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율하고등학교 학생들이 '스포츠 치어리딩 발표대회'에서 풍선을 날리고 있다.


1~3학년 단계별 꿈 프로젝트 진행
진로발표, 초청특강 등 프로그램도

과목 특성 맞춘 ‘교과 교실제’ 운영
학생 자율 참여 높여 교육효과 최고
지난해 수도권·국공립대 185명 진학

매달 두 차례 ‘수업 없는 날’ 실시
다양한 동아리 활동으로 학교 시끌
“마음 따뜻한 율하인 양성에 최선”



"지금부터 '허생전' 수업을 시작하겠습니다. 여러분이 조를 이뤄서 작품을 연구한 결과를 듣고, 친구들과 공유해 보는 시간을 갖겠습니다."
 
김해율하고(교장 김영환) 국어 수업시간에는 교사의 목소리보다 학생들의 발표 소리가 더 크다. 수업 진행을 알리는 교사의 말이 끝나자마자 학생들은 손을 번쩍 들어 서로 발표를 먼저 하겠다고 아우성이다. 학생 4명이 앞으로 나가 준비한 자료를 컴퓨터 화면에 띄운 뒤 허생전의 성격, 작품 배경 등 자신들이 연구한 내용을 차근차근 설명한다. 발표를 맡은 학생이 내용을 까먹자 다른 학생이 나서 부족한 점을 보충한다.
 
김해율하고는 2011년 개교했다. '나의 길을 찾아 꿈을 키우는 길이 있는 학교'가 슬로건이다. 김영환 교장은 "고교는 학생들이 대학뿐만 아니라 사회로 나아가는 데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곳"이라면서 "율하고는 학생 스스로 학교의 주체가 되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행복한 학교는 학생의 인권을 존중하고 교사를 존중하는 학교다. 마음이 따뜻한 교사, 풍부한 감성을 지닌 학교가 바로 율하고"라고 말했다.

▲ 감성파티쉐에 참가한 학생들.

■꿈을 키우는 학교
율하고 신입생들은 먼저 '꿈 헌정식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고교 생활 첫 해 자신의 꿈을 적은 뒤 8월에 꿈을 얼마나 이뤘는지 중간점검을 한다. 송경훈 교사는 "중·고교생에게 '꿈이 무엇이냐'라고 물으면 절반은 '없다'고 대답한다. 작은 꿈이라도 만들어 학생들이 자신을 살펴보고 미래를 직접 설계해 보는 게 필요하다"면서 "학기 말 프로젝트 공모전을 연다. 신입생들이 꿈을 정한 뒤 이를 이루기 위해 어떤 실천을 했는지 살펴보고 정리하는 행사"라고 설명했다.
 
1학년의 '꿈 헌정식 프로젝트'는 2학년 때에는 '꿈 다짐 프로젝트'로 이어진다. 3학년 때에는 대학입시 전문교사와 함께하는 실질적인 꿈 설계로 연결된다. 송 교사는 "경남의 대학진학 전문위원단 교사 48명 중 4명이 율하고에 근무하고 있다. 학생들은 1학년 때부터 교사들과 수시로 상담하면서 재능과 관심에 맞는 대학교 진학을 위해 지도를 받는다"고 말했다.
 
율하고는 이밖에 '꿈잡끼 진로주간', 'DREAM JOB(드림 잡) 我(아)진로교육', '진로 자유탐구 발표대회', 'EBS강사 초청 특강', '자기소개서 컨설팅 및 실전모의 면접' 등 학생들의 대학 진학을 돕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 학생들이 교실에서 수학문제를 풀고 있다.

■학생들이 참여하는 수업
율하고 복도에는 '3학년 1반'이라는 푯말 대신 '국어교실', '수학교실', '영어교실'을 알리는 푯말이 붙어 있다. 학생들이 각 교과의 특성에 맞게 구성한 교과교실을 찾아가 수업을 듣는 '교과 교실제'를 운영하기 때문이다. 수학교실 옆과 앞뒤에는 학생 4~5명이 동시에 수학문제를 풀 수 있도록 칠판이 걸려 있다. 영어교실에는 영자신문, 영어에세이 등 다양한 게시물이 붙어 있다. 교과의 특성에 맞는 수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하브루타', '배움의공동체', '거꾸로수업' 등 교과별로 다른 수업 방식을 진행할 수 있다.
 
