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참여예산제 조례가 제정 10년을 맞았지만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사진은 주민참여예산제 사업으로 조성된 진영 내룡마을 진입로.


올해 신청 13건, 반영 10건 그쳐
대부분 도로정비·확장에만 사용
‘재정 투명성·민주성 확보’ 헛말
“홍보·위원회로 참여기회 넓혀야”



김해시의 '주민참여예산제 조례'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김해시는 10년 전 경남 지역 최초로 이 조례를 제정했으면서도 소극적인 운영으로 일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일 김해시 등에 따르면 시는 지방재정법에 따라 2007년 1월 경남에서는 처음으로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제정했다. 2011년 9월에는 지방재정법 재개정에 따라 지자체의 주민참여예산제 시행이 의무화됐다.
 
주민참여예산제는 주민들이 시의 예산 편성에 관한 의견을 제시하고 실제로 반영되는 것을 말한다. 김해에 주소를 두고 있는 시민이라면 누구나 '주민참여예산 사업 공모신청서'를 작성해 김해시청 홈페이지 '예산편성에 바란다' 게시판이나 우편, 이메일 등을 통해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시는 부서별 예산을 검토한 뒤 시민의 의견을 반영할지 여부를 결정한다.
 
■ 주민참여예산제 조례 유명무실
주민참여예산제 조례는 지금까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매년 주민참여예산 신청은 10건 안팎에 그치고 있다. 지난 1월 김해시가 공개한 '2016년 주민참여예산제도 운영결과'를 보면 공모사업 신청은 13건에 그쳤고, 이 중 예산에 반영된 사례는 10건이었다. 주민참여예산 사업 총 예산은 27억여 원이었다. 예산 대부분은 도로정비에만 투입됐다. 세부내용을 살펴보면 화목동 농로포장, 진영 내룡마을 진입로 정비, 마을안길 정비, 대동 신안~신정 간 군도 22호선 확장 등이었다. '시와 주민이 협력해 주민복지의 향상과 생활의 질 개선을 위하여 노력하고, 재정운영의 공개를 통한 투명성·민주성 확보로 재정 민주주의를 실현한다'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조례 취지와는 큰 차이를 보이는 셈이다.
 
주민참여예산제를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 제11조에도 '위원회, 협의회, 연구회 등을 둘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주민제안 접수, 점검 등 주민참여예산제 시행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구다. 그러나 시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구성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장유의 시민단체 '우리동네사람들' 관계자는 "주민참여예산제는 시민들이 시 재정에 참여한다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구성해야 활성화할 수 있는데 시는 위원회 구성을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시의 주민참여예산은 도로 확장 등에만 몰려 있다. 도로 확장 등의 경우 주민참여예산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편성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관건은 단체장의 시행 의지
인구 10만 명의 충남 논산시는 2013년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활성화했다. 지난 8월에는 '논산시 주민참여예산 발굴사업 발표대회'를 열어 △지역발전 및 관광코스 개발사업 △콩&나물 소득사업 △실버 카페테리아 △과일향기 있는 탑정호마을 영화제 △이야기가 있는 사랑방 구성사업 등 다양한 사업 제안을 받았다.
 
인구 52만 명의 경북 포항시는 2011년에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조례를 만든 뒤 2013년부터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설치했다. 포항시 주민참여예산위원회는 읍·면·동 이·통장단, 자생단체, 아파트 주민대표회의 등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예산학교'를 구성해 주민참여예산제를 홍보, 교육하고 있다.
 
논산시 재정지원과 관계자는 "주민참여예산제 활성화 여부는 시장의 의지에 달려 있다. 사업 아이디어는 공무원들이 낼 수 있지만, 주민이 빠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 시민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서는 홍보를 지속해서 해야 한다. 주민참여예산 발굴사업 발표대회는 주민과 행정기관의 소통을 끌어낼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설명했다.
 
포항시 예산법무과 관계자는 "시장이 바뀌면서 주민참여예산제 활성화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서울과 비교해 지방에서는 시민단체, 시민들의 참여가 저조하다. 예산, 행정 관련 전문가가 부족해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구성에도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읍·면·동 등을 대상으로 2년간 꾸준히 홍보했다. 홍보가 많을수록 주민참여율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김해YMCA 박영태 사무총장은 "현재 주민참여예산제 운영은 형식적이다. 주민들은 시 예산을 어떻게 운용하는지도, 주민참여예산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다"면서 "주민 100인 포럼, 위원회 등을 만들어 조직적, 체계적으로 주민참여예산제를 운영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해시 기획예산과 관계자는 "주민참여예산제의 제도 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 다른 시·도의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내용을 살펴보며 장·단점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주민참여예산위원회에 참여할 전문가를 찾기가 쉽지 않다. 도·농복합지역인 시의 특성상 도로개설 요구가 많아 주민참여예산의 대부분이 도로 확장 등에 쓰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이·통장단 회의, 자생단체 회의 등을 통해 주민참여예산제를 적극적으로 홍보할 예정이다. 많은 시민들이 참여할 방안을 찾아보겠다"고 밝혔다. 

김해뉴스 /김예린 기자 beaurin@gimha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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