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광우 김해뉴스 사장(부산일보 이사).

김해의 유력인사 한 분이 전화를 걸어왔습니다. 새누리당의 박정규 김해시의원이 김해시의 '산지 경사도 11도 제한 조례'의 완화를 주장하고 있는데, <김해뉴스>가 부정적인 입장을 갖지 말았으면 한다고 했습니다. 저는 보도 여부는 편집국장에게 달린 것이지만, 개인적으로는 그러기 힘들다고 대답했습니다. <김해뉴스>는 김해시의 경사도 11도 조례에 대해 지지 입장을 견지해 왔기 때문입니다.
 
사실 <김해뉴스>는 이미 환경적 측면에서 여러 가지 중요한 보도를 해 왔습니다. 한때는 생림면 무척산 자락을 대상으로 봉림산업단지 조성 작업이 추진됐습니다. <김해뉴스>는 김해시가 비호하고 시·도의원, 시민단체, 언론 등이 외면하는 가운데, 인근 산성마을 주민들의 반대 투쟁을 줄기차게 보도했습니다. 자체적으로 환경과 문화재 훼손, 자연마을의 실종, 초등학교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 문제 등을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산단 조성 시도는 결국 무산됐습니다.
 
김맹곤 전 김해시장 시절인 2013년 6월부터는 무더기로 산단 허가가 났습니다. 그 중에는 경사도 조례를 무시한 사례도 여럿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이노비즈밸리산단의 경우, 경사도 조례를 피하기 위해 엉터리 외자유치를 빌미로 한 '산업단지 인·허가 절차 간소화 특례법'이 동원되기도 했습니다. 이 산단은 현재 어마어마한 규모로 산 하나를 결딴내고 있습니다.
 
저는 김해의 산들을 많이 다녀보았습니다. <김해뉴스>의 기획물 '김해의 산을 거닐다' 때문이었습니다. 당시 필자인 최원준 시인과 함께 임호산, 함박산, 경운산, 무척산, 봉화산, 백두산, 금병산, 작약산 등등 퍼뜩 헤아리기 힘들만큼 많은 산들을 섭렵했습니다. 우리는 그때 '등산(登山)' 대신 '유산(遊山)'이란 단어를 썼습니다. 등산에는 '정복', 유산에는 '더불어 함께'라는 이미지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상동, 대동, 생림 같은 곳에서는 난개발로 유린된 산들을 보며 분개했습니다. 그럴 때면 미국 텍사스 주의 텔레비전 광고를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이 도시의 교통국은 고속도로변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했습니다. 궁리 끝에 '독특한 텍사스만의 자긍심까지 전달할 수 있는 거친 내용'의 텔레비전 광고를 제작했습니다. 광고를 보면, 인기 풋볼 팀인 댈러스 카우보이 선수들이 쓰레기를 줍고 맨손으로 맥주 캔을 찌그러뜨리면서 "텍사스를 더럽히지 마!(Don’t mess with Texas)"라며 으르렁대고 있습니다. 우리도 누군가를 향해 "김해를 더럽히지 마!"하면서 으르렁대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김해시는 지난 16일 '김해시 난개발정비종합대책 관련 전문가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오늘 자 <김해뉴스> 1, 2면에 그 내용이 소개돼 있습니다. 박정규 시의원은 "경사도 제한을 완화하지 않으면 60만, 100만 도시로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그 보다는 마상열 경남발전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이 더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였습니다. 마 위원은 "전국의 연구자들이 난개발 사례를 확인하기 위해 김해를 방문하는 이유는 난개발의 결과가 바로 눈에 띄기 때문이다. 개별공장, 산업단지로 흥했던 도시들이 경기변화 등으로 망했던 사례가 많다. 공장설립 기준을 완화해 달라는 민원을 무조건 수용할 경우, 미래에 부정적인 효과를 야기할 수 있다. 생산 활동을 100% 영위하는 공장이 어느 정도 수준인지, 투기목적으로 만들어 방치한 공장은 없는지 등 기존공장의 운영부터 먼저 정밀하게 실태조사 해야 공장수요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 자 <김해뉴스> 9면 김해의 난개발 시리즈에는 이전 등으로 텅 빈 채 방치될지도 모르는 공장들 이야기가 들어 있습니다. 경사도 완화를 주장하는 분들에게 일독을 권합니다. 김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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