치여 숨졌다. 5년 전에도 50대 주민이 마을 앞에서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말했다.

▲ 보상문제로 반 년 간 공사가 중단된 송현일반산단 예정지.

여기에다 보상 문제로 터파기공사가 중단된 5만 7000평 규모의 송현일반산단 조성공사가 내년 1월 재개될 예정이어서 교통난을 가중시킬 전망이다. 하지만 송현리의 심각한 도로문제에 대해 김해시 담당자들은 다른 지역에서도 흔히 벌어지는 문제라며 대책 마련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마을 진입로 등 비 법정 도로를 관리하는 건설과 관계자는 "이미 인허가 때 조건에 부합해서 공장이 들어온 만큼 시가 특정지역에 예산을 투입하기는 힘들다"고 말했다. 지방도 등을 관리하는 도로과 관계자는 "송현리를 관통하는 군도가 한림면의 빙그레 김해공장까지 연결된 만큼 전체구간을 손대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산업단지를 관리하는 도시개발과 관계자도 "경남도의 산단 심의에서 통행량 부분이 문제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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