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 성큼 다가왔다. 시린 손을 부비면서 입김을 부는 모습이 떠오른다.
 
평소 몸과 손발이 차가운 분들은 겨울을 보내기가 힘들다. 이럴 때 생각나는 것들이 생강, 계피, 유자 같이 속을 데우는 음식들이다. 따뜻하게 차로 만들어 먹으면 몸에 열이 나고 손발이 따뜻해질 것만 같다. 하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그렇지만도 않다. 몸과 손발이 차가워지는 겨울철을 건강하게 보내기 위한 요령을 알아보자.
 
우리 몸은 변화하는 외부환경이나 스트레스에 대응해 체온, 혈압 등이 항상 일정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조절을 하는데 이것을 '항상성'이라 한다. 이렇게 항상성을 유지하는 작용을 하는 것이 자율신경이다. 자율신경은 교감신경과 부교감신경으로 나뉘어져 서로를 견제함으로써 우리의 몸을 일정하게 유지시킨다.
 
체온조절의 예를 들어보자. 겨울이 와 날씨가 차가워지면 피부 쪽에 있던 혈액이 복강으로 숨어들면서 체온이 떨어지는 것을 막는다. 반면 날씨가 더워져 체온보다 외부온도가 높아지면 혈액은 체표면으로 빠져나와 땀을 내면서 몸의 열을 식히게 된다. 여름이면 속이 차가워지고 겨울에는 속에 열이 생긴다는 얘기다. 

자연은 인간이 거주하는 환경 속에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적합한 음식을 제공한다. 열대 지역 음식들의 특징은 강황, 후추, 고추 같은 향신료와 오렌지, 망고 같은 열대과일이다. 이러한 음식들은 위장을 뜨겁게 데워주는 역할을 하는데 몸의 겉에 열이 많고 속이 냉한 열대 지역 사람들에게 필요한 음식이다.
 
추운 지역 음식은 밀, 보리처럼 차가운 성질의 곡류와 섬유가 단단하고 거친 양배추, 그리고 동물성 식이가 많다. 이것은 겉이 차고 속에 열이 많은 북방민족의 속을 시원하게 하는 냉한 음식들이다.
 
계절에 따라 온도의 차이가 뚜렷한 지역인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계절에 따라 먹는 음식들에 특징이 있다. 여름철 대표 보양식인 삼계탕은 인삼, 대추, 찹쌀, 닭과 같은 열성 음식으로서, 상대적으로 냉하고 허해진 속을 데우는 음식이다.
 
추운 동짓날에는 팥죽을 쑤어 시절 음식으로 먹는데, 팥은 찬 성질로서 이뇨와 해독작용이 뛰어나 겨울철 몸속으로 몰려들어온 혈액의 열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건강한 겨울을 보내기 위한 요령을 정리해보자. 첫째, 땀이 나는 운동과 반신욕 등을 자주 하는 것이 좋다. 사우나라는 단어 자체가 핀란드에서 유래된 것처럼 추운나라 사람들은 땀내는 것을 즐긴다. 둘째, 단백질 섭취를 높여야 한다. 밥, 빵, 면, 과일과 같은 탄수화물은 순간적으로 몸에 열을 올리지만 오래 가지 못한다. 비유컨대 탄수화물이 지푸라기 태우는 것이라 한다면 단백질은 장작을 태우는 것과 같다. 단백질은 일정하게 오랜 시간 몸의 발열 상태를 유지시키는 영양소이다. 셋째, 위장을 데워주는 맵고 자극적인 향신료와 열대과일은 가급적 피하고 푸르고 신선한 채소를 선택해야 한다. 따라서 배추, 오이, 신선초, 케일 같은 푸른 채소와 굴, 꼬막과 같은 신선한 해산물이 좋다. 마지막으로, 겨울철 음료로는 구기자, 영지버섯, 결명자, 보리차가 추천 할만하다.
 
더울 때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 한다면 겨울은 이한치한(以寒治寒)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뜻이다. 김해뉴스
 




조병제 한의학·식품영양학 박사
부산 체담한방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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