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원 우리동네사람들 시민학교 교장.

'물고기에게 나무에 오르라고 한다면, 그 물고기는 평생을 스스로 바보라고 생각하고 살 것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찬사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동영상 'I REST MY CASE(이상입니다)'에 나오는 말이다. '모든 사람은 천재다'라는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말을 인용하며 시작하는 이 영상은 과자 틀에서 과자를 찍어내듯 표준화된 인재만을 생산하는 근대 학교교육 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온 국민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자율주행자동차가 곧 현실화되는 시대, 인공지능 알파고가 세상을 발칵 뒤집어놓고 있는 시대에도 150년간 변함없이 오와 열을 맞춰 앉혀 놓고 시키는 것에만 대답하게 만드는 획일화된 학교제도를 재판에 회부하는 형식으로 비판한다. 이제는 의료, 자동차, 페이스북 등 사회 전반이 개인에 맞춰 발전하듯 학교 교육과정도 모든 '재능'에게 공정한 기회를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사람은 누구나 다른 재능과 장점을 가지고 태어나고, 다른 욕구와 꿈을 꾼다. 과학자들은 똑같은 두뇌는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획일화된 교육제도는 개인의 창의력과 개성을 묵살하며 아이들의 꿈을 박탈한다. 주어진 문제의 답만 뽑아낼 줄 알지 문제의 이면을 이해하지 못하게 만든다.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지 못하게 하고, 줄세우기에 급급하다. 내 아이를 옆집 아이와 비교하며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아이들을 막다른 벼랑으로 내몰고 있다.
 
여기 또 다른 이야기가 있다. 교육학자 R.H.리브스 박사가 지은 '동물학교'라는 우화다. 동물들이 모여 학교를 만들었다. 그들은 달리기, 오르기, 날기, 수영 등으로 짠 교과목을 채택했다. 동물학교는 행정을 쉽게 하기 위해 모든 동물이 똑같은 과목을 수강하도록 했다. 오리는 선생보다 수영을 잘했다. 날기도 그런 대로 했다. 하지만 달리기 성적은 낙제였다. 오리는 학교가 끝난 뒤 달리기 과외를 받아야 했다. 달리기 연습에 열중하다 보니 그의 물갈퀴는 닳아서 약해졌고, 수영 점수도 평균으로 떨어졌다. 토끼는 달리기를 가장 잘했지만 수영 때문에 신경쇠약에 걸렸다. 다람쥐는 오르기에서 탁월한 성적을 냈지만 날기가 문제였다. 날기반 선생이 땅에서 위로 날아오르도록 하는 바람에 다람쥐는 좌절감에 빠졌다. 날기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솜씨를 보였지만 다른 수업은 아예 참석도 하지 않은 독수리는 문제 학생으로 전락했다. 결국 수영을 잘하고, 달리기와 오르기, 날기는 약간 할 줄 알았던 뱀장어가 가장 높은 평균점수를 받아 학기 말에 졸업생 대표가 됐다.
 
우리는 지금 개성도 실력도 재능도 없는 평균 이하의 뱀장어만을 양산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봐야 한다. 아이들의 잠재력을 잘 파악해 이를 살려주는 교육이 필요한 이유다.
 
'같은 방향으로 뛰면 일등은 하나밖에 없어요/ 그러나 동서남북으로 뛰면 네사람이 일등을 해요/ 360도 둥근 원으로 뛰면 어때요?/ 360명의 일등이 나오잖아요/ (중략)/ 왜 꼭 그 학교라야 하나요/ 왜 꼭 그 직업이라야 하나요/ 판사, 검사가 아니라도/ 의사, 변호사가 아니라도/ 길은 많아요/ 틀림없이 있을 거예요/ 남들이 가지고 있지 않은 내 아이만의 재능/ 그것이 경쟁에서 일등을 할 수 있는 지름길이에요/ 남들이 남쪽으로 뛰어갈 때/ 혼자서 동쪽으로 가고 싶어하면, 그곳으로 뛰게 하세요/ 거기 아무도 먹지 않은 탐스러운 과일이 열려 있어요.'
 
이어령 작가의 <어머니와 아이가 만드는 세상>에 나오는 '일등을 시키려면' 이라는 글이다.
 
사고의 전환이 필요하다. 부모로서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고 염려하는 것은 당연하며, 불안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정보를 모으고 아이를 몰아세울 수도 있다. 하지만, 선행해야 하는 것은 내 아이를 보는 것이다. 옆집 아이가 어느 학원에 다니고 어디에 재능이 있으며 무엇을 잘하는가를 쳐다보고 달려가는 것이 아니라, 내 아이가 무엇을 하고 놀며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하고 싶어하는지를 지켜보며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것이 필요하다.
 
2016년이 며칠 남지 않았다. 혹시 물고기에게 나무를 오르라고 강요하는 게 나 자신이 아닌지 반성해 보자. 내년에는 한걸음 물러서서 아이를 쳐다보며 360명 모두 1등할 수 있는 길을 찾아보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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