정경화 교사는 "거꾸로수업은 온라인을 통해 선행학습을 한 뒤 오프라인 강의에서 교사와 학생이 토론하며 진행하는 방식이다. 학생들은 수업시간에 모둠형태로 앉아 서로 협의하면서 문제를 푼다. 잘 안 풀리면 도우미학생이 도와준다. 교사의 설명만 듣다 끝나는 과거의 수업과 달리 학생들은 즐겁게 수업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 학생들이 직접 만든 한글날티셔츠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다른 수업도 마찬가지다. 개념을 외우고 문제를 푸는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들의 적극 참여로 수업이 이뤄진다. 정 교사는 "지난달 9일 한글날을 맞아 국어수업과 연계해 학생들이 한글티셔츠를 만들어 경매로 팔았다. 수익금은 소외된 이웃을 돕는 데 사용했다. 매일 아침 자습시간에는 영국, 미국의 시트콤 드라마로 생활영어를 배운다. 학생들은 책상 앞에 앉아만 있는 게 아니라 눈, 귀, 손 등 오감으로 공부한다"고 설명했다.
 
율하고에서는 전국연합학력평가, 모의고사를 마치면 학생보다 교사가 더 바빠진다. '적시환류(適時還流)' 프로그램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영역별로 문항분석팀을 구성해 각 시험의 언어, 수리, 외국어 영역 출제경향을 분석해 학생들에게 지도한다. 정 교사는 "시험을 치고 1주일 이내에 학생들이 많이 틀렸던 문제를 분석해서 집중적으로 수업을 한다. 학생들은 왜 틀렸는지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율하고는 이러한 노력 덕분에 2015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진주교대 등 수도권·특수목적대에 65명을 합격시켰다. 부산대, 경북대 등 국공립대에도 120명을 진학시켰다. 
 

▲ 다양한 동아리 활동 모습.

■감성이 풍부한 학교
매달 둘째, 넷째 주 '창의인성문화체험의 날'이면 율하고 교실에는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넘친다. 오후 3시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동아리방, 도서관 등을 찾아 다양한 문화·취미생활을 즐기기 때문이다.
 
송 교사는 "학생들을 학교에 무작정 잡아둔다고 해서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 율하고는 한 달에 두 번 오후 3시에 수업을 마친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단순히 노는 날이라고 생각해 의미 없는 시간을 보낼까 걱정했다. 하지만 수업 없는 날 학교는 가장 떠들썩하다. 학생들이 동아리 활동에 열을 올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인문계고에서 '수업 없는 날'을 운영한다는 사실을 믿지 못한 대학교 관계자가 율하고를 직접 찾기도 했다. 송 교사는 "한 학생의 생활기록부 내용을 보고 한 대학교에서 믿지 못하겠다며 찾아왔다. 실제 '수업 없는 날' 운영 현실을 보더니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극찬한 뒤 돌아갔다"며 웃었다.
 
율하고 복도에는 '감성방송국'에서 사연을 제보 받는다는 글이 붙어 있다. '감성방송국'은 2주에 한 번 학생들의 사연을 받아 방송을 한다. 짝사랑 고백, 아버지 응원 등 학생들의 마음을 말랑말랑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학생-부모-교사를 연결하는 '감성파티쉐'도 학생들이 좋아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다. 학생들이 직접 컵케익, 피자 등을 만들어 부모, 친구, 교사에게 선물하는 행사다. 1년에 총 5회 열리는 감성파티쉐에는 미리 사연을 신청한 뒤 선정된 학생만 참여할 수 있다.
 
김영환 교장은 "학생들은 대학 입시를 준비하느라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 볼 시간도 부족하다. 그런 학생들이 남의 마음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앞으로도 다양한 감성을 끌어낼 수 있는 프로그램을 통해 마음이 따뜻하고 고운 꿈을 가지는 율하인을 양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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