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해시의회 새누리당 의원들이 대거 기소 당해 의원직을 잃을 위기에 몰렸다. 사진은 2014년 7월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기자회견을 하는 장면. 김해뉴스DB


검·경, ‘금품 제공 혐의’ 배창한에
‘선거법 위반’ 전반기 의장단 수사
참고인 조사, 압수수색 등 단행
2년 전 13명 의원, 5명으로 줄지도



김해시의회의 새누리당이 곤혹스런 처지에 몰렸다. 배창한(새누리당) 전 의장이 2년 전 의장선거 당 경선 때 동료 의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고 있다. 또 더불어민주당으로부터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했던 시의회 전반기 의장단 소속 전·현직 새누리당 의원 6명이 이달 중 기소될 것으로 알려졌다.
 
■ 경남경찰청, 배창한 전 의장 본격 수사
13일 경남경찰청과 시의회 의원들에 따르면 경남경찰청은 지난 9일 배창한 전 의장의 의회사무실, 자택, 승용차 등과 새누리당 관계자 A 씨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컴퓨터 파일, 휴대폰, 통장 등을 확보했다. 배 전 의장은 2014년 의장선거 당 경선에 앞서 동료 의원 여러 명에게 금품을 살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A 씨는 배 전 의장의 부탁을 받아 금품을 나눠 준 혐의를 받고 있다.
 
배 전 의장은 "몇 달 전부터 경찰이 내사를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 지난 9일 오전에 압수수색을 당했다. 참고인 조사를 상당히 진행한 것으로 안다"면서 "경찰에 나의 조사를 며칠 미루자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래 전부터 <김해뉴스>와의 인터뷰에서는 "금품을 살포하지 않았다"고 주장해 왔다.
 
B 시의원은 "참고인 조사를 받았다. 나 외에도 다른 시의원 4명이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안다. 내용을 알고 있지만 말하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C 시의원은 "나는 받은 적이 없지만 다른 시의원 3명이 돈을 받았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들 중 한 명이 경찰에서 '돈을 받았다'는 진술을 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 새누리당 전 의장단 곧 기소
새누리당 소속으로 전반기 시의회 의장단이었던 배 전 의장, 전영기 전 부의장, 김명식 전 자치행정위원장, 옥영숙 전 사회산업위원장, 우미선 도시건설위원장, 송영환 의회운영위원장 등은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곧 기소될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건은 지난해 7월 박민정(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자간담회를 자청해 "김해시의회 의장, 부의장의 의회운영 업무추진비 일부가 부적절하게 사용됐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1월에는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의원 5명이 새누리당 소속 의장단 6명을 창원지검에 고발, 사태가 악화됐다. 이후 더불어민주당 측이 고발을 취하했지만, 검찰에서 사건을 종료한 것은 아니었다.
 
우미선 전 위원장은 "올해 초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뒤 아무 말이 없어 다 끝난 줄 알았다. 그러다 2주 전 검찰에서 다시 조사를 받았다. '공무원과 밥을 먹는 게 공직선거법 위반인 줄 몰랐다'고 했더니 검사가 '몰랐다고 해서 법 위반이 아닌 게 아니다'라고 하더라. 올 연말까지 마무리한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배 전 의장은 "최근 조사를 또 받았다. 검사가 '위반은 위반이다. 법을 모른다고 해서 무죄는 아니다'라고 했다. 올 연말쯤 기소할 것 같다"고 말했다. 송영환 전 위원장도 "3주 전 검찰 조사를 받았다. 왜 뜬금없이 다시 조사하느냐고 했더니 마무리를 한다고 했다. 기소할 수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사건이 다시 불거진 것은 부산 동구의회에서 일어난 똑같은 사건 때문이다. 부산 동구의회 의원 3명은 2012년 7월부터 동 주민센터 직원 등에게 수십 차례에 걸쳐 의정 활동비로 190만∼460만 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했다. 이들은 지난해 1심과 2심에서 각각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대법원에 상고한 동구의회 시의원들이 유죄 확정판결을 받을 경우 김해시의회 새누리당 의원들도 비슷한 수준의 법적 처벌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 김해 새누리당 궤멸 위기
2014년 6·4지방선거에서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한 시의원은 김동순, 김명식, 류명열, 박정규, 박진숙, 배창한, 송영환, 엄정, 옥영숙, 우미선, 이정화, 전명현, 전영기 등 모두 13명이었다.
 
이 중 전명현 전 의원은 지난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판결을 받고 의원직을 잃었다. 송영환 의원은 지난 7월 후반기 의장선거 당 경선에서 발생한 갈등 때문에 탈당해 현재 무소속이다. 김명식 전 의원은 의장선거 당 경선에서 금품을 살포한 혐의로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기 직전 의원직을 사퇴했다.
 
3명이 의원직을 잃는 바람에 현재 새누리당 소속 시의원은 10명으로 줄었다. 여기에 박진숙 의원이 김명식 전 의장으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받은 뒤 2심을 진행하고 있는데다 배 전 의장 등 6명도 기소 위기에 몰려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고 5명이 추가로 의원직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새누리당 시의원은 5명밖에 없게 된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지난 4·13 시장 재선거와 총선 참패로 인해 당이 엄청난 위기 상황에 처했지만 시의원들은 그나마 당의 유일한 희망이자 돌파구였다. 그런데 내부 갈등과 법 위반 때문에 시의원들도 한순간에 무너지게 됐다. 내년 대선은 물론 2년 뒤 지방선거를 어떻게 치러야 할 지 암담한 심정"이라고 토로했다.
 
김해뉴스 /남태우 기자 leo@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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