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실직자가 게시판에서 취업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실직자 일자리 주선·진로탐색 기회 제공
고용·복지·서민금융 서비스 한번에 해결

다양한 취업프로그램 통해 자존감 높이고
실업급여 설명회 개최해 중요 정보 전달

인력난 겪는 지역 중소기업과 구직자 연결
나이 제한으로 취업 어려운 중장년층 기회


초겨울 바람이 제법 차가웠던 지난달 30일 부원동 김해복지복지플러스센터 2층 소회의실에 구직자 15명이 모였다.
 
각자 앉은 책상에는 '최 도전', '장미정원', '개척자', '끈기' 등 참가자들이 손으로 직접 쓴 이름표가 놓여 있었다. 책상 뒤쪽 정보란에는 자신의 꿈을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편의점을 운영하다 새 일을 찾아 나선 59세 남성에서부터 학교를 그만두고 쉼터생활을 하면서 네일아트 관리사를 꿈꾸는 17세 소녀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삶의 궤적과 꿈은 다양했다.
 

▲ 새롭게 출범한 김해고용복지플러스센터 정문.

수업 도중 한 사람의 인생역경을 담은 영상을 보면서 눈물을 훔치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아픔을 누르고 살아온 자신들의 모습과 겹쳐 보인 탓이었다. 구직자들은 다른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힘찬 박수로 서로를 격려했다.
 
근무하던 어린이집이 문을 닫아 실직했다는 A(27·여·삼정동) 씨는 "보육교사로 일하다 일자리를 잃어 실업급여를 받고 있다. 한 분야에서만 일해 온 탓에 다른 직업의 상황을 잘 모른다. 다양한 경험과 직업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가정환경 때문에 쉼터에 잠시 머물고 있다는 B(17·여·내외동) 양은 "처음엔 어색했지만 어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스스로를 알아가게 되었고, 자존감도 높아졌다. 네일아트에 관심이 많다. 취업해 첫 월급을 타면 여행을 가고 싶다"고 말했다.
 

▲ '취업희망 프로그램' 참가자들의 조별 수업.

이날 수업은 지난 9월 26일 부원동 옛 김해고용센터에 문을 연 김해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실시하는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인 '취업희망 프로그램'이었다.
 
김해고용복지플러스센터는 고용, 복지, 서민금융 서비스를 한 곳에 모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시설이다. 김해고용센터는 물론 김해시 일자리지원팀·복지자활지원팀,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신용회복위원회, 자산관리공사가 참여하고 있다. 여러 기관이 한 공간에 모여 이용자에게 가장 적합한 해결책을 찾아 제공하는 것이다.
 
1996년 영국 영화 '브래스드 오프(Brassed Off)'에는 1980년대 대처 정부 시절 석탄산업 구조조정으로 직장을 잃은 근로자들이 지역고용센터에서 일자리를 알아보는 장면이 나온다. 당시 영국의 모습은 먼 옛날 먼 나라의 일이 아니다. 2017년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의 처절한 현실이다. 김해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생긴 것은 이런 시대적 상황을 반영한 결과다.
 

▲ 실직자들이 2층 교육장에서 실업급여 수령방법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취업희망 프로그램이 열리고 있던 시간 같은 층의 교육장에서는 '실업급여 설명회'가 펼쳐졌다. 학원 강의실같은 교육장에서 40여 명의 실업급여 대상자들이 '취업희망 카드'와 실업급여 안내문을 책상 위에 펼쳐놓고 있었다. 이들은 김동근 실업급여팀장의 설명에 따라 중요한 정보를 기록하면서 스티커를 카드에 붙였다.
 
김 팀장은 "다양한 연령대가 설명회에 참가한다. 젊은 사람들만 온다면 중복내용을 생략해도 되지만, 어르신들은 쉽게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단 한 명이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제한된 시간에 꼼꼼히 설명하자니 목소리도 커지면서 강사처럼 말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젊은 층도 실업급여를 신청하지만, 50대 중반 이상 장년들이 경기 침체 탓에 권고사직을 받고 오는 경우가 많다. 구직활동을 하더라도 나이 때문에 재취업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안타까워했다.
 

▲ 실업급여 안내문을 살펴보는 실직자.

교육장 맨 뒷쪽 책상에서 실업급여 내용을 꼼꼼히 살펴보던 C(40·삼정동) 씨는 "공작기계 회사에 다녔다. 산업재해를 당해 오른손이 불편해졌다. 청소기부품 생산업체로 옮겼지만 경기가 어려운 탓에 회사가 지난 7월 문을 닫았다. 아르바이트를 하다 실업급여제도를 알게 돼 신청했다. 일자리가 생긴다면 다시 일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1층 취업성공패키지팀 상담석에서는 경력단절 여성 상담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육아로 2년 동안 일을 쉬었다는 D(40·여·장유) 씨는 "사회복지, 간호조무, 요양보호 관련 자격증 등을 갖고 있다. 직장을 다시 구하려니 나이 등 걸리는 부분이 많다. 평소 관심 있는 미용이나 수요가 많다는 실내장식 관련 일을 배워 창업하고 싶다. 센터에서 지원하는 직업훈련에 열심히 참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 한 경력단절 여성이 취업패키지팀에서 상담을 하고 있다.

이어 5층 상설면접장에서는 '구인·구직 만남의 날' 면접이 진행됐다. 김해고용복지플러스센터가 인력난을 겪는 지역 중소기업과 적당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어려움을 느끼는 구직자를 이어주는 자리였다. 이날 상동면의 한 자동차소재 회사가 생산직 여직원 3명을 뽑기로 돼 있었다. 회사 면접 담당자는 "중소업체의 경우 대기업만큼 복지 혜택을 줄 수 없다. 그래서 입사해도 1년 안에 그만 두는 경우가 많다. 수주 받은 물량은 많지만 늘 인력난에 시달린다. 센터가 이런 자리를 마련해 줘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김해고용복지플러스센터로부터 연락을 받은 30대 미혼여성, 자녀를 둔 중국동포 등 4명이 이날 면접에 참가했다. 면접을 보기 위해 기다리던 E(30·여·내동) 씨는 "1년 전 집안 일 때문에 다니던 회사를 그만 뒀다. 경험이 있는 생산직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면서 "출·퇴근 길이 불편하기 때문에 통근버스가 있었으면 좋겠다. 겨울이나 여름에 너무 춥거나 덥지 않은 작업환경이기를 바란다. 면접에서 어떤 회사인지 꼼꼼히 알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극심한 경기 침체 한파에 구조조정, 대량실업 폭설이 예고돼 있는 2016년 겨울은 어느 해보다 추워 보인다. 내년은 올해보다 더 심해질 것이라는 게 기업 관계자들과 경제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위기에 몰린 많은 실업자, 실직예정자들에게 너른 쉼터 역할을 하는 김해고용복지플러스센터의 어깨가 더 무거워지는 이유다.

김해뉴스 /심재훈 기자 cycl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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